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육을 먹는 마지막 세대
어릴 적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애니메이션 속 ‘태양탑’의 존재를 기억하시는 몇 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코난의 활약으로 태양 에너지의 활용이 가능해지자 태양탑은 태양 에너지와 플라스틱을 이용해 사람들을 위한 식량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는 참 속 편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1. 석유와 먹을거리
미래 에너지와 식량을 만들어내기 위한 다음 기술은 개발 자체는 끝났지만, 양산에 문제가 있어 아직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 식물을 거치지 않은 포도당 합성 과정: 대규모 시설 구축이 문제라 미 해군은 클로렐라를 이용한 바이오 디젤을 개발 중입니다.
- 식물을 거치지 않은 석유 합성: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닥 안 비싸 보이지만 제조 원가가 1L에 2,000원이라는 고비용과 미국산 셰일가스, 그리고 좁디좁은 300m짜리 니미츠급 항공모함에 설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설비들의 부피 때문에 미 해군이 도입을 포기했습니다.
- 달팽이를 이용한 ATP 기반의 발전기: 상용화되면 다이어트 제품/식품 시장은 초토화됩니다(효율은 상관없으니 제발 상용화해주세요).
왜 먹을 거 이야기하는데 석유 이야기하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 있지만, 석유 없이는 그 어떤 식량 생산도 안 됩니다. 비료 생산, 재배, 운송, 냉장 등등… 우리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먹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석유를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실험실에서는 언제나 잘 동작하지만, 문제는 시연이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크고 연속적으로 동작시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입니다. 초호기가 양산기보다 성능이 좋은 건 공돌이 세계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2. 배양육
배양육이라는 이 개발품은 개발 당시부터 말이 많았습니다. 식량 생산하는 여러 메이저 회사들이 있고, 이들이 연구 개발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도대체 누가 이런 거에 돈을 대느냐고요.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음모론의 뒤에는 채식주의자 그룹(?)이 연구비를 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동물을 죽이는 건 윤리적으로 부담스럽지만, 고기는 맛이 있으니까. 또한 실험실 배양 고기는 다음 이유에서 정말로 필요합니다.
2.1. 현재 30억 인구와 앞으로 늘어날 110억 인구를 먹여야 한다
중국과 인도는 현재 알리페이 등을 이용한 전자화폐로의 전환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탈세라는 범죄가 사라지고, 블랙 마켓이 사라지며, 국가 재정이 급속도로 늘어납니다. 결제가 투명해지기에 각 기업은 장사하기 쉬워지며, 좋든 싫든 나라의 경제가 성장해 가면서, 정말로 고기가 부족해집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도 소고기를 안 먹는다는 것이지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아니기에 현재의 수십 배 규모로 고기를 먹어갈 예정입니다.
주변을 보시면 알겠지만, 1950년 한국전쟁을 겪은 분들도 아직 상당수가 생존해 있습니다. 전쟁과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기아 따위는 사람을 죽일 수는 있어도 빨리 자연사하지는 못하게 만듭니다. 거기에 안정된 사회, 출산율은 줄어들지만 보건 서비스의 발달로 죽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진지하게 무엇을 먹고살지 고민해야 합니다.
앨런 새이버리(Allan Savory)의 TED 강연 ‘세상에 있는 사막을 푸르게 만들고 기후 변화를 되돌리는 법’에서 말한 방법도 있지만 초지에 대규모 초식 동물을 방목하는 작업이 얼마나 채산이 맞을지는 궁금해집니다.
2.2. 맛없는 채식주의
2050년 지구의 110억 인구를 먹여 살리는 방법은 소일렌트 그린이 아닙니다. 소일렌트 그린은 원재료의 품질이 제각각이며, 중금속 수치가 너무 높아 처리비용이 과다하게 높으며, 식용에는 부적합합니다. 또한 대안으로 여겨지는 저가 단백질인 곤충은… 팔리지 않을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마지막인 채식주의는 인도에 사는 수많은 사람처럼 잘 교육하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만, 2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 맛이 없습니다. 지금 대체 식량으로 개발된 물건들이 심각하게 맛이 없다는 것이죠. 칼로리나 영양학적으로는 클로렐라가 제일이지만, 클로렐라의 맛은 정말 상상도 하기 힘듭니다. (클로렐라로는 바이오디젤이나 만듭시다)
- 부족한 맛을 보충하려면 지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다하게 기름을 많이 사용합니다. 따지고 보면 채식만으로 이루어진 음식이 칼로리 측면에서는 건강하지도 않습니다.
2.3. 배양육의 세일즈 포인트
배양육은 고기 맞고, 육질과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고기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마블링을 위한 지방 줄기세포를 제작해서, 패티 만들 때 섞거나 3D 프린터를 이용해서 뿌려버리는 방법을 다들 연구 중입니다. 거기에 기업들이 좋아할 요소가 가득합니다.
