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1,053억들여 짓고있다는 원형 다리, 뭔가 했더니…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농경지와 구릉지로 둘러싸인 황량한 토지였던 세종시가 어느새 착공 1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정부세종청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세종시는 2012년 출범 이후로 비서실, 국무조정실 등 36개의 기관이 차례대로 이동됐으며, 10만 명 채 되지 않았던 인구 수가 현재에는 34만 명으로 늘어날 만큼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립세종 도서관, 세종 호수 공원 등 시민들의 복지를 위한 건축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죠. 특히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금강 보행교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원형 모양의 다리로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턴키베이스(일괄수주계약)으로 롯데건설이 짓고 있는 금강 보행교는 총사업비가 무려 1,053억 원이 들어간 세종시 핵심 사업 중 하나입니다. 환상의 시간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당선된 해당 디자인은 동그랗게 생긴 형상으로 자연의 사계절을 느끼며 다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죠.
다리는 세종 시청 뒤편 금강변에서 북측의 중앙 녹지공간을 연결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폭은 12~30m, 총 연장은 1650m 규모로 보행 전용 교량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지어지는 금강 보행교만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상하층 복층구조로 보행자용과 자전거용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는 보행자와 자전거 간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설계된 디자인입니다. 이외에 교량 상부는 폭 12m로 보행 편의를 위한 휴게 및 편의 시설과 이벤트, 놀이시설, 녹지공간 등으로 조성하고 교량 하부는 폭 7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북측 중앙공원 쪽 접속교 하부에는 운동시설을 설치하고 상부에는 아치형 전망대를 조성해 금강 보행교를 어엿한 세종시의 랜드마크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남측 시청 쪽 접속교에는 물놀이 시설, 광장, 스탠드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여가시간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금강 보행교의 복층형 구조는 국내에서 몇 없는 다리의 구조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있었던 복층형 다리 중 하나는 광안대교로 부산 남구 대연동부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를 연결하는 교량입니다. 2002년 광안대교 건설 당시 대림산업, 삼환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건설을 맡아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었죠. 건설 사업비로는 시비(5,097억 원), 국비(2,802억 원)을 더해 총 7,899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광안대교는 2층 복층 구조로 복층구조사 상판이 해운대에서 남천동, 용호동, 대연동 방면이며 하판은 상판과 반대 방향입니다. 보통 전장이 긴 해상교량들은 사장교로 짓는 게 일반적이나, 광안대교는 갈매기 모양을 형상화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현수교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또 다른 복층형 다리인 거금대교는 전라남도 거금도와 도양읍 소록도를 잇는 다리입니다. 2011년 완공된 거금대교는 총 사업비 2732억 원을 투입해 만들어졌으며 국내 최초로 자전거/보행자 도로와 차도를 구분한 복층 교량이기도 하죠. 총 연장은 2028m이며 사장교 구간은 1116m, 접속교 구간은 912m를 차지합니다.
세종시 신도심(행정중심복합도시) 랜드마크 역할을 할 금강 보행교에 대해 사람들의 기대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그에 따른 우려도 교차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과연 금강 보행교가 많은 관광객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이죠. 시 자체 측에서는 금강 보행교가 극심한 침체기에 놓은 신도심 상가업계를 살리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관광지는커녕 혈세 먹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단순히 다리 완공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이끌 각종 시설 및 프로그램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타납니다.
원형 다리를 통해 사계절의 풍경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관광객을 이끌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은 대형 구조물과, 물놀이장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세종시청 측에서 계획하고 있는 클라이밍 체험을 비롯한 기타 놀이 시설은 다리 근처 공원의 편의 시설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사업비를 추가 책정해서라도 금강 보행교를 상징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이 낮아져 금강 보행교는 단순히 일시적인 관광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만큼 금강 보행교가 한번 방문해 사진만 남기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들의 추가적인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