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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토스트, 커피 플리즈" 요즘 LA카페선 이렇게 시킨다

LA에 부는 K푸드 바람


지난 6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발표에서 박정현 셰프와 박정은 최고경영자 부부가 운영하는 뉴욕의 모던 코리안 레스토랑 ‘아토믹스’가 세계 6위에 올랐다. 10개의 코스 요리가 제공되는 이곳의 식사비는 팁을 포함해 1인당 70만원이지만 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다. 지난해 뉴욕 미쉐린 가이드에서 스타를 받은 식당 71곳 중 11곳이 한국 식당이다. 그만큼 미국 뉴욕에서 K푸드의 인기는 최고다.

“스타벅스·블루보틀 인기가 K카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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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타이거’ 브랜드 홍보 포스터. 서정민 기자, [사진 각 카페·식당]

한편 ‘BCD(북창동)순두부’ 등 전통의 노포들이 많은 LA에선 뉴욕만큼 화려하진 않아도 K푸드 확산을 위한 작지만 확실한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베이커리&브런치 카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반짝인다. 20년째 LA에 거주하며 한국을 오가고 있는 김진형 갤러리 큐레이터는 “스타벅스에서 블루 보틀로 젊은 친구들의 관심이 옮겨가더니 요즘은 ‘카멜커피’ 같은 한국의 카페 브랜드들이 직접 들어오거나, 한국의 상징적인 맛을 응용한 칵테일형 커피를 파는 곳들이 눈에 띈다”고 했다. 김 큐레이터가 “LA에 거주하는 20대 조카들과 그 친구들이 꼽은 핫한 곳”이라며 알려준 대표적인 장소는 ‘스모킹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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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 타이거’가 개발한 제주 딸기 말차 라떼. 서정민 기자, [사진 각 카페·식당]

6살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조노아(30)씨를 중심으로 젊고 야심찬 10여 명의 스태프가 함께하는 이곳은 흑임자·유자·쑥·미숫가루·제주말차 등 전통적인 식재료를 한국에서 공수해 빵과 과자, 커피와 음료를 만든다. 상호명 ‘스모킹 타이거(Smoking Tiger)’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의미. 노아씨는 “어려서 이민 온 이들의 향수를 달래주는 것도 목표지만, 무엇보다 K컬처에 관심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에는 비빔밥·한복 같은 전통적인 것도 있지만 K팝·K인테리어처럼 젊고 힙한 것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 누구에게나 추억이 많은 바나나우유·딸기우유·초당옥수수 등과 에스프레소를 섞어 음료를 만들고, 한국에서 공수한 소품·가구들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매장에서 한영애의 ‘누구 없소’나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비롯해 아이돌 그룹의 최신곡을 트는 이유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뉴트로(새로움과 복고의 합성어)’의 LA 버전이다.


이곳에선 한글 그래픽 포스터와 포장지를 사용하고 SNS에서도 적극적으로 한글을 노출시킨다. 상호명이 한글로 적힌 효자손·티셔츠·텀블러·트레이 등의 굿즈도 인기다. 2019년 하반기에 문을 연 ‘스모킹 타이거’는 현재 캘리포니아에 6개의 매장이 있고, 올해 안에 다른 주에도 문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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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카페 ‘리퍼블리크’에서 요즘 핫한 메뉴는 김치볶음밥이다. 서정민 기자, [사진 각 카페·식당]

브런치 카페에서 커피 또는 음료와 함께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메뉴로 한식이 인기인 것도 흥미롭다. 요즘 LA의 20대 사이에서 핫한 카페 ‘모먼트 룩’과 카페 베이커리&레스토랑 ‘리퍼블리크’의 인기 메뉴는 김치볶음밥이다. 심지어 ‘리퍼블리크’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인데 최고 인기 메뉴가 ‘소고기를 넣은 김치볶음밥(Kimchi Fried Rice with Beef Short Rib)’이다. 가격은 22달러(약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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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링 트리’ 카페의 KSF샌드위치. 서정민 기자, [사진 각 카페·식당]

카페 ‘플라워링 트리’의 인기 메뉴는 ‘KSF샌드위치(15달러·약 2만5000원)’다. 채 썬 양배추와 달걀부침, 치즈, 케첩·마요네즈 소스를 듬뿍 얹고 설탕까지 뿌린 것이 딱 한국의 길거리 토스트다. KSF는 Korean Street Fighter의 약자. 김성윤 사장은 “파이터처럼 치열하게 사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카페 뷰로 할리우드(HOLLYWOOD) 사인을 볼 수 있어서 관광객을 비롯한 외국인 손님이 정말 많은데 그들에게 KSF 뜻을 이야기하고 ‘한국의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즐겨 먹는 음식인데 간편하면서도 영양소는 골고루 들어 있어 따뜻한 한 끼가 된다’고 설명하면 정말 흥미로워 한다. 더욱 놀라운 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유튜브에서 길거리 토스트를 본 손님들이 많아서 ‘완전 똑같다’ ‘빵을 컵에 담아주는 곳도 있다’ 등등 대화 주제가 자연스레 K컬처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김성윤 사장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한창 화제일 때는 ‘달고나 라떼’와 ‘달고나 쉐이크’를 메뉴로 만들기도 했다”며 “외국인의 입맛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불고기 파니니를 만드는 등 한식을 접목한 메뉴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데 매번 반응이 좋다”고 했다.

한식당 ‘보릿고개’는 주말 웨이팅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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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의 보리밥정식. 서정민 기자, [사진 각 카페·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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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전문 식당 ‘M코리아’의 육회 물회. 서정민 기자, [사진 각 카페·식당]

노포 스타일의 한식당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형제갈비’ ‘춘천닭갈비/동해막국수’ 등의 한식당을 35년간 운영해온 정성희 셰프와 주 부권 대표 부부는 올해 남도밥상을 테마로 한식당 ‘보릿고개’를 열었다. ‘보리밥 정식(29.99달러·약 4만1000원)’이 대표 메뉴인데 농번기 새참처럼 대나무 채반에 10여 종이 넘는 나물 반찬과 강된장을 담고 가자미식해·우렁초무침·들깨 백숙·청국장 등의 반찬을 함께 제공한다. 전채음식으로는 김부각, 디저트로는 곶감말이와 팥죽이 나온다. 주 대표는 “한국인에게는 추억의 시골밥상으로, 외국인에게는 건강밥상으로 입소문 나면서 주말이면 1시간씩 줄을 선다”며 “요즘은 한국인보다 외국인 손님이 더 많다”고 했다. 돼지고기 삼겹살, 쇠고기 차돌박이 등 코리안 BBQ를 주 메뉴로 하는 ‘M코리아’ 식당에선 생선회 대신 육회를 넣은 물회를 메뉴로 개발했는데 달달하면서도 매콤한 국물과 식감 때문에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다.


LA=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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