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건 그대로인데 뱃살 찌는 이유
평소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체중이 불어났다면,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 볼 수 있다. 체중증가의 다양한 원인에는 스트레스도 해당된다. 우리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코르티솔’의 영향이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뇌가 코르티솔을 분비한다. 의학전문가들에 따르면 단기적인 가벼운 스트레스는 괜찮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에는 코르티솔 수치 상승이 만성화되어 문제가 발생한다.
코르티솔은 혈압 및 혈당 수치뿐 아니라 우리 몸의 체지방도 높인다. 2019년 국제학술지 ‘연간임상심리학리뷰(Annual Review of Clinical Psychology)’에 실린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코르티솔은 체지방 중에서도 내장 지방과 뱃살 생성을 촉진한다. 이 연구에서 코르티솔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체질량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쟈넷 토미야마(Janet Tomiyama) 연구 책임자는 “코르티솔 수치가 지속 상승되면 뇌에서는 지방을 축적하라는 신호를 몸에 보낼 수 있다. 즉 먹는 것을 하나도 바꾸지 않더라도 지방 축적을 촉진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2016년 국제학술지 ‘지질 분자·세포생물학(Molecular and Cell Biology of Lipids)’ 에 실린 논문을 통해 만성 스트레스가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베타트로핀(betatrophin) 생성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이 축적되거나 최소한 지방 대사가 지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르티솔이 체중증가를 일으키는 또 하나의 방법은 ‘고칼로리’ 음식을 ‘더 많이’ 먹게 만드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식욕을 증진시키는 그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 호르몬에 대해서는 뇌의 민감성을 감소시킨다. 즉 식욕과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해 과식을 유도하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더 찾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음식을 먹을 경우 뇌에서 신경화학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돼 스트레스를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국제학술지 ‘심리연구(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에 실린 영국 런던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가벼운 업무량 보다 장시간 까다로운 일을 할 경우 실험자들의 설탕, 포화지방 및 총 칼로리 섭취량이 더 많았다.
이러한 성향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비만 특화 의료기관 365mc가 실시한 비만클리닉 설문조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식욕이 증가한다”는 여성은 63.5%가 나온 반면, 남성은 25.5%에 불과했다. 다만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식욕이 떨어질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마다 음식으로 해소하는 방법은 가장 쉬우면서 즉각적인 쾌락을 주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방식이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상이나 운동, 산책, 또는 보다 건강 음식에 대한 미각을 살리는 등의 방법을 이용하도록 조언한다.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