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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힙’한 선물…전통주로 추석을 더욱 즐겁게!

우리술 전문가 이승훈 대표가 탁주·약주·증류주 주종별로 3개씩 추천


막걸리가 노동자의 술이라고?

젊고, 변화 즐기는 혁신적인 술!

편견없는 MZ 세대에게 큰 인기

중앙일보

당신이 전통주를 선물 받았다면? 요즘 가장 ‘힙’한 선물을 받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브랜드는 낯설지언정 패키지가 세련되고 맛도 좋다면 더더욱이. 특히 MZ 세대 사이에서 전통주는 힙한 술로 통한다. ‘젊고’ ‘액티브’하며 ‘변화를 즐기고’ ‘혁신적인’ 술이다. 국내 명실상부한 전통주 전문가이며, 전통주 홍보를 위해 전통주 전문점 ‘백곰 막걸리’를 약 8년간 운영했던 이승훈 대표는 이런 변화를 “MZ 세대가 우리술에 대한 편견이 없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편견이 없는 MZ 세대는 전통주를 올드하게 느끼지도, 막걸리를 ‘노동자의 술’로 치부하지도 않는다. 2016년 무렵 성인이 된 세대라면 더 그렇다. 다양한 양조장과 이색적인 전통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2016년에 전통주는 부흥기를 맞았다. MZ 세대가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그때 이미 전통주는 ‘힙’한 술이었다.


부흥기 이전에는 막걸리 붐은 있었다. 2009~2010년의 막걸리 유행은 뜨거웠지만, 2012년 이후 점차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런데 유행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양조장 창업이 늘어났다. 또 막걸리학교나 한국가양주연구소 같은 교육기관에는 가양주 수업을 신청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대표는 “전통주의 베이스는 가양주”라며 “우리는 김치 담그듯 가양주를 빚어온 국민이다. 술 세금도 없던 나라였다. 이런 나라가 세계적으로 흔치 않다. 양조산업은 늦게 발달했지만, 가양주 베이스의 문화가 이어져 온 덕인지 가양주 빚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로 교육 기관들이 흥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제품들은 감미료를 첨가한 게 전체의 99%였다. 몇 달 아니 하루만 교육을 받아도 직접 빚은 술이 시중에 파는 것보다 맛있다는 걸 알게 되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렇게 전통주 마니아들이 양성됐고, 더불어 양조장 창업도 늘었다. 업계의 자성론도 있었다. 막걸리 유행에 매달려 다양한 술을 소개하는 일에 부족했다는 자성이다. 2016년 전통주가 다시 떠오른 배경에는, 이런 일들이 밑거름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해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대상에 탁주·약주·청주가 추가되며 창업 문턱이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연이어 2017년에는 민속주와 지역특산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다.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이 대표는 “2010년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진 않았다. 지금은 전문가도 모두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거의 매일 새로운 술이 출시될 정도”라고 말한다. 또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프리미엄 전통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이젠 식당에서 전통주를 골라 먹을 수 있고, 마트에서 운영하는 보틀숍 코너에서 다양한 전통주를 만날 수 있다. 더 새로운 걸 원한다면? 전통주 전문 보틀숍을 찾아가면 된다. 찾는 술을 콕 집어 온라인 구매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술잘알’이 아니라면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것도 오히려 고민이다. 그렇다면, 추석을 맞아 이승훈 대표가 직접 선택한 9개 제품을 한 번 참고해보시길. 탁주·약주·증류주로 주종을 나눠 가격대(3만 원대·5만 원대·7만 원대)별로 하나씩 추천한 전통주들이다. 9개 모두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탁주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거른 술. 맑지 않아서 탁주, 막 거른 술이라고 해서 막걸리라고 부른다


■ 1. 순애

중앙일보
12도 / 750㎖ / 2만5000원 / 지애의봄향기(전북 김제)

재료: 유기농 찹쌀, 멥쌀, 전통 누룩(밀), 정제수, 백목련 꽃잎

‘지애의봄향기’는 함지애 대표가 건강을 위해 고향으로 귀농해 차린 양조장이다. ‘순애’는 함 대표가 꽃술에 빠져 만든 제품 중 하나다. 이승훈 대표는 “백목련꽃을 넣은 꽃술로 쌀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잘 살렸고 꽃 향이 고급스러운 신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순애’와 함께 연꽃을 넣은 약주 ‘인연’, 차꽃으로 만든 ‘다정’도 출시될 예정. 제품마다 스토리도 있다. ‘순애’는 친구와의 우정 이야기를 담았다고 함 대표는 설명한다. “친구 연순이의 ‘순’자와 제 이름의 ‘애’자를 합쳐 ‘순애’라 지었다. 제가 아플 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와 준 친구다. 저의 첫 제자인 그 친구와 함께 빚은 술이다.” 고마웠던 친구에게 선물하면 딱 좋은, 그런 술이다.


