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술술 들어가는 충무로 인현시장맛집 5

힙무로. 멋있고 매력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힙(hip)에 충무로를 합친 단어로, 충무로 일대의 달라진 모습을 대변한다. 말 그대로 충무로가 달라졌다. 더 이상 한국 영화 산업의 메카이자 인쇄소 골목으로 유명했던 그 충무로가 아니다.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을지로 상권이 충무로까지 확장되며 덩달아 주목받게 된 것이 시작이다. 충무로 골목 구석구석까지 다양한 신상 가게들이 자리잡고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들과 어우러지며, 충무로 상권도 과거와는 아예 다른 새로운 모습을 띄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 힙하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뒤섞여 평냉을 즐기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탈리아 현지의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한 에스프레소바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낀다. 밤이면 회식 테이블로 가득한 노포 고깃집과 태국 야시장을 그대로 이식한 듯 이국적인 분위기의 주점이 한 블록에서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중에서도 충무로 인쇄골목 한 켠에서 만날 수 있는 인현시장은 현대적인 빌딩 건물 숲 사이에 자리해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인현시장은 1950년대 즈음에 자연 형성된 시장으로 약 75년의 역사가 있지만, 인근 세운상가가 들어서며 다소 축소되어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자리에서 오랜 세월 영업을 해오며 인근의 인쇄 노동자나 영세 상인,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친근한 공간으로도 사랑받아 왔다. 최근엔 청년 장사꾼과 예술인들이 인현시장에 현대적인 감각을 십분 살려 오픈한 여러 신규 매장과 노포가 곳곳에서 조화를 이루는 재미있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양한 포토존을 갖추고 클럽처럼 운영되는 주점부터 대화 금지 컨셉의 독특한 뮤직바 등 을지로 포함 다른 핫플레이스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 명소들이 오픈하며 힙무로에 재미와 희소성을 더하고 있다. 오직 충무로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귀여운 모양의 빵을 취급하는 신상 베이커리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작년 국민적 인기를 자랑하며 열풍을 일으킨 흑백요리사의 출연 셰프들이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옛 서울의 모습이 남아있는 노포부터 현지 감성 가득한 이국적인 음식점까지, 골목마다 숨어든 보석 같은 공간들로 재미 가득한 보물찾기를 느낄 수 있는 곳. 한 동선 내에서 이만큼의 다양하고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확실히 힙무로라는 별칭에 걸맞는 힙플레이스, 충무로의 힘이다.

이번 주 소개할 장소들은 바로 이 충무로 인현시장 뽀개기의 필수 코스로 뽑히는 명소들로 준비해 보았다. 힙무로에 어울리는 개성 넘치는 맛과 분위기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고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식당들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매력의 충무로 투어를 한결 풍부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1. 술을 부르는 맛없없 안주들의 향연, ‘진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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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더분한 분위기에서 해물 위주의 맛있는 안주와 술을 즐기기 좋은 집. 인현시장 주점 골목을 대표하는 전통 주점으로 시즌마다 달라지는 제철 해물 안주류와 파전 등의 간단한 안주류를 두루 취급한다. 회와 조림, 구이부터 짜파게티 같은 식사류까지 전반적으로 술과 먹으면 딱 들어맞는 간과 투박한 듯 섬세한 맛이 일품. 대표 메뉴 ‘병어조림’은 별 거 없이 적당히 칼칼한 국물에 통통한 병어 몇 마리 담아 은근하게 조려낼 뿐인데도 맛은 단순하지 않다. 국물을 한 가득 머금어 더욱 촉촉해진 살점은 입에 넣는 순간 몇 번 씹어 볼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녹아 내린다. 뼈째 썰어 곱게 담아 내는 ‘병어 세꼬시’는 꼬독한 식감, 씹을수록 우러나는 고소함에 한두번 씹고 삼키기는 아까운 맛이다. 기본 안주로 제공되는 찰순대와 간은 본격적인 술자리에 앞서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우게 만드는 별미로 유명하다. 이 외 계절과 수급 상황에 따라 취급 여부가 달라지는 다양한 제철 해물 안주류도 심플하게 살려낸 원물 맛에 절묘한 맛내기로 술만 만나면 잔 비워 내기 바쁘다. 시끌벅적한 인현시장 감성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하는 옛스러운 내부 공간도 매력적이다. 충무로 인현시장 골목 안에서 푸짐하고 보장된 맛의 안주와 함께 편하게 술 한 잔 하기 좋은 2차 명소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중구 마른내로6길 34

▲영업시간: 월-토 14:00 - 23:59, 일요일 휴무

▲가격: 병어조림 3만원(변동 가능), 병어회 3만원(변동 가능)

▲후기(식신 얌얌222): 술 좀 마신다는 술꾼들이라면 이집을 모를리 없지~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폭발하는 병어조림 양념은 서울 1티어 인정해줘야 합니다. 부들부들한 병어살 너무 맛있어요!!

