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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가 뽑은 ‘부산’ 맛집 3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의 두 번째 미식 여행지로 부산을 주목했다. 재밌는 건 부산의 전통적인 맛보다는 모던한 감성과 현대적인 맛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가이드에는 빕 구르망(합리적인 가격으로3코스 식사 또는 단품 요리를 제공하는 가성비 식당) 15곳, 선정 레스토랑25곳, 1 스타 레스토랑3곳을 합해 총45개의 식당이 이름을 올렸다. 부산의 시그니처인 돼지국밥을 비롯해 일식, 중식, 장어, 비건, 타이완, 이탤리언, 프렌치, 컨템퍼러리 등 다양한 퀴진이 담긴 것도 특징이다.

한국 최초로 스타와 그린 스타 모두 거머 쥔 해운대 ‘피오또’

한국 최초로 스타와 그린 스타 모두 거머 쥔 해운대 ‘피오또’

한국 최초의 더블 스타

피오또


미쉐린 가이드 부산편에 이름을 올린 식당 모두 매력적이지만 우선순위는 분명 있다. 먼저 주목해야 할 식당은 해운대의 이탤리언 레스토랑‘피오또(Fiotto)’다. 한국에서 최초로 미쉐린 스타와 그린 스타를 동시에 거머쥔 식당이기 때문이다. 1 스타는‘방문할 만한 높은 수준의 레스토랑’을 뜻하고, 그린 스타는 지속가능성(친환경& 로컬 생산자와의 상생 등이 기준)이 뛰어난 곳에 수여한다.

지리산에서 재배되는 우리밀 ‘금강백밀’을 활용한 생면 리가토니. 선원농장의 비트를 올렸다

지리산에서 재배되는 우리밀 ‘금강백밀’을 활용한 생면 리가토니. 선원농장의 비트를 올렸다

피오또는10석도 채 되지 않는 식당이나 그들의 요리와 운영 철학(로컬·숙성·발효)은 어느 레스토랑보다 깊고, 넓다. 가장 큰 차별성은 음식에 활용되는 재료들이다. 부부 셰프와 부모님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경북 영천의 선원농장에서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고, 그 시기에 제일 맛있는 로컬 재료들로 테이블을 채운다. 온전히 셰프가 창작한 요리이자 진정한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의 실현이다.

조경통밀로 만든 빵과 선원농장의 가지와 한우 보섭살을 넣어 만든 리예트(고기 잼), 노란 비트, 골드 키위 파우더로 맛을 낸 스뫼레브레드. 작은 요리에 들어간 정성이 대단하다

조경통밀로 만든 빵과 선원농장의 가지와 한우 보섭살을 넣어 만든 리예트(고기 잼), 노란 비트, 골드 키위 파우더로 맛을 낸 스뫼레브레드. 작은 요리에 들어간 정성이 대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 음식이나 정해진 코스가 있지 않고, 자주 바뀌는 편이다. 방문하는 계절에 딱 어울리는 맛이 준비되는 셈이다. 우리 밀(백강백밀·조경백밀 등)을 활용한 생면 파스타와 직접 만든 콤부차도 별미다. 발효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콤부차는 음식과 잘 어울리도록 신맛은 줄이고, 부드러움을 더했다. 가을이 무르익은10월에는 발효와 숙성을 통해 한층 깊어진 재료의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시대의 살을 복원해 재배한 현미쌀 ‘노인다다기’. 피오또는 이 쌀을 활용해 리소토를 만들었다. 땅콩호박으로 만든 소스에 쌀을 익히고, 경산 재래 흑돼지로 만든 프로슈토를 갈아서 파우더 형태로 올렸다

조선시대의 살을 복원해 재배한 현미쌀 ‘노인다다기’. 피오또는 이 쌀을 활용해 리소토를 만들었다. 땅콩호박으로 만든 소스에 쌀을 익히고, 경산 재래 흑돼지로 만든 프로슈토를 갈아서 파우더 형태로 올렸다

피오또를 즐기는 포인트 한 가지 더. 지역 도예가와 협업해 제작한 그릇으로, 입으로 맛보기 전에 시각적인 즐거움을 전해준다. 식재료는 물론 레스토랑을 채우는 요소 하나하나에 지역의 색을 입히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지점이다.

부산의 중식에 대하여

차오란


6·25 전쟁을 기점으로 부산에는 많은 화교가 거주하기 시작했고, 초량동(부산역이 있는 동네), 영주동 등에서 집단으로 모여 살았다. 부산역 맞은편에 차이나타운이 조성되고,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들이 자리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초량동과 차이나타운의 식당들은 여전히 중국식 만두와 갖가지 요리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시그니엘 부산의 칸토니즈 레스토랑 ‘차오란’

시그니엘 부산의 칸토니즈 레스토랑 ‘차오란’

1920년대 화려한 홍콩을 표현한 차오란

1920년대 화려한 홍콩을 표현한 차오란

부산의 중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행자들과 젊은 세대가 주로 찾는 서면, 광안리,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국식 중국 식당이 아니라 홍콩, 타이완, 중국 본토 등 현지의 맛을 선보이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는 덤이다. 미쉐린 가이드에도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돼 총6곳(중식2, 타이완3, 딤섬1)의 중식 관련 식당이 소개됐다.

