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의 감자가 그 감자?
쨍쨍하게 더웠다가 비가 주룩주룩 내리다가하는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입니다. 입추가 지나면서 조금은 시원해지는듯 하더니 이내 다시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더위에 몸까지 녹아내려버릴 것만 같아 길에도 에어컨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다 하고는 합니다. 8월의 반을 조금 넘은 지금, 여전히 집 밖은 위험해! 정말 정말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여름은 봄에 씨를 뿌린 과일들과 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뜨거운 햇빛에 아마 벼들도 고개를 점점 숙이며 자라고 있을테지요. 이번에 소개하는 8월의 제철재료 역시 봄부터 튼튼히 자라 영양분을 저장해 놓은 작물입니다. 아마 듣자마자 아아~ 하면서 반가워 하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물론 저도 포함됩니다.
8월의 제철재료 감자
참 감자만한 것도 없습니다. 밀, 보리,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의 4대 작물로 불리는 감자. 포실포실 하면서도 부드럽고,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는 효자작물.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먹을 것이 없었던 시기에도 서민들의 곁에 늘 함께 해주던 작물입니다. 삶고 굽고, 볶고, 튀기고 어떻게 조리해도 맛있는 감자. 에디터 개인적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해줬으면 하는 제철재료입니다.
김동인의 '감자' 표지 |
대한민국에서 수능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법한 김동인 작가의 ‘감자’. 이 작품에서 감자는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등장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던 ‘복녀’가 ‘왕서방’의 밭에서 몰래 감자를 캐다 걸려서 첩 노릇을 하게 되고, 그 돈으로 남편과 생계를 이어나 갈 수 있다며 좋아합니다.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에서는 점순이가 애정의 표시로 ‘느이집엔 이런 거 없지?’ 하며 감자를 건네기도 합니다.
색깔도 모양도 다양한 감자들 |
감자에는 우리가 먹는 감자 말고 색깔도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감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전세계에는 감자의 종류만 무려 4천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감자는 색과 형태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데, 색에 따라서는 흰감자, 붉은 감자, 자주감자로 나뉩니다. 땅이 넓은 미국의 슈퍼마켓에 가면 지역마다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감자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어느 기후에나 잘 자라는 품종들을 제외하고도 각 나라의 기후와 조건에 맞는 감자들이 개발되어 생산되고 있으며, 요리하는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감자도 제각각입니다.
감자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이기 때문에 동서양 모두의 대표적인 비타민 작물로 손꼽힙니다. 감자는 다른 채소에 비해 ‘비타민 C’가 월등히 많은데, 가열하면 비타민이 사라지는 과일과 다르게 가열해도 감소하는 비타민이 덜하고 다른 영양소도 풍부해 ‘밭 속의 사과’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돼지감자 |
우리나라는 하지감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요,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감자를 심고 여름으로 접어드는 하지 무렵인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수확하기 때문에 하지감자라고 불립니다. 하지감자는 보슬보슬한 느낌의 감자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따뜻한 봄햇살에 영양분을 저장해두고 있던 감자가 일교차가 큰 밤에는 뿌리로 그 영양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즈음 수확하는 감자에는 분이 많아 유난히 포슬거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주감자’라고 불리는 ‘돼지감자’는 갸름한 모양에 껍질색이 자줏빛인 감자입니다. 벌레나 자연재해에 강하고 익혀도 부스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돼지감자는 특유의 달큼한 맛 덕분에 잘 말려서 차로도 즐길 수 있는데, 최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효능이 알려지면서 많이들 찾는 편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감자를 구입하려면 감자의 표면에 흠집이 적으면서 매끄러운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무거우면서 단단한 것이 오래 보관하기에도 좋습니다. 싹이 나거나 녹색 빛깔이 도는 감자는 오래된 감자일 가능성이 높으니 피하는 것이 합니다.
감자는 공기에 닿으면 갈변되기 때문에 요리 직전에 깎아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껍질을 깐 감자는 찬물에 담궈 물기를 뺀 후에 물기를 제거하고 비닐봉지나 랩에 싸서 냉장보관 해야 합니다. 감자는 수확하고 3개월까지는 휴면기간으로 싹이 나지 않지만, 그 이후에는 싹이 나면 독소인 솔라닌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싹을 칼로 도려내고 사용해야 합니다. 싹을 도려내면 먹을 수는 있지만 영양분이 손실되기 때문에 유통기한내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감자는 흙이 묻어 있는 그대로 바람이 잘 통하는 음지에서 일주일 정도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감자와 사과 한 두알을 함께 보관하면 에틸렌이라는 성분 때문에 싹이 나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감자탕의 감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감자가 맞을까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가 먹던 감자탕은 당연히 포슬포슬한 감자가 많이 들어가 있어 감자탕인줄 알았습니다. 돼지 뼈 부위에 ‘감자’라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요. 그럼에도 감자탕이라고 불리는 이유에 대해서 이처럼 두가지 설이 있습니다. 뼈다귀 부위에 소위 ‘감자뼈’ 라고 불리는 척추뼈의 한 부분이 들어가 있어 감자탕이다라는 설과 국물의 구수함과 걸쭉함을 살리기 위해 감자를 넣기 시작했다는 설입니다. 결론적으로 왜 감자탕이 감자탕인지는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감자든 보글보글 끓는 감자탕에 소주 한잔을 걸치면 그것만큼 또 좋은 하루가 없겠죠?
날씨가 참 많이 덥습니다. 덥다고 에어컨 밑에만 있으면 머리도 아프고 냉방병에 걸릴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밖에 나가기에는 몸을 감싸는 뜨겁고 습한 공기에 엄두가 나지 않지만요. 그럴땐 그냥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에 시원한 물김치를 들고 선선한 산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밝은 햇빛에 한껏 우거진 나무와 계곡이 힘든 여름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겁니다.
다음 번에는 감자를 이용해 맛있게 요리하는 곳들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시원하게 버티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