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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여섯시 '땡'하면, 난 채식주의자가 된다

[간헐적 채식]

매주 특정 요일에만 채식하거나 오전엔 채식, 오후엔 육류 즐겨

간식 대체할 발효콩 식품도 인기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거주하는 한인선(36)씨는 자신을 "월·금 채식주의자"라 부른다. 매주 월·금요일에만 채식을 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몇 년 전엔 월요일 채식주의자였다"고 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지구를 위해 고기를 먹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월요일에만 채식을 하기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채식이 점점 더 좋아져서 최근엔 금요일에도 하죠. 다른 요일에도 고기를 마구 뜯어대는 건 아니고요. 어릴 때부터 먹었기에 차마 못 끊는 것을 조금씩 먹어요. 가령 순대나 냉면 육수, 고기만두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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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식 발효콩 식품 '템페'를 구워서 올린 샐러드. 고소하고 씹는 맛도 있어 최근 채식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레이지캣레서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최근 국내 채식 인구는 100만명까지 불어났다. 채식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한씨처럼 매일 채식을 하진 않지만 매주 2~3회씩 채식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점점 늘고 있다. 이른바 '간헐적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 유연하게(flexible) 채식을 하는 사람(vegetarian)이라는 뜻에서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이라고도 부른다. 미국 가수 비욘세, 우리나라 가수 이효리 등이 간헐적 채식을 즐긴다고 알려졌다. 채식을 시도해보고는 싶지만 급격한 식단 변화가 부담스러운 이들이 보통 간헐적 채식을 시작한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 마크 비트먼은 스스로를 "저녁밥 직전까지만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한다. "매일 오후 6시까진 채식을 하되 저녁을 먹을 땐 육류나 생선도 간혹 편하게 즐긴다"는 것. "채식을 부담스럽지 않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초등학교 교사 양보라(40)씨는 '회식 때문에 간헐적 채식을 하는 경우'다. "다 같이 중국집에 갔는데 혼자 땅콩만 먹고 있을 순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타협한 거죠." 영양 불균형을 걱정해 간헐적 채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영(40)씨는 "빈혈 때문에 붉은 살코기를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먹고 나머지 날엔 과일과 채소를 먹는다"고 했다.


간헐적 채식 덕에 인도네시아 발효 콩 식품인 '템페(tempeh)'처럼 고기나 생선·우유를 대체할 새로운 단백질 음식도 잘 팔리는 추세다. 삶은 흰 콩을 발효해 과자처럼 굳힌 것으로 우리나라 청국장과 비슷하지만 그보단 향이 강하지 않으면서 치즈 같은 식감과 맛을 낸다. 서울 이태원 '플랜트' 같은 곳에서 템페 음식을 팔고, 용산동 '비건스페이스' 같은 채식 전문 식료품점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간헐적 채식으로 몸의 변화를 느끼려면 최소 석 달은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식을 쉬는 날에도 식단 관리를 소홀히 해선 곤란하다. 윤지영 피부과 전문의는 "이틀은 채식하고 나머지 날에 마구 먹어대면 결코 효과를 볼 수 없다"면서 "나머지 날에도 채소 위주로 먹되 육류와 생선류를 곁들여 영양을 보충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짜거나 매운 음식을 먹는 것, 술·담배를 하는 것도 간헐적 채식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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