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탁 위에 ‘버터벨’... 언제나 부드러운 버터를 먹는 방법
요즘 새로운 브런치 트렌드로 떠오른 버터벨 /코지메리 서울(@cozymerry_seoul)의 인스타그램 |
버터는 요리하는 주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다. 다양한 프렌치 음식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잘 구운 식빵 위에 간단하게 곁들이기만 해도 고소한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흔히 버터는 먹기 좋은 만큼 소분해 냉동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MZ세대와 ‘빵덕후’ 사이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버터를 보관하는 것이 유행이다. 바로 ‘버터벨(Butter bell)’을 사용해 이를 상온에 두고 먹는 방식이다.
버터벨의 외관은 뚜껑이 있는 작은 그릇처럼 보인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그 안에 부드러운 버터가 신선하게 보관되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렇다면 식탁 위에 버터벨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최근 주방 잇 아이템으로 떠오른 버터벨을 사용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프랑스 전통 버터 보관법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버터벨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상온에 두고 쓰는 버터벨이 버터를 얼마나 신선하게 보관해 줄 수 있는 지다. 흔히 가정에서 버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냉동에 두는 사례가 많은 만큼 이러한 궁금증은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버터 /pixabay |
하지만 버터벨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과거 버터벨의 궁극적인 사용 목표는 버터를 신선하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다. 핵심은 물을 이용한 보관 방식인데, 버터의 표면이 물과 맞닿게 해 공기와의 접촉을 막아주면서 상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이다.
버터벨, 버터의 표면에 물이 맞닿는 것이 핵심 /sejin.an.86(@sejin.an.86)의 인스타그램 |
버터벨은 ‘프렌치 버터 디시(French butter dish)’ 또는 ‘버터 크록(Butter crock)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또 버터벨이 처음 기원했다고 전해지는 프랑스에서는 ‘베리에 아 오(Beurrier à eau)’라고 부르기도 한다. ‘베리에(Beurrier)’는 중세시대 버터를 판매하는 상인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했으며 ‘오(eau)’는 프랑스어로 ‘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물을 사용한 식품 보관 방식에 대해서는 고대부터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만, 물을 이용해 버터를 보관하는 버터벨의 정확한 기원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며 지금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형태는 16세기 혹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프랑스에서 발명됐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버터 애호가들이 모여 전문적인 지식을 공유하는 사이트 잇몰버터(EatMoreButter)에 지난 3월 한 사용자가 업로드 한 내용에 따르면 버터벨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말한다. 글에서는 당시 버터를 보관하고 보존하기 위해 이 버터벨이 존재했으며, 물의 밀봉 특성에 의해서 버터의 질감과 맛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중세시대부터 주요한 식재료였던 버터, 버터벨은 이를 효율적으로 보관하고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졌을 것이라 추측된다 /pixabay |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에 따르면 버터벨이 18세기 후반에 등장해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프랑스 혁명 이후, 위기에 놓였던 농업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버터 생산량이 늘어나고 이를 보관·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고안됐다는 점이 뒷받침한다.
그 밖에 버터벨의 발생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의견이 존재한다. 프랑스 도자기 공예로 유명한 발로리스에서 버터벨이 처음 제작되면서 프랑스 전역에 퍼졌을 것이라는 주장과 버터 생산지로 유명한 노르망디에서 이를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상온 보관, 버터의 질감과 풍미 살려줘
버터벨, D'Arcy Norman,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
2차 산업혁명으로 일반에도 전기가 보급되면서 냉장고가 대중적으로 사용됐지만 그 이후로도 버터벨은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이유는 버터벨이 보관 뿐만 아니라 버터가 가진 맛과 풍미, 질감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보관 방식이기 때문이다.
흔히 냉동 보관 된 버터를 꺼내 빵 위에 올려 먹을 때 단단한 형태로 인해 펴 바르기 어려웠던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냉동 상태의 버터는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단단한 제형으로 변해 쉽게 빵 위에 펴 바를 수 없게 된다.
딱딱하게 굳은 버터는 사용 전 상온에서 녹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pexels |
버터벨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해주는 아이템이다. 상온에 보관하기 때문에 언제나 크리미한 질감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고 덕분에 빵 위에 바로 펴 바르기도 편하다. 식탁 위에 보관용기로 두고서 버터가 필요할 때 마다 뚜껑을 열어 바로 사용하면 된다.
버터벨을 통해 크리미한 버터의 질감이 유지되어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다 /마야의 놀이터(@maya_jiyoungoh)의 인스타그램 |
또 상온 보관으로 인해 버터가 가진 고유한 부드러움에서 느껴지는 풍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흔히 냉동과 냉장에서 보관한 버터 모두 맛에서 큰 차이를 가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버터는 지방과 수분이 함께 존재하는 유제인 만큼 냉동된 상태보다는 상온에서 더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버터를 해동하는 과정에서 물과 지방이 분리될 가능성을 가지기도 하며 이로 인해 질감이나 풍미에 있어서 미세한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버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냉동 보관이 가장 실용적이지만 버터가 가진 질감과 맛은 상온 상태에서 잘 유지된다는 의미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버터를 냉동하더라도 올바른 방식으로 해동한다면 1~2개월 동안은 풍미 변화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프렌치 감성 완성해주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인기
버터를 편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식인 버터벨은 그간 버터를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인기를 끄는 아이템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냉장고가 등장한 이후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어 판매되기도 했는데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미국의 L.Tremain사가 1996년부터 선보인 ‘Butter Bell®Crock’이 있다.
