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손맛의 표준 '완도'
전복과 해조류, 건어물, 비파, 유자 등 완도의 자랑은 허벌나게 많다. 완도인의 손을 거친 보물들은 극상의 맛으로 재탄생한다. 식당을 찾느라 고민하고,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다. 고맙게도 까탈스러운 현지인들이 이미 추려 놓았다.
●‘전복빵’ 이 만남 찬성이야 : 달스윗
전복 한 마리가 통째로 박힌 빵. 여러모로 신선하다. 마들렌 느낌의 빵과 갈릭 버터를 바른 전복의 조화는 먹기 전까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입에 들어가면 새삼 놀라게 된다. 색다른 조합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성공적인 만남인 것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전복 덕분에 1~2개 먹으면 간식, 3~4개 먹으면 식사가 될 정도로 전복빵은 기분 좋은 포만감을 준다.
짝꿍 역할은 비파사이다의 몫이다. 비파 열매는 살구와 매실의 달콤함과 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완도 특산품인데, 달스윗에서 사이다로 변신했다. 적당히 달고, 청량한 게 여름에 딱 어울리는 음료다. 첫맛은 사이다처럼 톡 쏘고 달지만, 끝은 깔끔한 게 장점이다.
카페의 본질에도 충실한 곳이다. 완도에서 흔하지 않은 로스터리 카페로, 직접 커피콩을 볶아 신선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완도의 향긋함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드립백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의 커피 문화 발전을 위해 커피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달스윗은 전복이 출하되는 시기에 대량으로 매입해 전복빵을 생산하고 있다. 맛과 보는 재미는 물론 지역 어민과의 상생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재밌는 사실 한 가지 더. 건물은 36년 전 완도국립수산물관리원이었는데, 지금은 완도 수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먹거리를 선물하는 달스윗이 됐다
●쌉쌀 달콤한 여행자 쉼터 : 완도네시아
지역과 30년간 울고 웃은 럭키장이 세월을 뒤로 하고 새 옷을 입었다. 2016년 문을 연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완도네시아의 이야기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공간은 여전히 여행자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세계일주로 여행력을 키운 주인장은 완도네시아 카페 곳곳을 여행으로 채웠다. 먹거리도 마찬가지. 완도 상괭이(돌고래)와 바다를 표현한 빙그레바다에이드, 하트섬 주도에서 자생하는 구실잣밤나무를 모티브로 한 완도주도라떼(밤과 단 커피의 조화), 완도 해조류(감태와 매생이 가루)를 더한 와플 등 각종 식음료에 완도를 녹였다.
맥주는 쌉싸름한 맛을 담당하고 있다. 완도 필스너(3개월 만에 판매 완료)로 완도맥주의 닻을 올렸고, 지금은 완도라거(페일 라거)와 완도에일(골든 에일)로 인기몰이 중이다. 완도라거를 즐기는 꿀팁은 유자청. 깔끔하고 시원한 라거에 유자청을 더하면 독특한 풍미가 느껴진다. 전복빵, 비파사이다와 함께 기념품으로 챙겨야 할 것만 벌써 3가지다.
●해조류 대가의 손맛 : 모래뜰
완도의 자랑, 해양치유밥상 1호점이다. 17년 동안 한자리에서 돼지갈비, 톳 솥밥, 해조류 음식 등으로 지역민들의 발길을 당기고 있다. 시그니처는 전복해조류떡갈비와 생선구이, 바다솥밥, 각종 밑반찬으로 채워지는 해양치유밥상(완도정식)이다. 전복내장과 톳을 넣어 만든 떡갈비, 우럭과 제철 생선을 활용한 구이 등의 음식은 물론 해조류 무침, 김치, 매생이 전 등 직접 만드는 밑반찬도 수준급이다. 로컬 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특징. 떡갈비 곁을 지키는 표고버섯은 노화도에서, 유자연근의 유자는 고금도에서 직접 따고 손질한다. 이러한 노력은 손님이 먼저 알아봤다. 3년 차에 접어든 해양치유밥상은 연간 5만명이 맛보는 완도 대표 밥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숫자가 대단한 게 완도군 인구(약 4만6,000명)보다 많다.