- 기생충 없음
- 항생제 없음
- 성장호르몬 문제없음: 현재도 동물에 투여되는 성장호르몬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에서는 아이들의 초경 연령이 9살로 떨어지면서 규제를 했다지만 네덜란드의 평균 178cm라는 키는 유제품을 많이 먹어서일까요, 아니면 유제품에 들어간 성장호르몬 때문일까요?
- 유전자 조작 문제없음: 일단 당분간은 인기 있는 소, 돼지 품종을 먹을 것이고, 유전자 조작된 가축들의 고기를 먹고자 시도하는 용감한 사람들은 그리 없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 광우병 문제없음: 공장을 어지간히 더럽게 만들지 않으면 이런 문제는 발생할 수 없습니다
‘잘못된 상품은 환불/교환 가능함’을 표현하기 ISO9001 준수라고 써놓습니다. (해주기 싫다는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21세기에는 고기에 대장균이 검출되었다고 고상하게 표현하지만, 19세기에는 고기에 똥 섞였다고 표현했습니다.
법률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소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아서,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오토 폰 비스마르크
21세기 현재에도 햄버거 패티 같은 저가 육가공품들은 제조 공정 자체가 의외로 위생하고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햄버거 패티는 뼈에 붙어있는 고기를 고압의 물줄기로 뜯어내고, 긁어낸 다음 암모니아를 비롯한 이런저런 화학약품(?!)을 부어 살균처리를 하기에 문제가 될 부분은 의외로 많습니다. 배양육은 시장에 나오면 성공합니다.
3. 배양육이 만들어낸 상상하지 못한 문제들
실험실 배양 고기의 큰 윤리적인 문제점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이고 이에 대한 대답은 우리 세대에 나오지 못할 철학적인 문제로 가득합니다.
- 인간은 살아있는 것을 죽여서 고기를 먹는 것이 맞는가?
- 인간이 생태계의 라이프 사이클을 벗어나는 것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충격을 줄까?
- 지금의 공장식 축산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동물 버전이고, 인류는 1년에 닭 500억 마리, 소 10억 마리를 잡아먹는데, 이 수용소를 유지하는 것과 수용소를 폐지하면서 동물을 아예 멸절시켜버리는 것이 옳은 것인가?
- 고기 생산이 농민, 축산업 종사자가 아닌 무인 기계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이로 인한 제3세계의 실업자 증가 및 고용 충격을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가?
- 인간의 면역 시스템은 타자, 외부의 바이러스와 세균의 존재가 있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진 것인데, 이들이 사라지게 되면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에 고생하는 환자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 단백질 섭취 효율을 높이는 연구는 결국 인육을 생산, 판매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3.1. 실업자와 정부 붕괴
2010년에 러시아가 흉작을 겪으면서 아랍 국가들이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시행하던 밀값 보조금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고 91%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91% 상승이니 1kg에 200원 하던 밀값이 400원으로 뛰면, 월급 10만 원 받는 아랍국가에서는 굶어 죽으란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농민은 흉년과 식량 가격 상승으로 빈민이 되었고, 2010년에 발생한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안 되어 시리아 내전과 ISIS, 그리고 2018년 제주도에 예멘 난민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인구의 5% 미만이 농업에 종사합니다. 평균 연령도 60~70세이기 때문에 연금을 주면서 축산업 소멸의 충격을 버틴다는 선택지를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뉴질랜드, 호주, 아르헨티나 같은 축산업 국가에 있죠. 농민들에 대한 직업 재교육 및 2~3차 산업으로의 전직이 불가능한 나라들은 이러한 충격을 견딜 수 있을까요. 많은 인구를 먹이고자 개발된 기술이 인간을 줄이는 데 더 공헌하는 것은 아닐까요.
3.2. 식인
희귀한 동식물을 먹었을 때 몸에서 열이 나는(힘이 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면역 체계가 이들 영양소에 적응하지 못해 생겨나는 면역 질환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단백질 섭취 효율을 높이는 연구는 결국 인육과 비슷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소화기관이 분해를 덜 해도 되고, 종간 장벽이 없어 흡수 효율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까놓고 사람의 줄기세포를 직접 쓰느냐, 아님 소고기의 DNA를 바꾸다 보니 사람과 유사하게 되느냐 수준의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케팅 요소는 차고 넘칩니다. 불교계처럼 시주받은 거면 모를까, 오신채도 안 먹는데 배양육이라고 먹을 거 같으냐고 하면 모를까, 이건 꽤 골 아픈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4. 동물을 죽여서 고기를 먹는 마지막 세대
헬스 보충제 시장에서 바디빌딩하는 분들은 유청 단백질을 사 먹기도 하는데, 멜라닌을 섞는다든지 품질을 속일 방법은 너무 다양했습니다. 이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극단적으로 모유를 직구해서 먹는 트레이너도 있는 형편입니다.
전투기가 고작해야 100~200대 생산하면 단가가 60% 가까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무인 공장에서 대량생산될 소고기는 패티 1장의 단가가 1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D 프린터로 스테이크를 뽑아낸다면 아마 시장의 변화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아마 고기, 천연육을 먹는 마지막 세대일 가능성이 큽니다.
필자 경민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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