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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 ...음식에도 '손자병법'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가 성인병 급증의 주요 원인. 계절에 맞는 건강식 섭취,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으로 예방. 가을철엔 폐를 보호하는 음식 섭취가 중요.

최근 암, 당뇨,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이 과거에 비해 급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으나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잘못된 식습관이다.


잘못된 식습관은 음식의 잘못된 선택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 매일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 나와 나 자신부터 시작해 기업과 나라도 마찬가지다.


'손자'(孫子. 중국 오나라 때 손무가 편찬한 병법서)는 병법서로 유명하다.


그러나 손자병법은 반드시 전쟁 기술서로만 그치지 않는다. 그 저변에 노자의 자연사상이 흐르고 있다.


손자병법 제1 시계(始計)의 장(章)에 '싸우기 전에 계산하라'는 음식으로 비유하면 먹을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음식을 경솔하게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황제내경 소문 장기법시론'(黃帝內經 素問 藏氣法時論)에 '모든 곡식은 인체의 정기를 기르고 과일은 정기를 불리고 야채는 정기를 채운다'고 했다.


또,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종기가 생기고 짠 것을 많이 먹으면 혈액이 엉겨서 모든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 처서 이후 섭취해야 할 음식

얼마 전 24절기 중 처서(處暑)를 보냈다.


처서는 본격적으로 기온이 변화하는 절기다. 그래서 처서의 처(處)자는 여름이 끝이 났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처서는 한낮은 덥고 아침저녁은 서늘하다. 그러므로 인체의 양기를 잘 수렴해야 한다.


올해처럼 폭염이 극성을 부려도 처서부터 서서히 건조한 기후로 변한다. 입이 잘 마르고 코가 건조해지며, 마른기침, 담, 변비, 피부 건조증, 주름 등과 수척해지는 증상이 잘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폐가 건조해져서 진액이 부족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시기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이유다.


예부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와 '백합'(百合,나리 뿌리)이 좋은 식재라고 했다.


배는 본초강목에서 폐에 윤기를 주고 심장을 안정시키며 담을 없애고 주독을 푼다고 했다. 그런 다음 대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소화를 돕는다고 했다.


백합은 신농본초경에 헛배가 부르고 가슴에 통증이 오며 대소변이 원활하지 않은 것을 예방한다고 했다. 양생에서 사람들이 계획해야 할 것은 첫째, 인체의 나쁜 열기를 해독하고 폐를 윤기 있게 만들어 기침을 예방해야 한다.


둘째, 처서부터 아침저녁 기온 차로 정서가 불안한 증상이 잘 발생한다. 작은 일에도 화가 잘 나며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이때마다 크게 심호흡하여 마음을 안정시키면 원기가 발생한다.


셋째, 처서 시절에는 열기와 냉기가 교차하는 시간이므로 천지에 음기는 증가하고 양기는 약해진다. 인체의 양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충분히 자지 않으면 쉬 피로가 발생하고 대뇌가 혼란스러워진다.


넷째, 처서 시절에 날씨의 변화에 따라서 항상 겉옷을 준비하고 다녀야 한다. 아랫배 부분이 찬 바람을 많이 쐬게 되면 피부가 얇아져 과민성 징후가 나타난다. 특히 배꼽이 찬바람에 노출이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만병의 근원이 된다.


다섯째, 처서 시절의 늦은 밤바람은 인체에 하기가 쉽게 침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나이에 상관없이 어깨결림, 오십견, 경추증, 통풍 등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심하면 설사, 복통, 위염, 장염 등의 소화기계통의 질병이 함께 발생한다. 처서 시절 좋은 양생 음식은 서양삼, 국화, 구기자, 꿀을 넣어 따뜻한 차로 수시로 마시면 뇌의 신경을 안정시켜 머리가 맑아진다.