■ 2. 복순도가 찹쌀탁주 15도

중앙일보
15도 / 935㎖ / 6만 원 / 복순도가(울산 울주)

재료: 정제수, 찹쌀, 곡자(밀)

프리미엄 막걸리로 이름을 널리 알린 복순도가에서 지난해 출시한 ‘찹쌀 탁주 시리즈’ 중 하나. 원래 복순도가는 스파클링 막걸리로 유명하지만, 이번 찹쌀 탁주 시리즈는 탄산이 없는 편이다. 멥쌀을 써서 만든 복순도가 손막걸리가 자연 탄산이 많아 청량하다면, 찹쌀 탁주는 물과 찹쌀, 전통 누룩이라는 최소한의 재료만 써서 빚었다. 더 진하고 묵직한 맛을 전해준다. 9도·12도·15도의 세 가지 제품이 있다. 그중 ‘찹쌀탁주 15도’는 “단맛과 산미의 조화가 매력적이고 과실 향이 느껴지는 찐한 막걸리”라는 게 이승훈 대표의 설명이다.


■ 3. 해창18도 찹쌀생막걸리

중앙일보
18도 / 900㎖ / 13만5000원 / 해창주조장(전남 해남)

재료: 정제수, 찹쌀, 멥쌀, 입국, 곡자(밀)

국내 최고가 막걸리로 알려진 ‘해창18도 찹쌀생막걸리’다. 발효·숙성 기간이 길어 1년에 4번만 출시한다. 구하기 쉽지 않은 술로도 유명하며, 롤스로이스 막걸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9도·12도·18도 제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중 18도는 찹쌀 80%, 멥쌀 20%의 배합으로 빚어냈다. 이승훈 대표는 “일반 막걸리와 비교해 도수가 3배 높아 맛이 진하고 농밀하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3개월 이상 저온 숙성하고 자연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원재료의 담백함과 묵직한 바디감을 지닌다. 생막걸리라 시간이 지날수록 산미와 탄산이 많아지는 것도 특징이다.

약주

맑은 술이라 청주(일본 ‘사케’ 형태의 술)라 부르기도 하지만. 주세법에 따르면 약주가 맞는 말이다


■ 1. 지란지교 약주

중앙일보
15도 / 500㎖ / 3만 원 / 지란지교(전북 순창)

재료: 찹쌀, 멥쌀, 누룩, 정제수

옛 문헌에도 나오는 순창의 명주 ‘삼해 백일주’를 재현한 술이다. 술이 완성되기까지 거의 100일이 걸린다고 해서 백일주인데, 지란지교 약주는 100일 발효에 90일 숙성까지 거친다. 순창의 기후도 술맛에 많은 영향을 준다. 1년 중 8개월 이상 안개가 낄 정도로 습해서 곰팡이가 잘 자라고 누룩과 술 발효도 잘된다는 것이다. 누룩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자생 효모에 무화과잎 효모를 접종시켜 지란지교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또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전통방식으로 약주를 거르기 때문에, 보다 복합적이고 풍부한 맛을 낸다. “적당한 단맛과 새콤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는 순곡 약주”라는 게 이승훈 대표의 설명이다.


■ 2. 화전일취 18 백화

중앙일보
18도 / 500㎖ / 5만 원 / 지시울양조장(강원 춘천)

재료: 찹쌀, 멥쌀, 누룩, 쌀증류식소주원액, 꽃잎, 정제수

“풍성한 꽃향기가 고급스러운 술.” 이승훈 대표의 평이다. 이 대표의 말대로 ‘화전일취18, 백화’를 빚을 때는 꽃이 가득 들어간다. ‘백화주’는 100가지 꽃 또는 그만큼 많은 꽃을 넣은 술을 뜻한다. ‘화전일취18 백화’에 들어간 꽃은 모란, 아카시아 등 총 22종이다. 양조장에 계절마다 피는 꽃을 하나씩 손으로 일일이 따서 말린 다음 술로 빚었다고. 또, 백화주인 동시에 과하주이기도 하다. 과하주는 발효 중인 약주에 증류식 전통 소주를 첨가한 술이다. 여름을 넘기는 술, 여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 술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