2. 향신료 풍미가 매력적인 이색 주점, ‘실비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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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 컨텐츠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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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주인장이 운영하는 충무로 실비집. 얼핏 보면 평범한 한식 주점 같지만 중국 현지의 불맛과 향신료 터치를 제대로 살려낸 한국식 안주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반찬류를 제외하고는 김치찌개, 오뎅탕처럼 지극히 평범한 소주안주로 보이는 메뉴조차 중국식 포인트를 더해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형태로 낸다. 그 중에서도 식당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최고 인기 메뉴는 ‘닭날개구이’. 살점 넉넉히 붙은 닭날개를 쯔란 등의 중국식 양념으로 가볍게 버무려 튀기듯 구워, 비주얼부터 맛까지 흔한 닭날개 구이와는 확연히 다르다. 전분물 묻혀 구우며 생긴 튀김 날개의 식감부터 불향과 향신료 풍미가 더해진 오묘한 맛까지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중독적인 맛이 좋다. 때문에 어느 순간 체면은 내려 두고 손가락 빨며 전투적으로 먹게 된다. 중국의 향기를 아주 살짝 더해, 안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다 싶은 짭조름한 간으로 빠르게 볶아내는 ‘계란당면볶음’은 개성과 맛 모두 수준급이라 할 만하다. 양꼬치보다는 살짝 가벼운 정도의 쯔란 맛을 입혀 볶은 ‘즈란오돌뼈’는 첫 인상은 쯔란이 들어가는 이름에 비해 삼삼한 대신 물리지 않아 천천히 오래도록 소주에 곁들이기 좋다. 한식과 중식이 만난 독특한 안주류를 다양하게 경험하기 좋은, 인현시장 이색 주점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중구 마른내로6길 14

▲영업시간: 월-토 11:00 - 23:00, 일요일 휴무

▲가격: 닭날개구이 1만2000원, 계란당면볶음 1만2000원, 즈란오돌뼈 1만2000원

▲후기(식신 엽기오뎅볶이): 중국풍의 다양한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이색 주점! 한식인데 중식 같으면서도 또 한식 같은 안주들이 전부 맛있어요 특히 향신료 좋아하는 분들은 꼭 가보셔야 되는!

3. 맛, 감성, 가성비까지 갖춘 노포, ‘충무로 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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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 시장 입구에 들어서기 전 소담하게 자리하고 있는 전통 주점. 동그랑땡, 고추전, 깻잎전, 두부전, 동태전, 김치전까지 6가지 전이 푸짐하게 제공되는 모듬전이 대표 메뉴. 대단히 특별하거나 새로울 것은 없지만 오래도록 충무로 거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답게 모자람도 없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주문 즉시 부쳐 내는 전의 맛만으로도 막걸리 몇 병은 순식간에 비우게 만든다. 가성비와 푸짐함도 독보적이다. 모듬전 하나를 주문하면 한 접시에 몇 가지 전이 조금씩 나오는 것이 아닌 몇 개의 접시에 걸쳐서 구성에 포함된 전들이 푸짐하게 제공된다. 돼지고기 넉넉히 넣어 거칠게 부쳐 내는 녹두전은 아끼지 않은 재료로 한 눈에 봐도 두툼한데 셋이 먹어도 될 정도로 널찍함도 상당하다. 빠른 속도로 살짝 지져내는 고추전도 훌륭하다. 듬뿍 채운 고기에 완전히 죽지 않은 고추의 아삭함이 어우러져 큼직한 사이즈에 어울리는 풍부한 식감을 뽐낸다. 정감 가는 간판과 술맛이 절로 나는 친근한 인테리어도 빼 놓을 수 없다. 인근 상인, 주민들 사이에서 사랑 받으며 여전히 한 자리에서 성업 중인 이유가 있는 전집. 최근 들어서는 힙무로 붐을 타고 젊은 층의 방문이 이어지며 SNS 상에서 충무로 투어 중 들르기 좋은 착한 노포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착한 가격에 맛 좋은 전을 다양하고 푸짐하게 즐기기 좋은, 클래식한 분위기의 충무로 전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중구 충무로2길 31-2

▲영업시간: 매일 17:00 - 23:00

▲가격: 모듬전 2만6000원, 고기녹두전 1만6000원, 고추전 1만4000원

▲후기(식신 533456): 정감 가는 분위기에서 여러가지 맛있는 전을 푸짐하게 먹기 좋은 전집입니다. 전형적인 옛날 분위기의 전집으로 충무로 노포 감성을 즐기며 가볍게 한 잔 하기도 좋아요. 모듬전 구성 정말 좋고 양도 진짜 많아요.. 강추!

