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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건강부터 혈압·콜레스테롤 관리까지, 서양식 봄나물 요리 삼총사

돌나물, 미나리, 취나물의 놀라운 건강 효과! 봄철 입맛 살리고 혈압·콜레스테롤까지 잡아주는 서양식 봄나물 요리 3가지 레시피 공개.

건강 음식 : <1> 봄나물의 재발견

'칼슘 풍부' 돌나물, 콜레스테롤 ↓

미나리, 독소 물질 제거에 특효

취나물, 뼈건강을 위한 필수 나물

한국일보

오리엔탈 드레싱을 곁들인 돌나물 샐러드. 이주현 작가 제공

Q. 정년 퇴직한 남편과 함께 사는 A씨는 요즘 식단 때문에 고민이다. 봄이 온 탓일까. 평소 아무 음식이나 잘 먹던 남편이 입맛이 떨어졌다며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남편은 콜레스테롤과 혈압 조절에도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을 섣불리 내놓기도 어렵다. 어떤 재료로 입맛을 돌아오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A. ‘한식의 정수’로 꼽히는 제철 나물을 이용하면, 건강도 챙기면서 상큼한 나물향으로 입맛도 돌아오게 할 수 있다. 게다가 매년 먹는 봄나물에 더이상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면, 조리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봄나물은 서양식 소스와 조리법과도 색다른 균형을 이루며 훌륭한 맛을 선보인다.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올해만큼은 봄나물을 간장, 된장, 고추장에 무친다는 공식은 잠시 잊어보는 건 어떨까. 익숙했던 맛의 세계가 봄기운과 함께 새롭게 펼쳐질 것이다.

입맛 돋우는 ‘돌나물 샐러드’

돌나물은 사근사근한 아가씨가 떠오른다. 냉이, 두릅 같은 나물이 다소 거친 식감과 강렬한 향으로 무뎌진 입맛을 사정없이 흔들어 깨운다면, 돌나물은 추운 겨울 동안 고단해진 몸을 아삭한 식감으로 싱그럽게 어루만져준다. 


다른 나물에 비해 돌나물이 부드러운 이유는 바로 ‘수분’ 때문이다. 돌나물은 수박보다 수분 함유량이 많으며 우유의 2배나 되는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 덕분에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100g당 11㎉에 불과하기 때문에 마음껏 퍼먹어도 걱정이 없다.


돌나물은 주로 초고추장을 곁들여 생으로 먹지만, 예전에는 고춧가루를 넣은 물김치로도 자주 만들어 먹었다. 모두 돌나물의 아삭한 식감을 그대로 살린 조리법이다. 그러다 보니 돌나물이 샐러드에도 잘 어울리는 건 당연하다. 의외로 시저 드레싱, 요거트 드레싱 등 각종 서양 드레싱을 곁들여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그중에서도 간장과 올리브유를 베이스로 한 오리엔탈 드레싱을 추천한다. 


돌나물과 가볍게 무쳐 닭가슴살과 함께 먹으면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균형 잡힌 한 끼 식사로 손색없다. 닭가슴살 대신에 다른 육류 및 해산물로 대체해도 모나지 않은 돌나물과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주의할 점은 드레싱과 미리 섞어 놓으면 돌나물에서 수분이 나오며 질겨질 수 있기 때문에 먹기 직전에 드레싱을 뿌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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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이주현 작가 제공

알싸하고 향긋한 ‘미나리 알리오 올리오’

씹을수록 달면서도 매운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미나리. 각종 탕과 찌개 속에 들어가 요리의 맛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대표 효능은 역시 해독이다. ‘천연 해독제’로 불릴 만큼 식품첨가물, 환경호르몬, 중금속, 미세먼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소 물질을 제거하는데 효능이 있다. 


덕분에 ‘돼지고기와 미나리’ 세트는 황사가 잦은 봄철에 꼭 먹어야 하는 조합으로 손꼽힌다. 복어탕에 미나리를 넣는 것도 복어의 독을 중화시키기 위한 우리 선조들의 지혜일 것이다.


보통 미나리를 먹는 방법은 탕, 전, 무침 정도이다. 그러나 서양식 파스타인 ‘알리오 올리오’에 미나리를 넣어도 썩 잘 어울린다. 강렬한 마늘향과 올리브유의 진한 풍미 속에서도 선명하게 살아있는 미나리의 향과 맛이 요리의 포인트이다. 


게다가 ‘알리오 올리오’의 주재료인 마늘은 따듯한 성질을, 미나리는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서로 잘 보완해 준다. 레시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알리오 올리오’ 방식대로 올리브유를 듬뿍 넣고 마늘을 넣어 볶는다. 취향에 따라 새우나 오징어를 넣으면 맛과 영양이 더 풍성해진다. 마지막에 파스타 면을 넣을 때 미나리도 함께 넣어 잘 섞어주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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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나물 들깨크림소스 파스타. 이주현 작가 제공

고소한 ‘취나물 들깨 크림 파스타’

취나물은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탄력 있는 식감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그러나 뼈 건강을 생각한다면 취나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취나물에 함유된 칼슘 양은 무려 시금치의 3배 정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나물에 함유된 칼륨은 체내에 쌓인 나트륨 배출시킨다. 부종과 혈행 개선에 도움을 주며 나아가 혈압 상승 예방 효과까지 있다. 짠 국물을 많이 먹는 한식에서 칼륨은 빼놓으면 안 되는 영양소이다. 주의할 점은 취나물은 독성이 들어있어 어린잎을 제외하고는 꼭 데쳐 먹어야 한다.


취나물은 서양식 크림 파스타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 여기서 포인트는 ‘들깨 크림소스’이다. 취나물과 들깨는 영양학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단짝 친구이다. 칼륨 함량이 높은 취나물에 들깨를 더하면 단백질과 지방이 첨가되어 영양학적으로 우수해지기 때문이다.


먼저 기름을 두른 팬에 다진 마늘과 베이컨을 넣고 볶는다. 여기에 간장과 데친 취나물 한 줌을 넣고 볶다가 요리용 크림을 붓고 섞는다. 마지막으로 삶은 파스타 면을 넣고 잘 섞어 완성한다. 부족한 간은 소금을 넣어 보완하며 취향에 따라 생치즈 또는 파마산치즈 가루를 뿌려도 좋다. 향긋한 취나물과 고소한 베이컨이 묵직한 균형 이루며 부드러운 들깨 크림소스와 조화를 이룬다.


3월의 봄은 애매하다. 공기는 포근해졌지만 바람은 여전히 맵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은 어디서 선명한 봄을 느낄 수 있을까. 바로 식탁 위에서다. 밥상 위에 올라온 다양한 봄나물을 보며 요리하는 사람도, 음식을 먹는 사람도 비로소 봄이 왔음을 깨닫는다. 올해는 새로운 봄나물 요리와 함께 선명한 봄을 맞아 보시길 바란다.

한국일보

이주현 푸드칼럼니스트·요리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