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설탕 뿌려 먹어도 될까?
탐스러운 빨간색, 약간의 푹신함을 품은 탄탄함, 화룡점정으로 꼭대기에 진한 초록색으로 얹혀 있는 꼭지까지. 약간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맛을 내는 토마토는 맛으로나 생김새로나 다른 식품으로 대체 불가한 채소입니다. 토마토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농작물 중 하나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채소인데요. 매년 8월 스페인의 부뇰에선 사람들이 으깬 토마토를 던지는 유명 축제 토마티나가 열리기도 하죠. 이렇게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한 토마토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얽혀 있을까요?
과거엔 '악마의 열매'였다
과거엔 이렇게나 맛있는 토마토가 죽음의 음식, 악마의 열매로 통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독초 맨드레이크와 닮아서였는데요. 맨드레이크는 중세 시대에 마취제로 쓰였으며, 뿌리에는 강력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있어 복용하면 강력한 환각과 최면 효과가 일어나고, 많이 먹으면 호흡이 정지하여 질식사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일찍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16세기 무렵 원산지 아메리카 페루에서 유럽으로 토마토가 전해지자, 맨드레이크와의 비슷한 모양새 때문에 바로 기피해야 하는 음식으로 낙인이 찍혀버렸죠. 맨드레이크와는 별개의 음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토마토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낸 뒤 토마토가 식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건 18세기에 이르러서였습니다.
미국 대법원에서 과일이 아닌 채소라고 판결했다
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가 먹는 토마토 열매는 개화식물의 씨방이 발달한 것으로 과일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토마토를 과일처럼 별도로 먹지 않고 식사에 재료로 사용해 요리하여 먹기 때문에 채소로도 볼 수 있는데요. 이 문제로 인해 한 사건이 1893년 미국 대법원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엔 의회가 과일에 매기지 않는 관세를 채소에만 매겼는데, 관세청에서 토마토를 채소로 보고 10%의 관세를 징수했기 때문이죠. 그러자 뉴욕의 과일 회사 Nix & Co.가 관세청 징수관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습니다. 이 과일 회사는 과학적 자료를 준비하며 토마토는 과일이라 확신하며 승리를 점쳤죠. 그런데 웬걸, 미국 대법원에서는 '토마토가 과일이면 디저트 요리에 나와야 하는데, 메인 요리에 사용되므로 결과적으로는 채소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토마토는 채소가 되었습니다.
MSG가 들어 있다
토마토에 MSG라니, 무슨 말일까요? 정확히 말하면 토마토에는 MSG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MSG는 사탕수수에서 얻은 원당 또는 당밀을 주재료로 한 발효 조미료로, 글루탐산이 그 성분입니다. 그리고, 토마토엔 이 글루탐산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죠. 그것도 채소 중에서 글루탐산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서양 요리에 토마토가 사용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MSG를 첨가한 것 같은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죠. 특히 가열 과정을 통해 토마토의 글루탐산이 유리되어 국물로 이행되어 진한 맛을 내기 때문에 토마토 스튜를 비롯한 각종 토마토 소스들이 오래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것입니다.
케첩엔 라이코펜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토마토 케첩이 그리 건강하지 않을 것이란 통념이 있는데요. 케첩은 토마토를 으깨서 즙을 걸러내 설탕과 소금을 넣어 녹인 다음, 각종 향신료를 넣어 끓인 후 급속 냉각시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높은 온도로 끓이기 때문에 영양분이 꽤 날아가고, 좋지 않은 첨가물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그러나 토마토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라이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기 때문에 케첩 가공 과정 중에서도 파괴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케첩엔 토마토가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라이코펜 함유량이 높습니다. 라이코펜은 노화의 원인인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유방암과 전립선 암, 소화기 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설탕과 궁합이 안 좋다
설탕을 솔솔 뿌려 먹는 토마토, 그 맛이 일품이죠.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설탕을 뿌리는 게 그리 좋지 않습니다. 설탕 분해에는 비타민 B가 필요한데, 토마토 위에 설탕이 뿌려지면 토마토에 풍부하게 함유된 비타민 B가 이 설탕 대사에만 활용되기 때문이죠. 설탕 때문에 토마토의 비타민 B를 제대로 섭취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토마토를 건강하게 먹으려면 올리브오일이나 아보카도와 함께 약간 익혀 즐기는 게 좋습니다. 지방 성분이 없으면 몸에 흡수되지 않는 토마토 속 카로티노이드의 체내 흡수율을 5배 높여주기 때문이죠.
전립선암을 예방해준다
서구에서는 이미 흔한 질병인 동시에, 국내에서도 동물성 지방의 과식 섭취 등 식생활의 서구화로 발생률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전립선암. 이 질병에 걸릴 위험을 토마토가 낮춰줄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40세 이상 미국인 4만 8천 명을 5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주 10회 이상 토마토 요리를 먹은 그룹이 주 2회 이하 섭취한 그룹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45%나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도 저널을 통해 토마토가 전립선암 치료에 유익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립선암에 걸린 쥐에 토마토 분말을 먹였더니 일반 사료를 먹은 쥐에 비해 사망률이 26%가 낮아지는 실험도 있었죠. 이는 토마토에 함유된 라이코펜뿐 아니라 비타민C, 루테인 등 다양한 성분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암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빈 속에 먹으면 안 좋다
간혹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이나 건강 식단을 챙겨 먹는 분들 중에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토마토를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토마토는 용해성 수렴 성분과 펙틴이 풍부해, 공복에 섭취하면 이 성분들이 위산과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융해가 잘 되지 않는 덩어리로 변해 위장을 막을 수 있고, 위의 내부 압력을 증가시켜 위장이 부풀고 팽창하는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의사들이 토마토는 위산 분비를 촉진시킨다는 이유로 역류성 식도염 환자들에게도 토마토 섭취를 피할 것을 권하고 있으니 자신의 상태와 환경 등을 고려하여 먹어야겠죠.
방울토마토는 꼭지를 떼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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