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의 주범, 부엌에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편두통이 찾아오거나, 반복적인 두통으로 고통받는다면 원인은 다름 아닌 부엌에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두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에는 아주 의외의 식품도 포함돼있다.
1. 다이어트 소다
다이어트 콜라와 같은 음료는 대표적인 두통 유발 식품 중 하나다. 다이어트 소다에는 설탕보다 180~220배 단맛이 강한 첨가물인 아스파탐이 들어간다. 설탕보다 칼로리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스파탐은 두통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어지럼증, 기억력 상실, 두통과 같은 증상으로 인해 아스파탐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수천 건 접수했다. 미국 식이요법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일 아스파탐의 허용 섭취량은 50㎎을 넘지 않아야 하나, 12온스(340g) 다이어트 음료에는 약 180㎎의 아스파탐이 들어 있다.
앞서 펩시 사는 지난 2015년 아스파탐을 빼고 대체 감미료인 수크랄로스를 넣은 다이어트 펩시를 출시했으나, 최근 아스파탐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2. 푹 익은 바나나와 아보카도
바나나와 아보카도는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과일인데다 건강상 이점도 상당히 많다. 다만 아주 잘 익은 바나나와 아보카도는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티라민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티라민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아미노산이다. 하지만 티라민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의 경우 편두통이나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효모 결핍증을 앓고 있거나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항우울제의 분해 과정을 방해할 수 있다.
3. 빵
글루텐이 풍부한 밀가루로 만든 빵을 비롯해 과자, 파스타, 라면과 같은 식품들도 두통을 일으킬 수 있다. 글루텐은 보리, 밀, 호밀에서 생성되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밀가루 반죽이 점착성을 보이고 빵이 부풀어 오르게 하는 성분이다. 하지만 이 성분이 바로 두통의 원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 센터에서 진행한 연구(2012)에선 글루텐 과민증을 앓고 있는 사람 중 56%가 만성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에 글루텐 프리 식단을 환자들에게 제공하자 두통의 빈도나 강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는가 하면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4.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을 먹은 뒤 많은 사람들은 단순 두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바로 ‘아이스크림 두통(Ice-cream headache)’ 혹은 ‘브레인 프리즈(Brain freeze)’라고 한다. 아이스크림과 같이 찬 음식을 먹으면 갑자기 머리가 아픈 증상이 발생한다.
미국 하버드 의대 호르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두통은 입천장에 차가운 물질이 닿을 때 뇌 안에 있는 전뇌대동맥이 갑작스럽게 확장을 하며 유발된다.
우리 몸은 찬 음식을 먹으면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급격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두통을 발생시킨다. 아이스크림 두통의 통증 시간은 짧다. 30초~60초 정도에 최고조에 달하고 5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없다. 다만 평소 편두통이 있는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두통에 더 취약하다.
5. 치즈
잘 숙성된 치즈는 깊고 풍부한 맛이 나지만, 티라민 함량이 높아진다. 블루 치즈, 브리, 체다, 모짜렐라, 파르메산, 스위스 치즈 등은 티라민 함량이 높아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6. 레드와인
대부분의 많은 알코올은 과다 섭취할 경우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레드와인은 유독 심하다. 게다가 레드와인만 마시면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레드와인 두통은 양쪽 머리가 아프고 메스꺼움과 역겨움을 동반하는 증상이다. 하지만 구토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대개 레드와인을 마신 뒤 1시간 이내로 일어난다.
레드와인이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은 탄닌, 설탕, 히스타민 때문이다. 레드와인에는 떫은 맛을 내는 탄닌 성분이 많은데, 이 성분에 예민한 사람들은 와인을 조금만 마셔도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 또한 와인의 당 성분이 체내에 들어가면 우리 몸은 혈액 내 당도를 낮추기 위해 다량의 수분을 요구한다. 이 때 수분 섭취가 이뤄지지 않으면 과다 당분 부작용으로 두통이 오게 된다. 레드와인의 주원료인 포도 껍질에는 히스타민이 들어 있다. 히스타민은 생리작용 조절 및 신경전달물질로서 작용할 뿐 아니라 국소적인 면역 반응에도 관여한다. 이 성분이 일시적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리얼푸드=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