본토와 견줘도 손색없는 칸토니즈 바비큐

본토와 견줘도 손색없는 칸토니즈 바비큐

해운대의 차오란(CHAORAN)이 선두 주자다. 차오란은 1920년대 화려한 홍콩의 모습을 공간으로 표현했고,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시그니엘 부산의 위상에 걸맞게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해석한 셈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는 칵테일, 레스쁘아르

화려한 퍼포먼스로 눈길을 사로잡는 칵테일, 레스쁘아르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차오란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명확하게 이해된다. 딤섬, 광둥식 바비큐(오리·돼지고기), 해산물(새우·해삼·바닷가재·생선찜 등), 식사(완탕면·볶음면·솥밥) 등 전통 칸토니즈(광둥요리)가 주를 이룬다. 동시에 차오란만의 센스를 더했다. 트러플 소스 활 바닷가재 이나니와 누들, 캐비아를 곁들인 백목이버섯 대게찜, 트러플향 아스파라거스 버섯 딤섬 등이 그렇다. 또 음식을 담는 그릇, 모양도 신경을 쓴 태가 난다.

차오란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흑 후추 소스 소고기 안심 볶음’

차오란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흑 후추 소스 소고기 안심 볶음’

음식에 곁들이는 차와 칵테일도 마찬가지. 금문고량주, 연태고량주 등 중국술을 활용해 상큼한 향을 더하거나, 레스쁘아르(버블 칵테일)처럼 퍼포먼스를 강조한 것도 있다. 게다가 활용하면 좋은 프로모션도 꾸준하게 진행한다. 특히, 차오란의 시그니처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월간 시그니처(Monthly Signature)’는 놓치지 말자.

비건의 오늘

아르프


미쉐린 가이드의 비건은 맛있는 요리법으로 통한다. 단순히 채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 미식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가치가 있다. 부산에서는 수영구의 러브얼스와 영도의 아르프가 있다. 이번엔 후자에서 비건의 현재를 만끽했다. Around Plant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아르프(Arp)는 둥그런 지구의 긍정적이고, 윤리적인 식탁과 채소 요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했다고 한다. 주방 인원이 많지 않아 피크 타임에는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도 짧지 않고, 영업 방침도 고객 친화적이진 않지만 일단 맛을 보면 타협할 수 있다. 미각적으로도 심미적으로도 만족도가 높은 식당이다.

아르프 고사리 파스타

아르프 고사리 파스타

비건 버거

비건 버거

대표 메뉴로 고사리 파스타, 참나물 파스타, 아르프 비건 버거 등이 있고, 우리쌀로 빚은 쌀술을 곁들이도록 준비했다. 고사리 파스타는 고사리 페스토, 바짝 익힌 팽이버섯과 연근칩, 처빌, 레드페퍼로 맛을 낸 오일 파스타인데 감칠맛이 상당하다. 충분히 중독적이다. 아르프 버거는 식물성 미트, 토마토, 양파 처트니 등으로 만들었는데, 고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일반 버거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는 맛이다. 이 밖에도 워터 렌틸 그린 커리(흑미 버섯다시마 밥·아스파라거스 구이·백만송이 버섯 등), 두킨 버거(두부커틀릿·두부타르타르) 등 매력적인 메뉴가 기다리고 있다.

▶부산+

사진으로 표현한 예술

랄프 깁슨 사진미술관


음식의 예술을 만끽했다면 이제는 사진으로 그린 예술이다. 해운대에 있는 초현실주의 사진의 거장 랄프 깁슨(Ralph Gibson)을 기념하는 사진미술관(2022년 10월 개관)으로 향한다. 랄프 깁슨은 로버트 프랭크와 윌리엄 클라인으로부터 시작된 20세기 현대사진의 맥을 잇는 미국의 대표적 사진가다. 특히, 그는 현실의 일부를 기하학적 구성과 절묘한 균형으로 이미지를 포착한다. 이를 통해 초현실적 세계를 구축했고, 독보적인 시각언어로 명성을 얻었다.

미술관에서는 올해 말까지 1802년 나폴레옹 1세 때 제정된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와 관련된 전시를 볼 수 있다. 훈장과 관련된 인물, 오브제를 랄프 깁슨의 감각으로 담았다. 또 지하 전시장에는 그의 초기 대표작인 ‘블랙 3부작’을 만날 수 있다. ‘바다에서의 날들(1974년)은 오리지널 젤라틴 실버 프린트로, ‘몽유병자(1970년), ‘데자뷰(1972년)’는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흑백 사진을 어두운 전시관에서 보는 색다른 경험이고, 사진이 좀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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