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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헬스라이프헤럴드

충분히 많이 잤는지보다 ‘잘 잤는지’가 중요

잠은 몸의 항상성 회복을 위한 과정

잠의 핵심은 ‘양’이 아닌 ‘질’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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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적으로 일일 권장 수면시간은 7~8시간이다. 하루는 24시간이니 권장 수면시간대로 잠을 잔다면 인생의 3분의 1은 잠든 채로 보내는 셈이다. 어찌 보면 불합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수면은 왜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걸까? 잠은 대체 왜 중요할까? 


잠을 자는 동안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세포가 재생되고 손상되거나 피로해진 근육이 회복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성장, 면역, 대사 등에 관여하는 각종 호르몬의 분비가 조절되기도 한다.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장기들이 ‘합법적으로 쉬엄쉬엄 일할 수 있는’ 시기인 셈이다.


특히 뇌는 잠을 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와는 다른 패턴을 보인다. 이 과정을 통해 학습한 것을 정리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하며, 정서와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과정을 거친다. 며칠동안 연이어 잠을 설치거나 했을 때 낮에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정신이 흐려지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잠을 자는 동안 이루어져야 할 회복과 갈무리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크게 의미가 없는 행동이다. 주말에 많이 잔다고 해서 평일에 수면 부족으로 누적된 것들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잠을 충분히 잔다’라는 말은 많이 자는 것이 아닌 ‘잘 자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물론, 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분명히 있다. 잠의 본질, 그리고 우리 주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잠에 관한 위험 요인들을 짚어본다.

숙면, 그리고 수면의 질

‘잠을 잘 잤다’라는 이야기는 흔히 ‘숙면’이라 말한다. 미국 수면의학회(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에 따르면 숙면이란 첫째, 자리에 누워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내이고, 둘째, 잠자는 도중 깨어나는 횟수가 1~2회 미만이며, 셋째, 총 수면시간이 7~9시간인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때때로 조금만 잤는데도 몸이 개운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권장 수면시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숙면을 취해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대로 권장 수면시간을 채우더라도 깊게 잠들지 못하거나 중간에 깨어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 피로가 회복되지 않아 일상에 문제를 일으킨다. 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질’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수면의 질’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몹시 복합적인 개념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얼마나 개운한지에 따라 잠을 잘 잤는지를 판단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이 역시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면의 질을 측정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PSG)’다. 머리, 얼굴, 몸, 팔, 다리 등 곳곳에 센서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수면 중 뇌파, 근전도, 호흡,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센서를 부착한 채로 잠을 자고, 그 시간동안 일어나는 생리학적 변화를 데이터화, 분석해 수면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총 수면시간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좋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물론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수면의 질도 낮아진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개인 차이와 환경 차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부족하다 싶은 수준의 수면시간으로도 문제 없이 일상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깊은 수면’의 양이 충분하다면 전체 수면시간이 다소 적더라도 수면의 질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이 자는 것보다 '깊게 자는 것'이 중요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많이 자는 것보다 '깊게 자는 것'이 중요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당신의 잠을 위협하는 요인들

수면의 질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해도, 잠을 이루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열대야 외에도 잠들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많다. 


대표적으로 날씨와 무관하게 체온 조절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사람은 수면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잠들기 전 심부체온이 낮아지며 자연스럽게 잠들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충분히 체온이 내려가지 않아 잠들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갑상선 기능저하를 겪고 있거나, 신경계통 질환을 앓는 경우,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는 체온 조절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한편, 호르몬 문제인 경우도 있다. 우리 몸이 잠들고 깨어나는 주기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레 수면장애로 이어진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라고 하는 이유도 뇌 구조의 변화에 따라 멜라토닌 생성이 줄어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적당히 하면 체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환경에서 활동하는 것은 자칫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불안감이나 긴장감이 높아지게 된다. 발생한 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쾌적한 환경에서 좋아하는 활동을 하거나 편안하게 쉬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 채로 남게 되고 이것이 숙면에 방해요소가 된다.


이러한 이유들은 비단 여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더위로 인해 보다 빈번하게 발생할 뿐이지, 다른 계절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밖에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렘 수면 행동장애, 불면증과 같이 병증으로 분류되는 수면장애가 있을 수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함으로 인한 악순환

수면다원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수면효율이 85% 미만’이라면 숙면이 부족한 것으로 분류한다. 즉,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일시적으로 며칠 정도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월 단위로 증상이 지속된다면 이는 잠재적 위험이 크다.


우리 몸은 잠을 자는 동안 교감신경을 비활성화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혈류량이 감소하고 뇌, 심장, 소화기 등도 휴식 상태에 접어든다. 아예 멈추지는 않겠지만, 그 시간동안 쉬엄쉬엄 일하면서 깨어 있는 동안 쌓인 부담을 덜어내고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수면 중 청소 시스템’을 통해 뇌 척수액이 순환하며 머릿속 노폐물을 씻어내고, 이 과정에서 뇌 기능 퇴행을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등이 제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림프계가 활성화되며 미처 수거하지 못한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한다. 성장 호르몬 분비로 세포와 조직의 재생이 가속화되는 것은 덤이다.


따라서 총 수면 시간이나 깊은 잠이 부족한 상태가 반복된다는 것은, 휴식 없이 연이어 출근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혈압이 높아질 수 있으며, 대사 조절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정상적인 체중 증가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기억력, 집중력 등이 현저히 떨어져 일상적인 불편함이 따르고, 자연스레 학업이나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고, 감정적으로도 취약해져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지 ‘잠 부족’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시작되는 악순환이다.

규칙적인 수면습관이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규칙적인 수면습관이 가장 기본이 돼야 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숙면을 위한 개선방안은?

기본적으로는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몸의 항상성은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의 규칙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갔을 때 ‘시차 적응’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그 근거다. 따라서 평소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숙면의 상당 부분은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수면장애는 잠들어 있는 동안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주위에 누군가 봐줄 사람이 없다면 본인이 알아차리기 어렵다. 특히 독신가구인 경우 수면장애를 발견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자고 일어나서도 피로감이 계속됐다면? 수면환경을 바꾸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해봤다면? 우선 병원 등을 찾아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수면장애로 인한 문제라면 혼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노력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빠른 시간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다른 문제라고 해도, 혼자서 고민하기보다는 병원이나 수면 클리닉의 도움을 받는 편을 추천한다. 숙면이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누적될수록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한시라도 빨리 원인을 특정해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악순환을 깨야 하니까.


노파심에 말해두자면, 수면 유도제와 같은 약물의 힘을 빌리는 것은 혼자서 결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일시적이고 급작스럽게 나타난 불면증이라 하더라도, 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인 만큼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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