암꽃게, 굴 등 시기별로 가장 맛있는 재료를 활용한 특별 메뉴도 기억해 두자. 게다가 모래뜰은 최근 리뉴얼을 통해 가게 환경을 더욱 쾌적하게 개선했고, 입구에는 유자연근 등 모래뜰 반찬과 해조류 가공품, 완도 특산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정겨운 이야기가 맴도는 곳 : 호호카페
완도의 대치동 가용리에 있는 앙증맞은 카페다. 가게 근처에 완도고등학교와 완도중앙초등학교, 학원이 있어 하교 시간이나 주말에는 학생 손님으로 매번 붐빈다. 피자, 샌드위치, 컵밥 등 식사 종류가 많은 이유기도 하다. 또 친근한 부부 사장님이 있어 졸업 후에도 찾아오는 단골이 많다. 언제나 이야기가 맴도는 사랑방인 셈이다.
여행자에게는 밤늦게까지 여는 소중한 공간이다. 영업시간이 길고, 메뉴도 많아 활용법이 다양하다. 아점으로는 커피와 리코타 에그 샌드위치를, 간단한 점심으로는 컵밥을, 오후에는 패션후르츠 에이드가 좋겠다. 5년째 운영 중인 호호카페의 또 다른 매력은 사장님의 열정이다. 메뉴 개발에 꽤 진심이다. 최근에는 3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의 피자를 출시했다. 토마토소스가 발린 일반 피자가 아닌 버터 향이 풍부하고 고소한 치즈가 듬뿍 들어간 페이스트리 피자다. 달콤한 꿀을 더해 식사로도 후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끝이 없는 전복의 길 : 대성회식당
전복 요리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대성횟집으로 향하자. 어머니의 손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남매가 운영하는 곳으로, 전복을 활용한 거의 모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완도가 처음이라면 회, 전복장, 찜, 물회, 버터볶음, 전가복, 매운찜, 죽 총 8가지 전복 요리가 나오는 풀코스가 제격이다. 작은 반찬부터 물회 육수까지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 정도로 요리에 대한 애정이 크다. 특히, 전복 내장 소스를 활용한 전복버터볶음은 일반 버터구이와의 비교를 거부한다.
또 전복과 문어, 가리비가 들어간 ‘전·문·가’ 전골도 눈에 띈다. 애주가인 주인장이 본인을 위한 국물 요리를 고민하다가 탄생한 음식이다. 얼큰하면서도 개운한 국물, 풍성한 해물과 채소 등의 술안주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통통한 문어, 탱글탱글한 전복, 쫄깃한 가리비, 배추, 팽이버섯, 청경채 등을 다 건져 먹고 수제비, 라면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얼마나 자신 있냐면 술 한 잔 마시러 오는 현지인에게는 웬만하면 이 메뉴를 추천하는 정도다.
●명품 조연이 완성한 식사 : 해궁횟집
우리는 흔히 생각한다. 터미널과 공항 등 교통 플랫폼 근처 식당은 맛이 그저 그럴 것이라고. 해궁횟집을 만나기 전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 이곳은 다르다. 식당은 완도와 제주를 잇는 완도항 여객선터미널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다. 확실히 기억해야 할 메뉴는 전복뚝배기, 전복비빔밥, 갈치조림, 전복물회, 돌게장백반이다. 맑은 국물의 전복뚝배기는 제주도를 잊게 하고, 잘 삶은 전복이 올라간 비빔밥은 해조류가 더해져 완도의 맛을 느끼게 한다. 이용하는 전복도 15미짜리로 실한 편이다. 1마리로 부족하다면 전복 2마리가 올라가는 특 메뉴를 주문하면 된다. 갈치조림과 물회, 돌게장백반은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맛이 깊다.