식탁에 올려두면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한다, Butter Bell®Crock의 버터벨 /코지메리 서울(@cozymerry_seoul)의 인스타그램 |
식탁에 올려두면 인테리어 소품이 되기도 한다, Butter Bell®Crock의 버터벨 /코지메리 서울(@cozymerry_seoul)의 인스타그램 |
해당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버터벨은 전통적인 프랑스의 버터벨인 베리에를 현대적으로 개량한 제품이다. 미국내에서는 버터벨의 대명사로 불리는 브랜드이기도 하며 ‘버터 덕후’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버터를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일부 사용자들에게 잔잔하게 인기를 끌었던 버터벨이 하나의 트렌드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즈음이다. 당시 틱톡(TicTok) 등의 SNS에서 이 버터벨 사용을 인증하는 유저들이 늘어났으며 세계 여러 지역의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브런치 트렌드가 됐다.
인도 일간지 더 텔레그래프 마이 콜카타가 2022년 1월 발행한 한 기사에 의하면 틱톡의 유저와 Z세대를 중심으로 프랑스식 아침 식사용 빈티지 식기인 이 버터벨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수년동안 중세 시대 아침 식사의 필수품이었던 버터벨이 새롭게 인기를 얻으면서 이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났으며 미국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에서도 이를 판매하거나, 또 버터벨이 유명 셰프나 푸드 작가의 필수품이 됐다는 내용이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버터벨이 국내에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해 6월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 인플루언서를 통해서다. 당시 국내에서는 버터를 상온에 두고 물에 보관하는 것이 낯선 문화였으나 버터를 더 맛있고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버터벨이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지역에서 하나의 브런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에는 특유의 프랑스 감성을 완성해주는 하나의 오브제로서 인식됐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버터벨은 상온에 두고 쓰는 아이템인 만큼 식탁이나 주방의 한 곳에 자리하게 되는데, 이때 실용적이면서도 빈티지한 프렌치 인테리어를 완성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버터벨을 사용하는 방법
그렇다면 버터벨은 어떻게 사용하면 될까. 버터벨의 구조는 크게 두 개의 피스로 이뤄져 있다. 아랫부분 그릇에는 물을 채우면 되고 종 모양의 윗 부분 뚜껑에는 버터를 꼼꼼하게 채워 넣으면 된다. 그리고 뚜껑을 닫으면 물이 버터 표면을 보호하는 장벽이 되면서 공기가 들어가 산패되는 것을 막아주는 원리다.
윗 부분 종 모양의 뚜껑에 버터를 꼼꼼하게 채워 보관하면 된다 /마야의 놀이터(@maya_jiyoungoh)의 인스타그램 |
여기서 몇 가지 주의할 점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은 2~3일 마다 갈아주면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고, 일부 전문가들의 팁에 의하면 물에 소금을 조금 넣는 것 또한 버터를 신선하게 보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버터벨은 맛있는 버터를 먹을 수 있는 방식이지만 온도를 잘 관리해줘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실내 온도가 높은 경우에는 버터가 녹아 물에 빠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정한 온도에서 보관해줘야 하는데 직사광선이나 열원에서 최대한 멀리 보관하는 것이 적합하다.
사용시 주변 환경이나 온도에 유의해야 한다 /LIMJA HOME(@limja_85)의 인스타그램 |
또 버터벨을 사용할 때 내부에 버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새 버터를 넣을 수 없다. 모두 소진한 후에 새 버터를 넣어줘야 하며 새 버터를 넣기 전에는 깨끗하게 새척해서 사용해야 한다. 또 버터를 채워 넣는 뚜껑이 완전히 건조 된 이후에 버터를 넣어줘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버터벨 사용 시 일반적으로 버터를 3주에서 1달까지 상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버터벨을 보관하는 온도나 환경에 따라서 보관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는 게 좋다.
버터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
국내 SNS 및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버터벨에 대해 양분된 시선을 보이고 있다. 부드러운 버터를 즐기기에 유용한 아이템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는 굳이 이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빵을 자주 먹는 이들은 버터벨에 대해 꽤 만족스러운 아이템이라고 말한다. 냉장고 속에서 딱딱하게 굳은 버터를 꺼내 녹길 기다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인테리어 소품으로서 역할 또한 해낸다는 설명이다.
버터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 버터벨 /pexels |
과거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에는 버터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필수적인 보관 장치였던 버터벨이 현대에는 버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됐다고 볼 수도 있다.
차가운 버터를 녹여 먹는 것 혹은 버터벨을 사용하는 것도 모두 버터를 즐기는 여러가지 방식이 될 수 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빵을 자주 먹거나 또 다른 방식로 버터의 맛을 즐겨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버터벨을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핸드메이커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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