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좁이 탈출하여 어깨깡패가 되려면?
굉장히 대중적인 키워드를 한 번 선택해보았습니다. 이유인 즉슨 저의 사랑하는 동생이 ‘어깨를 키워보겠다’며 안 하던 운동을 3주째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동생이 저에게 묻는 질문의 요지는 하나.
“어떻게 하면 어깨 넓어져?”
솔~직히 타고난 골격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만약 어깨 근육, 흔히 말하는 삼각근의 길이가 또 좀 길면 발달시켰을 때 우람해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깨 키우려다 승모근만 빵빵해져서 개콘의 헬스 보이 같은 느낌이 될 수도 있는데…
하지만 동생의 꿈과 희망을 무참히 짓밟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구글에 검색해봤습니다. 어깨, 어깨 깡패, 넓은 어깨, 남자 어깨 등등.
동생의 표현과, 많은 여성분들의 표현을 근거로 선택한 ‘넓은 어깨’ 혹은 ‘어깨 깡패’는 두 번째가 아니라 첫 번째 이미지더군요. 첫 번째 이미지는 실제로 구글에서 ‘어깨 깡패’라고 검색했더니 나온 짤입니다. 두 번째 이미지는 제가 생각하는 넓은 어깨, 혹은 어깨 깡패. (왜냐면 깡패 소리가 나올 정도면 ‘강하다’는 느낌이 좀 있어야…)
여하튼 이런 시각차를 관통하는 공통된 대답이 있다면, 구부정한 어깨를 펴고 넓고 당당한 가슴을 내밀고 선 자세를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굽은 어깨를 검색하면 자주 등장하는 이 이미지 |
보통 이런 구부정한 자세를 개선하기 위해, 혹은 모아진 어깨를 펴고 넓게 만들기 위해 인터넷 검색과 친구 추천을 모아 실시하게 되는 대표적인 운동은 아래와 같을 것입니다.
이건 제 추측이 아닙니다. 왜냐, 페이스북에 ‘어깨 깡패 되는 운동법’이라고 해서 맨날 뜨니까! ㅋㅋ |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 운동으로는 좀처럼 어깨가 넓어지기가 쉽지 않은데, 그 원인을 크게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운동 수행자의 운동 능력과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1. 정말 사용해야 하는 어깨 근육을 못 쓰기 쉽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어깨 관절을 다양한 각도에서 능동적으로 사용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팔을 저렇게 옆으로 벌리거나 뒤로 벌릴 일은 기지개 켤 때가 아니면 정말 드물 것입니다. 대부분은 둥글게 웅크린 가슴을 하고 컴퓨터나 핸드폰을 사용하기 위해 팔을 앞으로 뻗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실 우리가 흔히 어깨에 담이 결린다고 할 때 잘 뭉치는 상부 승모근이나 어깨 전면부와 가슴 부위 근육이 위축되어 있을 것이고 살짝 운동만 해줘도 반응하기 쉽겠죠. 다시 말해 저 동작을 하는데, 어깨 근육에는 이른바 ‘먹는 느낌’이 없고 이상하게 승모만 빠박 힘이 들어가는 겁니다.
문제는 이게 힘만 들어가면 좋은데 어깨 관절의 움직임도 이상하게 왜곡해서 자꾸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더 안타까워지네요…
2. 부하가 너무 적다.
위 운동은 역학적으로 몸 중심에서 정말 멀~리, 그것도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어깨 근육으로만 무게를 들어 올립니다.
카이 그린이나 필 히스같은 일류 보디빌더가 아닌 다음에야 위와 같은 운동을 하는데 무거운 무게를 다룰 재간이 없죠. 무거운 무게를 다루면 1번의 사태가 반드시 동반될 테고요.
해당 부위에 자극을 주어 근육 발달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위 동작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정말 빼빼 마른 분들이 어깨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해 선택하는 운동으론 솔직히 ‘사치’스럽습니다.
왜냐면, 우리 몸은 하나의 유기체이고, 이 하나의 유기체가 근육 발달이란 선택을 하려면 그에 준하는 외부자극이 있어야 하는데, 끽해야 2~3kg짜리 덤벨로 우리의 뇌로 하여금 ‘크아아악!!!!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러다간 못 버티겠어!! 근육을 강화해라!!’란 각성을 하게 만들기엔 너무 부하가 적다는 것이죠.
그래서 주요 운동으로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스쿼트를 언급하고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의 교정 운동도 이런 주요 동작을 수행할 때 부상 없이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몸 상태와 일상으로의 전이가 용이한 몸 상태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변함없습니다.
3. 견갑골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근육들이 ‘단축성 수축’ 중심의 운동을 한다.
갑자기 사용하는 단어가 어려워졌는데…
굽은 어깨를 펴고 좋은 자세를 만드려면 견갑골의 위치가 좋아야 합니다. 앞으로 밀려나고 위로 딸려 올라간 견갑골을 원래 위치로 가져오기 위해 다양한 교정 운동 동작을 활용하는데요.
위와 같은 동작들을 통해 견갑골의 안정화에 기여하는 ‘중-하부 승모근’을 사용하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동작들이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아쉬운 점은 ‘단축성 수축’ 중심의 운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무슨 뜻인고 하니, 힘을 쓸 때 근육의 길이가 줄어드는 수축을 중심으로 운동한다는 것이죠.