그리고, 폐에 좋은 진액을 만들어 갈증을 예방하고 면역력을 길러준다. 율무와 연자, 마를 같은 비율로 넣고 죽을 끓여 매일 아침 공복에 한 그릇씩 먹으면 수면을 잘 오게 하고 소화기관의 부조화를 예방하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양생에서 모든 질병은 입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이 시절 알맞은 식재를 충분히 섭취하여 면역력을 길러야 건강하게 가을을 보낼 수 있다. 가을 정신을 안정시키고 인체의 나쁜 열기를 해독하는 대표적인 식재는 꽃송이버섯, 백합, 연자, 꿀, 조기, 마른 조개, 미역, 해파리, 시금치, 샐러리, 찹쌀, 깨, 꿀 등이다.


고기는 오리고기가 음기를 안정시키고 진액을 만들어주므로 자주 섭취해야 한다. 약재는 황기, 당삼이 좋다.


튀긴 음식은 인체를 건조하게 하므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 꿈과 희망을 이루는 필요충분조건

사람들은 누구나 꿈과 희망 그리고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 도전정신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보약이나 영양제, 기능성식품에 의지하면 될까?


그렇게 되면 식사는 바쁘다고 아무렇게나 한 끼 때울 수 있다. 그러나 몸이 원하는 것은 한 끼의 좋은 식사다.


이 한 끼의 좋은 식사가 뱃심을 만들어 무한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봄-주꾸미, 가을-낙지라고 했다. 아무리 뚝심 좋은 싸움소도 고된 훈련을 마치고 나면 다리가 풀리고 만다. 이때 주인이 소의 입을 벌리고 큼직한 낙지를 넣어 준다. 싸움소는 낙지를 먹고는 기운을 회복해 머리를 크게 들어 울어 젖힌다.


예로부터 낙지는 보양 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현대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엇을 먹어도 소화불량이 잘 나타난다. 식도, 위, 대장의 긴장도가 높아져 소화효소와 위액 등이 필요한 만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소화불량이 잘 발생한다.


식사도 시간이 아까워 급하게 먹는 횟수가 늘어난다.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있다.


소화불량의 주범이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않고 넘길 뿐 아니라 뇌가 음식을 먹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스트레스와 불안에 따른 호르몬의 불균형이 소화기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나중에 만성 소화불량에 이르는 원인이 된다.


어민들은 가을 낙지를 '꽃 낙지'라고 부른다.


맛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지방 성분이 거의 없고 타우린과 무기질, 아미노산이 듬뿍 들어 있어 좋은 혈액을 만들어 에너지를 충만하게 하고 칼슘의 흡수와 분해를 도와준다.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1814)에는 낙지는 맛이 달콤하고 회,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했다.


이것으로 보아 예부터 낙지를 즐기며 다양한 요리로 만들었다. 회, 숙회, 볶음, 탕, 산적, 전골, 초무침, 구이 등이 있다.


지역에 따라서 조방낙지, 무교동 낙지, 목포 세발낙지 등도 있다. 낙지를 동의보감에서 달고 짜며 독이 없고 성질은 평평하며 비장과 위장 폐로 들어간다고 했다.


효능은 인체의 기를 보하고 좋은 혈액을 생성하고 종기를 없애며 산모의 젖이 잘 나오게 한다고 한다.


또 본초강목에서 달고 짜며 독이 없고 성질이 차다고 했다. 인체의 간과 비장, 신장으로 먼저 들어간다.


효능은 좋은 혈액을 생성해 각종 종기와 암을 예방하고 근육과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고 오래된 종기를 낫게 한다고 했다. 천주본초에서는 기력이 떨어져 힘이 없고 머리가 어지럽고 두통이 잘 발생하는 사람은 돼지고기와 낙지 한 마리, 대추를 넣고 끓여 먹으면 회복이 된다고 했다.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건강을 챙기는 척하면서 겉으로는 계획 없이 먹는 경우가 많았다.


시절에 알맞은 음식이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즉, 음식 섭취에도 손자병법 같은 전략이 필요한 시대다.


연합뉴스

최만순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본인 제공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한국약선요리 창시자.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 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정리 : 성도현·이세영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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