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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영화 '테넷' 보기 전 알면 좋을 과학 상식

사토르 마방진 속 단어들, 영화 제목·등장인물 이름 등에 활용돼

김상욱 물리학과 교수 "이론과 정합적으로 맞진 않아…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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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넷'의 주인공 존 데이비드 워싱턴. (테넷 예고편 갈무리) 2020.9.1/뉴스1

지난달 26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을 둘러싼 블로거, 유튜버들의 각종 분석본이 인터넷상에 퍼지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관람객들의 어리둥절한 모습을 예상했는지, 놀란 감독은 영화 속 대사를 빌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관람객들은 이처럼 분석에 해석을 더해가며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찾는 모습이다. 이처럼 '봤지만 궁금한 영화', 테넷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을 과학 상식을 간단히 정리해봤다. 이 글이 어떤 이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사토르 마방진

가로로 읽어도 세로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단어들의 집합을 이른다. 사토르(SATOR), 아레포(AREPO), 테넷(TENET), 오페라(OPERA), 로타스(ROTAS)라는 5개의 단어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강한 신념이라는 뜻이자, 주인공이 속한 단체의 이름이자, 영화 제목인 '테넷'을 비롯해 모든 단어가 영화에서 활용됐다. 주동자라는 뜻의 사토르는 극중 최종 악당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의 이름으로 쓰였고 아레포는 극중 미술품 위작을 그린 화가의 이름이다. 아울러 영화의 첫 장면이 오페라 하우스이다. 로타스는 극중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여러 물품들을 보관하고 거래하는 무관세 거래소(프리포트)를 설립한 곳(회사)이다.

엔트로피 법칙과 맥스웰의 도깨비

엔트로피란 보통 '무질서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표현되며 자연의 변화는 늘 엔트로피가 증가(무질서함)하는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는 게 엔트로피 법칙(열역학 제2법칙)이다. 청소를 하지 않고 방치해둔 방은 시간이 갈수록 먼지가 쌓이는 등 더 지저분해질 수밖에 없고 이 상태는 역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소를 함으로써 방을 깨끗하게 할수는 있지만, 이는 방을 청소했다는 외부 에너지가 삽입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이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기본적으로 감소할 수 없고 그렇기에 시간은 한 방향으로 계속 흘러간다. 테넷은 이런 엔트로피가 핵분열에서 발생한 역복사를 통해 줄어듦으로써 시간 또한 인버전(inversion·역전)이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맥스웰의 도깨비란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이 고안해낸 것으로 엔트로피의 감소가 가능한 조건을 가정해본 개념이다. 맥스웰은 분자의 운동을 완전히 꿰뚫고 있는 도깨비 같은 존재가 있다면 엔트로피의 감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바꿔 말해 '신과 같은' 도깨비라는 존재가 없다면 엔트로피의 감소는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는 영화 주인공인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만난 과학자의 연구실 칠판에 적혀있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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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넷'의 주인공 존 데이비드 워싱턴. (테넷 예고편 갈무리) 2020.9.1/뉴스1

물질과 반물질

물질이란 더는 쪼갤 수 없는 '입자'로 구성돼 있다. 반물질은 입자와 같은 질량을 갖지만 전기적 성질은 반대인 입자(반입자)로 이뤄진 물질을 뜻한다. 영화에는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빛을 내며 함께 사라진다는 '쌍소멸' 개념이 담겼다. 주인공의 최초 인버전 때 주의사항으로 언급된다.

할아버지의 역설

내가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죽인다면 내 아버지는 물론 나도 태어날 수 없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죽인 그 순간, 나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원인 제공)은 나이기 때문에 모순이 존재하게 된다. 영화에서 닐 역할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은 이 이론과 함께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는 말로 주인공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이 무언가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 있게 한 것'임을 시사한다.


'시간을 뒤집는다'는 흥미로운 소재는 물론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킵 손이 놀란 감독의 전작 인터스텔라에 이어 이번 영화의 대본 검토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넷은 과학계에서도 주목받는 영화다.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과의 통화에서 "엔트로피, 반물질 정도의 개념을 알고 영화를 본다면 논리적으로 연결은 어렵겠지만 '이게 무슨 말이구나' 하는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사실 조금만 파고 들어가도 이론과 상황이 정합적으로 맞진 않는다. 그저 재미있게 영화를 즐기면 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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