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만드는 ‘이 물질’, 장 건강의 비결
생명硏·표준硏 공동연구팀, 장내 미생물 단백질의 장 건강 유지 원리 규명미생물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만드는 ‘Amuc_1409’ 단백질이 핵심
국내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이 장 건강을 유지시키는 핵심 요인 증명에 성공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이철호, 김용훈 책임연구원팀이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신규 단백질의 장 항상성 유지 원리 규명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우리 몸의 장기엔 흔히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불리는 ‘장내 미생물군(probiotics)’이 살고있 다. 이들은 위장부터 소장, 대장까지 여러 기관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 소화기능과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신경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향후 장 노화 및 신형 치료제 개발을 위해선 어떤 장내 미생물이 유익한지, 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이 장 건강을 유지시키는 핵심 요인 증명에 성공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이철호, 김용훈 책임연구원팀이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신규 단백질의 장 항상성 유지 원리 규명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강덕진 바이오물질측정그룹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장내에선 수명을 다한 장 상피세포는 떨어져 나가고 장 줄기세포에서 새로운 장 상피세포가 재생된다. 이것이 장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순환 과정이다. 만약 노화 등으로 장 줄기세포 재생능력이 저하되면 장 상피세포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소화 불량,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장내 미생물 중 하나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는 장 점막층에 서식하는 균주다. 장 건강 유지 기능과 함께 대사질환을 포함한 당뇨, 염증성 질환 및 암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이런 유익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별로 없다. 아커만시아 뮤니시니필라가 장 내부에 유익한 성분이 어떻게 두꺼운 장 점막을 뚫고 장내에 도달하는지 규명이 안됐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공동 교신저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강덕진 책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철호 책임연구원, 공동 교신저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용훈 책임연구원, 제1저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강은정 학생연구원, 공동 제1저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영은 박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
생명연·표준연 공동연구팀은 아커만시아 뮤니시니필라가 분비한 물질을 숙주세포까지 옮긴 후 효능을 발휘할 운반책이 있을 것이란 가설을 만들었다. 그 다음 생명연·표준연 공동연구팀은 ‘Amuc_1409’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는 인체 장 점막층에 살아가는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장 점액을 먹고 만드는 단백질이다. 공동연구팀은 이 Amuc_1409가 효능 매개 물질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다양한 조건의 배양액의 단백체 분석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Amuc_1409 단백질이 장 줄기세포의 재생 능력을 조절해 장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Amuc_1409는 인간과 마우스 장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장 줄기세포 증식과 장 상피세포의 성장을 활성화했다. 또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항암제로 인해 손상된 장의 재생을 촉진했다. 또한 실험용 쥐로 노화 관련 실험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늙어서 장 줄기세포 재생능력이 떨어진 쥐에 Amuc_1409를 투여했다. 그 결과 장 줄기세포의 수와 재생 능력이 회복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장 건강 개선 효과는 Amuc_1409가 세포와 세포를 이어주는 분자인 E-cadherin(상피 카데린 단백질)과 결합해 상호작용한 후, 장 줄기세포의 재생 신호전달 체계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라고 그 원리도 밝혀냈다.
연구책임자인 이철호 책임연구원은 “그간 장 미생물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가 분비하는 미지의 단백질이었던 Amuc_1409의 장 항상성 유지능력과 그 기전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며 “향후 노화 또는 손상에 의한 다양한 장 질환에서 장 건강 개선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4월 6일자로 게재됐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생명연 주요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