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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중앙일보

지방 분해부터 해독까지...치유가 필요할 땐 '이것'

자잘하게 아픈 게 일상일 때, 또는 크게 아픈 후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이때의 문제는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는 거죠. 영양사 경력 20년이 넘는 전문가도 이런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는 데 5년이 걸렸다고 해요. ‘밝은영양클래식연구소(BNCL)’의 정성희 소장이 치열하게 겪은 경험담입니다. 스스로 임상 실험하며 염증 수치는 제자리로, 체중은 20㎏ 감량한 정성희 소장은 아픈 후에야 음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하죠. 건강관리에 진심인 영양사가 ‘애정’하는 식재료는 어떤 것들일까요?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었는지, COOKING 〈나를 바꾸는 음식〉에서 확인해보세요.

나를 바꾸는 음식 ①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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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사진 픽사베이

“어떻게 뺐어요?”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 후에 자주 받은 질문이다. 내가 식품 전공자인 걸 아는 사람들은 “뭘 먹고 건강해졌는지”에도 관심이 많았다. 내 대답은 항상 똑같다. “신선한 식재료를 잘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어요.” 여기서 좀 더 솔직하게 밝히자면, 그 답의 선두에 있는 식재료는 바로 ‘레몬’이다.


비타민C, 비타민B군, 플라보노이드, 구연산. 레몬의 주요 영양소들이다. 각자 어떤 기능을 갖는지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먼저 비타민C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간세포를 보호하고 간에서 독소를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또 글루타치온과 같은 항산화제의 재생을 돕는다. 이를 통해 세포의 노화를 늦추고 염증은 낮출 수 있다.


비타민B군(B1, B2, B6, 엽산)은 신경과 면역기능 유지, 에너지 생산 및 대사와 세포 기능 유지, 세포분열과 DNA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레몬의 플라보노이드는 체내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대사 중에 생긴 세포 손상을 예방함으로써, 간이 해독하는 과정의 에너지를 아껴줄 수 있다.


신맛을 내는 구연산은 간의 효소 활동을 촉진해 독소를 효과적으로 처리・제거하게 돕는다. 또한, 레몬은 지방 대사에 관련하는 담즙 분비를 촉진해 소화 과정에서 지방을 분해하기도 한다. 온몸에 퍼진 염증, 그리고 급격히 나빠진 간의 해독과 회복이 필요했던 나에게 딱 맞는 식재료인 셈이다.

신진대사는 원활하게, 면역은 강화하는 레몬

아유르베다의 관점에서 보는 레몬의 기능도 비슷하다.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에서는 음식・수면・마음이 균형을 이뤄야 삶이 건강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타고난 체질’이 중요하다. 각자의 체질에 맞게 균형을 바로잡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유르베다에서 본 레몬은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대사의 흐름을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게’ 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잘 먹고 잘 소화하고, 잘 싸는 방향으로 도움이 된단 뜻이다. 특히 아이들은 공기의 변화에 민감해 잔기침을 자주 한다. 기침은 몸의 흐름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레몬이 이 흐름의 방향을 바꿔 위에서 아래로 내려줄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즙을 내어 물에 타 마시면 끝이다. 우리 가족은 아침에 일어나 미지근한 물 100cc에 레몬즙을 약간씩 타서 마시는 루틴이 있다. 아이들도 마시게 하는데, 목이 편안하면 안 먹겠다고 버티는 아이들도 살짝 잔기침이 날 때는 군말 없이 꿀꺽 마시곤 한다.


사실 나와 레몬의 첫 만남은 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출산 후 수유를 하던 때다. 모유 수유에 레몬의 비타민C까지 더해져, 아이가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레몬을 직접 짜거나, 유기농 레몬즙을 물에 연하게 희석해서 빨대로 마셨다. 그 결과일까, 임신 기간 중 자리 잡기 시작한 눈 옆의 기미가 수유하던 중에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식탁의 주인공이 된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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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사진 픽사베이

우리 집에서 레몬은 어떤 주재료 못지않게 자주 쓰이는 식재료다. 일단 샐러드에 빠지지 않는다. 잎채소 샐러드나 찹 샐러드를 만들 때면 꼭 레몬・올리브유・소금・후추를 기본으로 한 드레싱을 만들어서 뿌려 먹는다. 견과류 베이스의 소스를 만들 때는 레몬과 레몬껍질을 함께 사용한다. 당근・비트・무・단호박과 같은 뿌리채소를 오븐에 넣고 한 차례 구워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과 영양이 두 배가 된다.


허브에 재워서 팬에 구운 대구살 스테이크나 연어 스테이크를 먹을 때 역시 레몬은 필수이고, 병아리콩 후무스를 먹기 직전에도 나는 자연스럽게 레몬 한 조각을 짜서 넣는다. 케일이나 시금치를 생으로 갈아 먹을 때도 반드시 레몬을 함께 넣는다. 둘 다 몸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한 채소지만, 옥살산과 칼륨 성분이 신장에 축적되면 신장 결석이 생길 수도 있어서다. 이때 레몬을 함께 섭취하면, 레몬의 구연산염이 신장 결석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딱히 요리에 쓰지 않아도, 주방의 그릇장 위에 레몬 몇 개를 종종 올려두곤 한다. 손에 잡히는 아담한 타원형에 싱그러울 정도로 밝은 노란색을 띠는 이 과일은 신기하게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밝게 만든다. 향은 또 얼마나 좋은지! 껍질을 뚫고 나오는 시트러스의 향은 더위로 잃어버린 식욕을 자극한다.


일상은 늘 바쁘게 흘러간다. 건강을 챙겨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실천은 어렵다. 하루하루 바쁘게 보내다 보면 크든 작든 몸이 불편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다. 불편함은 몸 안에 질병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오늘 작은 신호를 느꼈다면, 지금부터라도 레몬과 친해져 보면 어떨까.


정성희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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