4. 이국적인 터치가 가득한 차세대 돼지 요리, ‘저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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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에 흑수저 셰프로 출연한 바 있는 이준호 셰프의 무국적 식당. 중동에서 경력을 쌓고 이태원에서 중동풍 이색 버거 전문점 ‘더티스낵’ 등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익숙한 돼지고기 요리에 이국적인 터치를 입혀 선보인다. 대표 메뉴 ‘돼지쌀국수’는 삼겹살과 다양한 돼지 부속까지 푸짐하게 담은 고기쌀국수에 고수와 레몬즙을 더한 퓨전 요리. 제주도 고기 국수를 연상시키는 익숙한 풍미로 다가오다가 조금씩 색다른 향미가 존재감을 비치고 종국에는 잘 어우러진 깔끔한 맛이 약간의 여운만 남기며 사라진다. 작은 한 그릇 식사 메뉴지만 여러 요소로 구성된 복합적인 맛의 레이어를 섬세하게 설계해 담아낸, 참신함과 퀄리티를 모두 잡은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셰프의 추천대로 호이신 소스와 스리라차 소스를 곁들여 과감한 변주를 더해 즐기는 맛도 별미. 면보다 밥이라면 ‘특돼지국밥’도 좋다. 똠얌꿍을 떠올리게 하는, 구수함에 산미가 적절한 비율로 녹아든 국물이 돼지국물을 선호하지 않는 이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산뜻하고 조화롭다. 밥이나 면에 추가해 먹기 좋은 사이드 메뉴로 야들야들하게 삶은 가브리살에 미나리와 마늘을 곁들여 내는 맛보기 수육도 준비되어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투박한 듯 정교하게 잘 조합해낸 다양한 돼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충무로 신상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중구 퇴계로41길 31

▲영업시간: 월-토 11:00 - 17:00, 일요일 휴무

▲가격: 돼지쌀국수 1만1000원, 특돼지국밥 1만원, 맛보기 수육 1만원

▲후기(식신 오린지5♥︎): 동남아음식 같기도 하고 중국음식 같기도 한 돼지국밥이 맛있는 집입니다. 찾아보니 흑백요리사 나오셨던 셰프님이라고 하더라구요 확실히 개성도 있고 맛도 좋아요 양도 엄청 푸짐한 편입니다 저는 추천드립니다!

5. 푸짐하게 즐기는 마성의 통오징어, ‘복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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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국물의 통오징어 요리로 유명한 충무로 대표 맛집. 탱글탱글한 통오징어 한 마리와 미더덕, 민물새우 가득 넣어 낸 개운한 국물까지 일품인 ‘해물통오징어’는 근방 직장인들 사이에서 해장용으로도 안주로도 완벽한 소울푸드로 통한다. 큼직한 사이즈의 오징어에 이리 등의 부재료도 듬뿍 담아 먹어도 먹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양도 푸짐한 편. 점심 시간에만 주문 가능한 ‘불오징어’도 매력적이다. 매콤하면서도 뒤끝 없는 깔끔한 양념에 물기 없이 빠르게 볶아낸 오징어가 공기밥 몇 그릇은 금방 비워 내고도 남는다. 밥으로도 모자라 소주를 부르는 맛으로 낮술까지 부른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저녁 시간에는 안주용 메뉴로 차돌과 떡, 각종 야채까지 더해 한결 푸짐하게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서비스로 제공되는 우동사리까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양념에 건더기까지 일부러 적당히 남겨 우동면에 비벼 먹으면 식사 마무리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괜히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이 아닌, 꼭 한 번 들러 볼 가치가 있는 충무로 대표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중구 퇴계로 235

▲영업시간: 평일 10:30 - 21:00/토요일 10:30 - 20:00, 일요일 휴무

▲가격: 해물통오징어 1만3000원, 점심 특선 불오징어 1만3000원, 저녁 불오징어 3만8000원

▲후기(식신 418190): 맛있으면서 얼큰해요!!! 통통한 오징어가 굿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