삼각근이 늘어져 있다가 짧아지면서 덤벨을 들어 올리고 힘을 풀면서 내려오게 되는데, 내려놓는 구간을 잘 통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상 운동을 할 때 큰 힘을 내는 구간은 결국 무게를 들어 올리는 단축성 수축 구간에 집중되게 됩니다. (단축성 수축’만’ 한다는 게 아니니까 과격하게 일반화하지는 마시고요.)
하지만 우리 몸의 근육은 힘을 주고 있음에도 근육의 길이가 늘어나는 신장성 수축도 할 줄 알아야 하고, 근육의 길이 변화가 없는 등척성 수축도 할 줄 알아야 안정적인 움직임을 구사하고 근비대에도 더 유리한 훈련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신장성 수축은 ‘감속’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움직임의 속도를 조절하고 관절의 안정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턱걸이를 하는 데 올라가는 단축성 수축은 힘차게 잘 해놓고 내려오는 신장성 수축 구간에서 그냥 힘을 완전 빼버리면 어깨에 상쾌한 충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왠지 한 번 빠졌다가 들어오는 그런 느낌이지요.
그렇다면 결국 “(벤치) 프레스하고 스쿼트하고 데드리프트 해라”로 귀결되는 뻔한 스토리로 끝맺게 될 것 같은데… 그러면 사색한 보람이 없으니…
결론: ‘벤트 프레스’를 추천한다
케틀벨을 활용한 운동 동작 중에 위에서 이야기한 부분들을 만족시킬 만한 동작이 없을까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어깨를 펴는 데도 도움을 주고, 충분한 부하를 사용하며, 근육의 신장성 수축 구간 역시 중점을 두게 되는 동작. 초심자에게 적합한 동작은 아니지만 생각나는 동작이 있었습니다. 바로 ‘벤트 프레스(Bent Press)’입니다.
올드 스쿨 리프터들이 무거운 무게를 안전하게 들어 올리는 데 사용했던 리프팅 방식이자, 어깨를 보호하면서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기도 한 벤트 프레스!
구글 검색을 통해 찾아낸 짤 하나 |
위 사진의 케틀벨은 56kg인가 하더군요.
강한 코어와 유연한 흉추의 움직임이 동반되어야 하며, 케틀벨을 안정적으로 받칠 수 있도록 견갑골을 뒤로 충분히 당겨주어야 합니다. 또한 광배근의 강한 수축을 통해 어깨가 밀려나지 않도록 잡아주어야 하기도 하죠.
마스터 SFG David Whitley 선생님의 벤트 프레스 |
케틀벨 랙 포지션에서 견갑골을 뒤로 당기면서 흉추를 회전합니다. 이때 후면 삼각근과 광배근은 최대 수축 상태가 됩니다. 케틀벨은 거의 제 자리에 있고 상체를 숙이면서(힙 힌지!!!!!!!!) 팔꿈치를 펴게 되는데, 이때 (후면) 삼각근과 광배근은 강한 신장성 수축을 하게 되죠.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서 다시 머리 위까지. 어깨 관절에서의 입체적인 움직임이 동반됨과 동시에 몸통에서의 견고한 안정성이 요구되는 동작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할 수만 있다면 케틀벨 벤트 프레스가 시간 대비 효율은 정말 뛰어난 운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거운 무게를 다루고, 전신을 사용하고, 어깨 관절을 다방향으로 사용하고, 근비대를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성 수축 구간을 강조할 수 있고.
파벨의 저서 ‘파워 투더 피플’에서는 사이드 프레스가 소개되었었는데, 벤트 프레스와 함께 유사한 이유로 그 가치에 주목해볼 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이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되어야 하는 것들이 좀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하지만 벤트 프레스를 연습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면 어깨 깡패는 아니어도 어좁이처럼 서 있지는 않을 듯하네요.
원론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면, 어좁이 탈출 혹은 어깨 깡패가 되기 위한 운동을 다들 찾지만 사실 정말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은 결코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다는 사실 같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 역시 중요할 것 같군요.
‘이것만 하면 30일 완성!’ 같은 비법을 저도 이야기해보고 싶지만, 30일 내에 어깨 근육의 성장은커녕 어깨 관절을 아프게 할 수도 있고, 혹은 애먼 시간만 흘러보낼 수도 있는 게 운동이니… 하나부터 천천히 만들어가는 정공법의 높은 성공률을 믿어보는 게 현명할 듯합니다. 정공법이라 한다면 역시 견고한 코어를 만들고, 골반과 어깨는 잘 움직이게 하고, 여기에 하나씩 핵심 리프트부터 익혀가는 것이지요.
유투브에서 퍼온 David Whitley 선생님의 벤트 프레스 설명 영상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이우제. 운동보다 공감하고 싶은 트레이너. '먹지 마세요' 보다 '드세요'를 말하고 '하세요' 보다 '쉬세요'를 더 자주 말하는 이상한 트레이너. 자격사항 : SFG / SFB / SFL / FMS lv2 / GFM lv2 / NASM-C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