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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생으로, 말려서, 쪄서…톳의 레벨업'

뉴스1

전호제 셰프. ⓒ News1

바다가 바로 앞인 제주 동문시장에는 과일과 생선을 구매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들곤 한다. 하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도민들이 가는 시장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제철에 나는 바다 해조류를 볼 수 있다. 겨울부터 초봄까지는 톳을 한 아름 팔기도 하고 사슴뿔 모양의 청각도 눈길을 끈다.


제주에서 톳은 예전부터 구황작물 역할을 했다고 한다. 미역만큼 자주 볼 수 있는 해초였다. 직원 식사로 주문하던 반찬가게에서도 톳무침, 톳냉국이 나오곤 했다. 젊은 직원들은 톳이 나오면 그대로 남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 모습을 볼 때면 아무리 건강에 좋아도 요리법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톳을 먹은 기억은 없지만 생미역, 다시마는 즐겨 먹었다. 성인이 되어 친구를 따라간 문어 맛집에서 톳의 매력을 알게 됐다. 그러다 10년 전 함께 일하던 일본인 셰프로부터 찐 톳을 쓰는 방법을 배운 뒤로는 요리에도 톳을 사용하게 되었다.


문어숙회를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식당에 가면 얇게 저민 문어 옆에 갈색 생톳을 함께 내어 주곤 했다. 쌈을 먹다 보면 톡톡 터지는 톳 향이 꽤 중독성이 있었다. 이 조합에는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마늘, 풋고추가 있어야 문어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문어와 톳이 누가 주인공인지 분간이 안 되는 막상막하 맛의 조합이다.


밥 요리에 잘 어울리는 찐 톳의 매력


톳을 쪄서 잘게 잘라 놓은 찐 톳을 이용하면 또 다른 톳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찐 톳을 물에 불려 놓고 물기를 제거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으면서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한다. 수분을 날리면서 약불에 잘 뒤섞어 주면 톳 볶음이 된다.


이 볶음은 그대로 반찬이 되지만 다양한 밥 요리에 잘 어울린다. 다진 야채를 볶아 주먹밥을 만들 때 넣어도 잘 어울린다. 뜨거운 밥에 뿌려 먹어도 좋다. 특히 찐 톳을 썼기 때문에 소화가 잘돼 먹기도 편하다.


물론 생톳이나 건조된 톳을 사용하면 식감을 살린 맛을 낼 수 있다. 찐 톳은 톳의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어 다른 요리에 쉽게 첨가하기 편한 장점이 있다. 또 어떤 음식이든 바로 넣어 먹을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해 준다.


파스타에도 꽤 어울려 오실 파스타를 좋아한다면 볶은 찐 톳을 곁들여 볼 것을 권한다. 톳의 감칠맛이 은은하게 면에 감겨 부드러운 바다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담백한 키조개나 관자를 살짝 구워내 곁들이면 좋다.


"톳은 3월이 제철…톳에 거부감 있다면"


톳의 맛은 해산물을 넘어 소고기까지 친구로 만들 수 있었다. 함께 일했던 일본인 셰프의 오마카세 코스 중 가장 좋았던 요리였다. 안심스테이크에 톳을 감싸서 저온에 익힌다. 여기에 레드와인 소스, 와사비향의 생크림을 곁들이면 딱 떨어지는 일식 프렌치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건 톳을 쓰면 사시사철 톳밥을 만들거나 톳무침을 만들 수 있다. 바다향이 살짝 줄어드니 이런 취향이 있으면 건 톳을 물에 불려 먹으면 좋다.


무침이나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생톳이 좋다. 찐 톳은 바로 곁들이기 좋고, 밥 톳이라고도 불린다. 건 톳은 보관성이 좋고 물에 불리면 다시 식감이 살아난다.


3월이면 양식으로 기른 톳이 제철을 맞는다. 기온이 올라 나른해지기 쉬운 계절, 톳 요리로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만약 톳에 거부감이 있다면 찐 톳 소포장으로 시작해 보길 권한다.


​(서울=뉴스1) 전호제 셰프 shef7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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