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회장이 죽기 전 찾은 2가지
요가와 신(神)을 통한 ‘심신의 안정’
삼성의 창업주인 故이병철 회장 /출처=호암재단 |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드라마 중 한 편으로 ‘재벌집 막내아들’이 있다. 주연 배우 이성민은 얼마 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진양철 회장 역할로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드라마 속 진양철 회장을 보면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떠오른다는 의견이 오갔다. 진양철 회장의 철두철미하고 대쪽같은 모습이 이병철 회장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매사 철저한 자기관리로 살아온 이병철 회장이 생애 마지막 즈음 관심을 가졌던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가 이 회장의 마지막 관심사 두 가지에 대해 설명했다.
◇ 요가에 관심을 가진 이병철 회장
이 회장의 첫 번째 관심사는 바로 요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요가 관련 학과 교수였던 장경석 용인대 교수는 삼성 비서실로부터 이 회장이 요가를 배우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장 교수는 이 회장의 자택인 한남동 승지원을 방문했다. 그는 개인 지도는 따로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장 교수에게 자신의 체질을 한 번 분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장 교수는 오링테스트(엄지와 검지를 붙인 상태에서 근력 변화 정도를 측정한 체질 테스트)를 통해 이 회장의 체질을 분석했고 이를 통해 신임을 얻었다.
이병철 회장은 말년에 신체를 건강히 다스리는 요가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출처=셔터스톡 |
이후에도 이 회장으로부터 장 교수는 요가를 배우고 싶다는 의향을 피력했고, 장 교수는 무보수라는 조건으로 개인 지도를 승낙했다.
이후 비서실과 일정을 짜던 중 이 회장이 별세했고, 결국 장 교수는 이 회장에게 요가를 가르치지 못하게 되었다.
장 교수는 말년에 이 회장의 야위었던 몸을 떠올리며 ‘좀 더 일찍 요가에 입문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 “신(神)은 정말 존재하는가?”
두 번째로 이 회장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신(神)’이었다. 그는 절두산 성당의 박희봉 신부에게 24개의 질문을 보내 답변을 듣고자 했다.
이 회장이 신부에게 건넨 질문은 ‘신이 존재하면 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가?’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권 상임이사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이 신을 보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과 최후의 심판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가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병철 회장은 죽기 전 신(神)에 대한 궁금증으로 박희봉 신부에게 24가지 질문을 건넸다. /출처=셔터스톡 |
이 회장이 신에 대해 가지게 된 궁금증 중 하나로는 기업가로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도 포함되어 있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이 왜 어렵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의 기업인으로서의 고뇌가 담겨 있다.
이외에도 ‘왜 기독교인이 많은 동유럽 국가에 공산주의가 자리잡았는가’ ‘두 집 건너 교회가 있을 정도라는 우리나라에 어째서 범죄와 시련이 많은가’ 등 사회 현상을 전반적으로 성찰하는 질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권 상임이사는 이 회장이 가진 질문들이 우리 사회와 국가에 대한 원로로서의 충정이자 고언이라는 평가를 덧붙였다.
이 회장은 말년에 요가와 신에 대한 궁금증 해소를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정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신의 안정 추구는 이처럼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을 탄생시킨 사람에게도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