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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향한 소신·배려로 한길… “한국의 맛 세계로”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1988년 프라자호텔 입사 셰프의 길

2018년부터 佛 한식문화 축제 총괄

5월말 끝으로 정년 퇴직 ‘인생 2막’

산나물 등 지자체 상품 수출길 모색

전통의 김치·된장찌개 시그니처 메뉴

“경험 살려 후배들 새 방향 제시 목표”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최재현 셰프를 만났다. 최 셰프는 시골에서 성장했기에 고등학교 때 시내로 ‘유학’을 나갔다. 혼자 고등학교 3년 동안 자취생활을 했는데, 연탄불과 석유 곤로에 밥을 해먹으면서 불 조절의 중요성을 알았고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성’을 먹일 수 있는 것이 직접 요리한 음식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1988년 서울시청 앞 프라자호텔 외식사업부에 입사해 셰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원래 꿈이 농사였다. 이에 호텔에서는 1년 정도만 근무하고 귀농하려 했는데 외식이라는 특수성에 매료돼 현재까지 30년 넘게 같은 곳에서 몸을 담고 있다. 최 셰프는 틈날 때마다 주방에 들어가서 요리의 기초를 배웠다. 이후 식자재 구매와 기물관리까지 배우면서 지금의 틀을 닦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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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셰프

한 분야에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근무하다 보니 장인과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 프라자호텔이 1988 서울올림픽 지정호텔이 됐을 때는 외국인 선수 식품관리 업무를 맡기도 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 한식당 마루 세팅 운영 관리, 63빌딩 샤브샤브 식당 세팅 운영관리, 퓨전 중식당 티원 세팅 운영관리를 맡았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프랑스 몽펠리에 한국문화 축제 코레디시페스티벌에서 조르주프레슈 요리학교 한식 아틀리에, 레스토랑 파나세 컬래버 등 한식 총괄을 맡아 운영했다. 2019년, 2022년 룩셈부르크 국제 바자회 한식 총괄 및 한국-룩셈부르크 수교 60주년 한식 행사도 총괄했고 2024년 이탈리아 나폴리 코믹콘 한식 행사도 도맡아 진행했다.


최 셰프는 이달 말을 끝으로 정년퇴직해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프랑스, 룩셈브르크, 이탈리아 등과 진행한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선글로벌(Sungloval)을 설립했다. 우선 10월 12~21일 남프랑스 몽펠리에서 코레디시(한국문화 축제) 10주년 행사를 열고 같은 기간 몽펠리에 국제박람회 한국관을 총괄 운영한다. 한국의 김치와 산나물 등을 캔포장하여 수출하고 지자체 로컬 상품을 물색하여 수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최 셰프는 주로 유럽에서 개인 활동을 해왔다. 2018년 몽펠리에 유명 레스토랑 파나세 셰프들에게 김치 만들기를 전수하기도 했는데, 이 당시에 김치를 배웠던 셰프 중 한 명은 현재 남프랑스에서 자신의 식당을 운영하며 직접 김치를 만든다. 이처럼 최 셰프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다른 나라 사람들과 셰프들에게 한국 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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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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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백김치

최 셰프의 시그니처 메뉴는 김치와 된장찌개다. 그가 김치를 배운 것은 아주 예전의 일이다. 최 셰프 어린 시절 김장은 집마다 1년 중 가장 큰 일이었다. 고향이 충청도라 황석어 젓갈을 꼭 넣어서 김장했는데 한겨울에 먹는 푹 익은 황석어 젓갈 김치는 어린 입맛에도 매우 맛이 있었다. 이에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김치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프라자호텔에 재직하면서 시설 봉사활동인 사회공헌 업무도 맡아서 진행했는데 이때도 회사 요리사들과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에 주력했다. 요즘 고아원, 양로원 등은 김치를 구매해서 먹지만 20년 전에는 1년 중 가장 큰 행사가 바로 김장이었다. 그때 각 시설 원장의 고향에 따라 젓갈과 양념이 다르고 김치 담그는 비법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그들만의 깊이 있는 김치 담그기의 속성을 알았고 그 맛이 어디부터 시작되는지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이후 국제적 한국 문화 행사에 초대되어 한식을 소개할 때마다 김치를 빼놓지 않았다. 소금의 농도, 절임, 채 썰기, 양념 간의 정도, 버무리기, 보관, 숙성 등 복잡하며 매 과정 셰프가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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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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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김치

이에 김치를 매뉴얼화하고 외국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외국에서 행사를 진행할 때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김치와 된장찌개처럼 가장 기본적인 음식인 만큼 이를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 물, 소금, 바람, 정성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고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장류와 김치라고 최 셰프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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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최 셰프는 몽펠리에 박람회 등을 통해 ‘한국의 전통’을 수출할 계획이다. 유럽 지방도시 전역에서 김치, 산나물, 장류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생산과 포장을 컨설팅해 중소기업의 수출 교두보 역할을 할 작정이다. 최 셰프는 또 경험을 살려서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방향을 알려주고 동료에게는 비전을 제시해 새로운 수익과 문화를 창조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최 셰프는 평소 “내 안의 모든 정령을 이끌어 내어 최선을 다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배려하는 것이 나의 철학”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생각하는 음식은 결국 ‘소신’과 ‘배려’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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