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알해안을 걷는 엉알길은 수월봉 밑에서 시작한다. 수월봉 밑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지질공원에 속한 대표지역으로 화산쇄설층이 발달되어 화산학의 교과서를 보는 곳이다. 절벽에 화산지층이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이 코스는 지질트레일이라고도 이름이 붙여져 있다. 바닷가로 현무암이 쫙 깔려 기이한 풍경을 만든다.
영알이란 말은 제주어로 벼랑, 절벽을 뜻하는 ‘엉’과 아래쪽을 가리키는 ‘알’이 합쳐진 말로 ‘벼랑아래 길’이란 뜻이다.
해안 길을 걷다보면 일제강점기에 강제노역으로 만들어진 군진지를 볼 수 있다. 태평양전쟁 때 미군상륙에 대비해 갱도에서 바다로 투입할 수 있게 자살특공대 보트와 탄약을 보관하던 곳이다.
샘이 솟고 흐르는 용운천을 볼 수 있다. 한쪽으로 물이 실 가닥 같이 가늘게 흐르는데 이것을 ‘녹고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옛날 병을 앓던 어머니를 보살피던 수월이와 녹고 남매가 있었다. 이들 남매에게 지나가던 스님이 100가지 약초를 구해 어머니를 구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남매는 백방으로 약초를 캐러 다닌 끝에 99가지 약초를 구했으나 마지막 한 가지 오갈피를 구하지 못했다. 수월이는 수월봉 절벽 아래 있는 오갈피를 발견하고 홀어머니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절벽을 내려가다 떨어져 죽었다. 동생 녹고도 누이를 잃은 슬픔에 17일 동안 눈물을 흘리다 죽고 만다. 녹고의 눈물이 절벽 곳곳에서 솟아나 샘물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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