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총집결하는 마장동…그 중 미식가 '비밀 아지트'는 이곳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의 Find 다이닝 ⑬ 한우드림
“50일 숙성 한우가 주는 농익은 풍미, 꿈에도 잊을 수 없다”
한우드림의 숙성 채끝살. 사진 김성현 |
STORY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고 질 좋은 한우가 총집결한다는 서울시 성동구 마장동. 미식가와 식도락을 가리지 않고 ‘고기 좀 먹는다’는 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비밀 아지트가 있다. 알음알음 지인의 소개와 초대로만 갈 수 있는 그곳은 한우 전문 육가공업체 ‘한우드림’이다. 직접 경매에 나서 낙찰받는 소만 하루 평균 10마리로, 이후 발골과 정형을 거쳐 숙성과 유통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그야말로 한우의 시작과 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다. 2017년 6월 ‘한우드림’의 문을 연 강동윤(37) 대표는 오픈 초기부터 가게 뒤 창고에서 지인들과 함께 고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
한우드림의 강동윤 대표. 사진 김성현 |
“어렸을 때부터 고기를 가장 좋아했어요. 25살에 육가공 회사에 취직해서 10개월 동안 허드렛일만 하다 처음 칼을 잡게 됐죠. 그리고 한우에만 매달렸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고기를 먹는 것도, 같이 먹을 고기를 맛있게 숙성하는 것도 모두 제가 좋아서 시작했어요.”
식당을 비롯해 마트와 정육점 등 이미 수많은 업체에 고기를 납품하던 ‘한우드림’이 식도락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타기 시작한 것은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마치 서울 근교에 놀러 온 듯 옹기종기 창고에 둘러앉아, 최소 30일에서 길게는 5개월까지 숙성한 특별한 고기를 부위 별로 양껏 구워 먹는 특별한 경험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실제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한우드림’ 관련 게시물이 1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의 한계가 명확했기에 ‘한우드림’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으로 불리곤 했다. 빗발치는 문의 속에서 강 대표는 결국 정식 가게를 오픈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7월 1일 매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한우드림’의 이름을 건 식당을 열었다.
도축을 제외하고 고기와 관련된 모든 것이 강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되는 만큼, 최소 5가지에서 많게는 8가지까지 매일매일 다른 부위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등심·안심·채끝·차돌박이는 고정적으로 준비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새우살·알등심·등심덧살·윗등심·살치살 등의 부위를 골고루 제공한다. 운이 좋다면 우설이나 안창살 등 귀한 부위를 만나볼 수도 있다.
숙성한 아래등심. 사진 김성현 |
여타 소고깃집이나 한우 오마카세 등과 다른 ‘한우드림’의 가장 큰 무기는 모든 부위를 숙성된 상태로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가 손님상에 선보이는 고기는 어떤 부위든 50일간의 웻에이징 숙성을 거친다. 5년 넘게 다양한 숙성 방법과 숙성 기간에 따른 차이를 연구한 덕분에 그의 손을 거친 고기는 새로운 맛으로 변화한다. 한우드림의 고기가 연하면서도 녹진하고 진한 풍미를 뿜어내는 비결이다. 갓 잡은 한우가 달큰한 맛을 낸다면, 숙성된 한우는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고소함의 레이어를 갖췄다. 쉽게 맛볼 수 없는 독보적인 풍미와 식감에 육고기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EAT
‘한우드림’의 큰 무기는 앞서 얘기했듯 ‘숙성’에 있다. 숱한 훈련으로 고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강동윤 대표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손길은 한우가 지닌 잠재력과 강점을 극대화 시킨다. 오랜 시간 숙성을 거친 한우는 육향이 품고 있는 본연의 풍미를 뛰어넘어 농익은 향이 특징이다. 마치 블루치즈처럼 진한 우유와 고소한 향이 터지며 씹는 순간 눈 녹듯 사라진다. 여기에 소금이나 와사비를 곁들이면 100%의 음식이 200%의 맛을 폭발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알싸하면서도 달큰한 생와사비와 깊은 육향과 치즈향을 동시에 지닌 고기의 만남은 상보적인 역할 속에서 놀라운 시너지를 선보인다. 고기 한 점이 지니고 있는 감칠맛의 가능성을 몸소 만나볼 수 있는 순간이다.
숙성한 안심을 굽고 있는 모습. 사진 김성현 |
“음식이라는 것이 그렇지만 고기 역시 부위나 숙성, 또는 굽는 정도 모두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라요. 저는 식감과 풍미 때문에 개인적으로 안심을 가장 좋아하는데, 안심은 숙성하게 되면 한층 쫀쫀한 식감을 갖게 되죠. 채끝은 굽는 기술이 중요한데 안심보다 근육 조직이 굵고 길기 때문에 오래 구우면 거칠어집니다. 잘 구운 채끝은 구름처럼 폭신폭신한 식감에 터져 나오는 육즙을 맛볼 수 있어요.”
식사 내내 끊임없이 새롭게 나오는 부위에 대한 특징과 설명을 물으면, 강 대표는 자신의 온몸을 이용해 설명에 나선다. 새우살·채끝·살치살·제비추리 등이 어떤 부위에서 떨어져 나왔으며 식감과 육즙은 어느 정도인지, 한우 전문 선생님에게 일대일 과외를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파김치와 한우를 듬뿍 넣은 볶음밥. 사진 김성현 |
한우만 먹어도 충분히 배가 부를 때쯤 나오는 볶음밥과 라면 역시 ‘한우드림’에서 놓칠 수 없는 경험이다. 강 대표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매콤 알싸한 파김치와 더불어 한우 고기를 듬뿍 넣고 볶아 감칠맛을 극대화한 볶음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그날 먹었던 고기 중 한 부위를 얇게 잘라 라면 위에 폭신한 이불처럼 덮어주는 한우라면 역시 입 안에서 개운함과 고소함을 남기며 식사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선사한다.
김성현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