10~12가지의 밑반찬도 놀랍다. 전라도에선 반찬 숫자를 내세우진 않지만, 맛은 별개다. 이곳의 반찬은 하나하나 주연급이다. 각종 김치는 물론, 삶은 감자처럼 보이는 감자조림에서도 내공이 드러난다. 일단 맛을 보면 아침 배를 타는 사람들이 왜 해궁횟집에서 식사하는지 바로 이해하게 된다.
●완도의 밤은 저물지 않는다 : 한국관
30년 동안 완도를 지켜 온 완도 대표 한정식 전문점이다. 지역민들이 중요한 손님을 모시거나 상견례 등 중요한 날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 중 하나다. 밥상을 보니 허튼 말은 아니다. 푸짐, 넉넉 같은 수식어보다 상급의 표현이 필요해 보인다. 그만큼 많은 양의 음식이 준비되는데, 동시에 하나하나가 메인급이다. 임금님의 수라상이 전혀 부럽지 않다. 청해진(4인 코스요리)을 주문하면 회(병어·돔·오징어 등 제철 재료 활용) 3종, 전복회, 육회, 가오리찜, 홍어삼합, 과메기, 톳 무침, 잡채, 새우구이, 계란찜, 떡갈비, 장어구이, 생선구이, 누룽지탕, 밑반찬 13~15가지 등 30가지 이상의 접시가 놓인다. 저녁 내내 술잔을 주고받아도 되고, 즐거운 이야기로 완도의 저녁을 찐하게 보낼 수 있는 환경이다.
또 한국관은 원조 이모카세 식당이다. 단골들은 메뉴판을 보기 전에 주인장을 먼저 찾아 ‘알아서 주세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손님들의 취향과 오늘의 재료를 잘 조합한 밥상을 올리니 다시 찾아오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음식은 만드는 이를 닮아요 : 빙그레식당
완도 생선구이를 논할 때 이곳을 빠트릴 수 없다. 빙그레식당은 그 정도의 위치다. 식당을 찾아오는 이도 원체 많은데, 메뉴판 한편에 포장 메뉴가 자리하고 있을 만큼 포장 손님도 많다. 일단 맛을 보면 그 자리에서 재주문하는 진짜 맛집이다.
비법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꾸준한 게 가장 어려운 법. 완도 바다에서 잡히는 신선한 생선을 매일 구매하고, 매일 손질하고 간을 해 정성스레 굽는다. 우럭, 도미, 쏨뱅이, 농어, 병어, 갈치 등 그 시기에 가장 맛있는 생선으로만 추린다. 파래, 가시리 등으로 끓여 낸 갯국(해초된장국)도 매력 포인트다. 마른 표고, 뻘게, 대파, 다시마, 양파, 무 등으로 육수를 내고, 보길도와 마한도 등 완도 섬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딴 해초를 넣는다. 모든 재료가 완도와 연결돼 있다. 게다가 이곳 밥상은 온화한 미소를 띤 주인장의 성품을 닮았다. 생선구이와 전복구이, 전복죽, 그리고 반찬 모두가 자극적이지 않아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오늘 단백질 충전 완료 : 해돈
완도에 왔다고 전복과 해산물만 계속 먹을 수 없는 노릇. 다른 음식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싶다면 해돈을 권한다. 해돈은 돼지고기와 솥밥, 밑반찬을 넉넉하게 차려 주는 오션뷰 고깃집이다. 요즘 삼겹살이 금값인데 해돈은 1인분에 200g을 고수하고 있다. 가격도 합리적인데, 생삼겹 3인분과 전복 5마리, 표고버섯 5개가 나오는 3인 세트가 1인 1만8,000원이다. 두툼한 껍질을 살려 씹는 맛이 좋은 두껍삼겹과 한우(살치살·갈비살)도 준비돼 있다. 또 주인장이 전복 유통업을 겸하고 있어 전복장, 전복회 & 찜 등 전복 메뉴도 곁들일 수 있다.