■ 3. 달그리안 하향주

중앙일보
13도 / 375㎖ / 7만5000원 / 백록주가(제주 제주시)

재료: 쌀(멥쌀, 찹쌀), 누룩(밀), 정제수

1670년경 저술된 ‘규곤시의방(음식디미방)’ 주방문에 기록된 ‘하향주’의 제조법을 그대로 복원한 술이다. 이승훈 대표는 “하향주는 쌀과 누룩만으로 만들지만, 연꽃향이 난다고 해서 荷(연 하)와 香(향기 향)으로 이름 지어진 민속주다. 백록주가에서 만든 ‘달그리안 하향주’는 적당한 단맛과 향이 좋은 제주도 술”이라고 설명한다. 특징은 밑술을 빚을 때 도넛처럼 생긴 구멍떡을 만들어 누룩과 버무린다는 점이다. 덧술은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빚는데 누룩은 사용하지 않고 밑술과 합해서 담는다. 또 전통옹기만을 사용해 발효와 숙성을 한다.

증류주

곡물이나 과실로 만든 술을 다시 증류해서 알코올 성분을 많이 함유한 술이다


■ 1. 추사 40

중앙일보
40도 / 200㎖ / 3만 원 / 예산사과와인(충남 예산)

재료: 사과 증류 원액(사과), 정제수

‘예산사과와인’에서 직접 만든 사과와인을 동 증류기로 증류해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한 사과 증류주다. 이승훈 대표는 “코리안 칼바도스라고도 불리는 술이다. 오크통에서 숙성한 덕에 풍기는 바닐라 향, 그리고 넘실넘실 풍기는 사과 향이 조화롭다”고 말한다. 칼바도스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하는, 사과를 주재료로 한 증류주다. ‘추사40’을 만든 ‘예산사과와인’은 사과를 직접 재배하는 농장 운영과 와인 교육, 그리고 예산와인페스티벌을 함께 운영하는 유럽형 와이너리다. 출발은 와인이었지만, 오크통에 숙성한 사과 증류주가 대표 상품이다.


■ 2. 화심소주 40 군고구마

중앙일보
40도 / 500㎖ / 4만9000원 / 화심주조(경기 남양주)

재료: 고구마 증류 원액(고구마), 정제수

바텐더로 시작해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의 아드벡 증류소까지 찾아가 양조법을 배워온 오수민 대표가 만든 술이다. 스코틀랜드에서 배워온 양조 기술로 한국식 증류주를 만들고 싶어 작년 8월 남양주에 ‘화심주조’를 열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화심소주 40 군고구마’다. 고구마는 스모키한 풍미가 생길 때까지 껍질째 통째로 굽는데, 이렇게 구운 고구마로 소주를 빚으면 특유의 깊은 맛에 껍질이 주는 향긋함이 잘 어우러지는 술이 된다고. “단식 증류기로 2회 증류하고 증류액의 맛있는 구간만 끊어내어 담은 술. 군고구마로 인해 위스키와 비슷한 풍미가 느껴진다”는 게 이승훈 대표의 설명이다.


■ 3. 고운달 백자

중앙일보
52도 / 200㎖ / 16만2000원 / 제이엘 오미나라(경북 문경)

재료: 오미자 열매, 설탕, 정제수, 효모

한국 최초의 위스키 마스터 블랜더로 유명한 이종기 대표의 작품이다. 9월에 수확한 오미자를 착즙해 약 6개월의 발효와 1년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와인을 만들고, 동 증류기로 2차례 증류한 후 백자 항아리에서 약 3년을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해야 ‘고운달 백자’가 완성된다. 맛은 부드러우며 허브 향과 과일 향, 스파이시한 향이 조화를 이루는 술. 이승훈 대표는 “무엇보다 오미자 향이 끝내준다. 마치 오미자 브랜디 같은 느낌을 주는데, 사실상 브랜디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조선시대 백자 편병(몸통이 납작하고 둥근 형태)의 형상을 따온 병의 모양마저 고급스러운 제품이다.


황정옥·이세라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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