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자로와 위고비, 피튀는 경쟁의 승자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임상 효과·가격·보험 적용·경구제 개발 경쟁까지 겹치며 비만 치료제 판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적의 약을 둘러싼 제약업계의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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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100kg이던 사람이 1년 6개월 만에 70kg대가 된다. 주 1회 주사만 맞으면 가능한 일이다. 당뇨병 치료제로 출발한 약물이 이제는 비만 치료의 표준이 되어 세상의 상식을 뒤집었다.
의료계를 넘어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비만 치료제 시장은 위고비를 출시한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를 개발한 일라이릴리의 양강 구도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출시 2년 만에 연 매출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비만 치료제 시장을 평정하는 듯했으나, 일라이릴리가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난 마운자로를 출시하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의 구도를 재편했다.
경구용 비만 치료제 분야를 무대로 이들의 2차 혈투가 전망된다. 거침없는 성장세와 치열한 경쟁 구도, 대혼돈에 빠진 비만 치료제 시장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세상을 뒤엎은 기적의 약
최근 주목받는 비만 치료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천연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원래 2형 당뇨병 치료제로 활용했으나, 식욕을 억제하고 위 운동을 억제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의 기반이 되었다.
GLP-1 비만 치료제의 시작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2014년 개발한 ‘삭센다’다. 당뇨병 치료제를 비만 치료용으로 전환해 출시했는데,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체중 감량 효과도 5~10% 정도에 그치는 것이 한계다.
혁신은 2세대 비만 치료제부터 시작됐다. 2021년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는 주 1회 주사 투여로 편의성을 높이고 체중 감량 효과를 10~15%로 향상시켰다. 68주 임상시험에서 참가자의 69%가 10% 이상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출시 2년 만에 연 매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2022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마운자로를 출시하자 판도가 뒤집혔다. 마운자로는 GLP-1과 GIP(위 억제 펩타이드) 두 호르몬을 동시에 공략하는 이중 작용제다. GIP는 음식에 반응해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으로, GLP-1의 작용을 보완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지방분해를 가속한다. 마운자로는 72주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평균 22.5% 체중 감량 효과를 기록했으며, 일부 환자는 26% 이상 감량에 성공해 100kg인 사람이 18개월 만에 74kg이 되는 수준을 보였다.
참고로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각각 같은 성분의 다른 치료제가 존재한다. 이는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로 FDA 승인을 따로 받았기 때문이다. 위고비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로, 동사가 출시한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과 성분이 같다. 마운자로는 일라이릴리의 당뇨병 치료제로, 동사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와 같은 성분이다. 젭바운드가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은 희박한데, 이는 마운자로가 한국에서 비만 치료제와 당뇨 치료제로 각각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2강 구도의 치열한 경쟁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양분한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2025년 2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위고비와 오젬픽의 합산 매출은 79억6000달러,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합산 매출은 약 85억8000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위고비가 압도적 1위였지만, 마운자로가 빠르게 추격해 역전한 것이다.
마운자로의 성공 비결은 여러 측면에서 위고비 대비 앞선 효과 덕분이다. 임상시험 기준으로 위고비 사용자가 평균 15% 체중을 감량하는 동안 마운자로 사용자는 평균 22%를 감량한다. 90kg인 사람이 위고비를 사용하면 76.5kg이 되는 데 비해, 마운자로를 사용한 사람은 70kg이 되는 셈이다. 체중 감량 속도도 마운자로가 앞선다. 첫 8주 동안 위고비의 감량 속도는 평균 5%이고, 마운자로는 평균 7%다.
가격 경쟁에서도 마운자로의 전략이 적중했다. 미국 기준 위고비는 월 1349달러, 마운자로는 월 1069달러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자 일라이릴리가 의도적으로 마운자로의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 보험 적용률도 마운자로가 더 높아 미국 민간 보험회사의 65%가 마운자로를 급여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위고비는 58%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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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은 먹는 약
위고비가 시장을 선도하고, 마운자로가 끝내 앞선 모습이 현재까지의 대결 양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주사제 중심 시장은 곧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 구도의 다음 라운드는 주사의 불편함이 사라지는 경구용, 즉 알약으로 먹는 방식의 비만 치료제다.
노보노디스크가 개발 중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지난 4월 미국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했고, 연말 승인이 유력한 상황이다. 일라이릴리의 ‘오르포글립론’은 이보다 한발 더 앞섰다. 임상 3상에서 체중 감량 효과와 내약성 모두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오르포글립론이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두 거인의 싸움에 다른 제약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화이자,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경구용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각 회사가 보유한 신약 개발 기술을 총동원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 진입을 노린다.
국내 주요 제약사도 이에 가세해 이르면 내년부터 국산 치료제가 글로벌 제품과 경쟁할 전망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중심으로 피부에 붙이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10월 1일, 대웅제약은 대웅테라퓨틱스와 함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마이크로 니들 패치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붙이는 비만 치료제는 피부에 부착하면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미세 바늘이 녹아 피부 진피층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피하 주사제와 경구제 대비 체중 감량 효율이 훨씬 뛰어나다. 주사와 알약을 넘어 패치까지, 비만 치료제 시장의 선택지가 더욱 넓어지는 셈이다.
기적의 약이 품은 가능성과 숙제
의학계를 넘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비만 치료제. 그럼에도 비만 치료제 시장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 9월 16일 글로벌 헬스케어 연구기업 아이큐비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치료 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해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 한화 약 1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비만 치료제가 단순히 체중 감량뿐 아니라 만성질환 치료제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최근 각국 보건당국에서 비만 치료제에 심혈관질환, 간질환, 수면무호흡증 등 새로운 적응증을 부여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8월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운자로를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치료를 위한 보조제로 허가했다. 비만 치료제의 적응증이 확대될수록 시장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과제도 남아 있다. 아직 장기 안전성 측면에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약물 중단 시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 현상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비만 치료는 약물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활 습관 개선과 병행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비만과의 전쟁은 이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이 경쟁이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앞당긴다는 사실이다. 비만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미래가 인류에게 유익하길, 그저 바랄 뿐이다.
정지환 에디터 stop@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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