점심에는 전복솥밥 수육정식, 버섯솥밥 수육정식, 숯불제육솥밥 등 솥밥 메뉴(2인 이상, 오후 7시까지 판매)가 인기다. 갓 지은 밥과 보쌈, 전복장, 생선구이 등 다양한 단백질이 제공된다. 밥 한 그릇으로는 어림도 없다. 참, 전지훈련을 위해 완도를 찾는 많은 운동부가 이곳에서 식사한다. 푸짐함을 증명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증거는 없을 것이다.
●찾았다, 라이징 스타 : 두식이네해물
로컬 재료가 젊은 감각을 만나 꽃을 피웠다. 두식이네해물의 멸치솥밥이 그 주인공이다. 한 그릇의 솥밥일 뿐인데 전복 음식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 사용하는 멸치부터 특별하다. 전통어업 방식인 낭장망으로 잡은 멸치를 완도에서 공수한다. 완도에서 잡고, 완도에서 바로 소비하니 신선함이 남다르다. 게다가 낭장망 멸치는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돼 있고, 백화점 위주로 납품되는 고급 멸치로 유명하다.
이 멸치로 솥밥을 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멸치 특유의 향이 솥밥에 가득 배 있고, 따로 간을 하지 않았는데도 감칠맛이 강하다. 밥만 먹어도 맛있고, 고소한 참기름으로 맛의 변주를 줄 수 있다. 이 밖에 새콤달콤한 완도전복무침, 얼큰한 완도전복해초라면 등도 추천한다.
완도해양치유센터 안에 식당이 있어 해양치유 프로그램 체험 중 찾아오면 딱이다. 해양치유와 로컬 밥상으로 근사한 완도 여행이 완성되는 셈이다.
●맨발 걷기의 성지 :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완도를 너머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가 길이 3.8km, 폭 150m 규모로 펼쳐져 있으며, 청록색의 바다가 아름다움을 더한다. 게다가 명사십리해수욕장은 환경, 안전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수여되는 블루 플래그(BLUE FLAG) 인증을 6년 연속 받았다. 완도의 청정해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게다가 이곳 바닷물은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부병과 피부 노화에 효과가 있고, 공기 비타민으로 불리는 산소 음이온 발생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어싱(Earthing, 맨발걷기) 명소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효험을 톡톡히 보는 이들이 많은데, 여행차 명사십리를 찾았다가 근처 펜션에서 몇 달을 묵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완도의 바다가 그만큼 맑고 깨끗하다. 참, 해변 이름은 모래사장의 길이가 아닌 우는 소리가 십리(약 3.9km) 밖까지 들린다고 해서 ‘울모래’ 또는 ‘명사십리’로 붙여졌다.
●새로운 랜드마크 : 완도해양치유센터
완도 바다는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이 있다. 국내 최초의 해양치유센터인 완도해양치유센터(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해양치유’라는 개념이 낯설 수 있는데, 해양기후(해풍·해양에어로졸), 해양생물(해조류·전복), 해양광물(갯벌·모래·소금)을 활용한 치료법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과 의료기관 등을 통해 효과도 입증되고 있다.
센터는 명사십리해수욕장이 보이는 딸라소풀(수중운동·수압마사지 등), 해조류 머드랩핑, 명상풀, 해조류거품테라피, 저주파테라피 등 해수를 이용한 16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개인별 건강 상태를 바탕으로 맞춤형 관리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지역민과 전국에서 많은 여행자가 찾을 정도로 입소문도 났다.
해양치유센터는 완도 여행의 마지막 조각이다. 4~5일 여행 일정의 완성도가 부쩍 높아졌으니 말이다. 모범음식점과 완도읍 관광지를 중심으로 2박3일 식도락 여행을 즐기고, 신지면 명사십리해수욕장과 해양치유센터를 오가며 푹 쉬어 가는 계획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보길도와 청산도 등 인근 섬으로 탐구 영역을 확장하면 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 취재협조 완도군청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