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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스티브 잡스, 어떻게 개과천선?

패배자 되지 않은 것은 '이것' 때문

◇스티브 잡스는 대학시절 히피와 명상생활에 빠졌었다. 사진은 2013년 개봉된 그의 일대기 영화 의 한장면. 가운데가 대학생 스티브 잡스(애쉬튼 커쳐 분) /출처= Meditation USA

◇스티브 잡스는 대학시절 히피와 명상생활에 빠졌었다. 사진은 2013년 개봉된 그의 일대기 영화 의 한장면. 가운데가 대학생 스티브 잡스(애쉬튼 커쳐 분) /출처= Meditation USA

#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1955~2011)의 탄생은 기구했다. 연애 중이던 캠퍼스 커플 사이에서 태어나 곧바로 입양기관에 넘겨졌다. 더구나 첫 입양부터 거절당했다. 다행히 두 번째 입양에서 성품 좋은 양부모를 만나 평온하게 자랐다.


정상적 가정에서 자란 아이도 사춘기 때 방황하는 법인데 스티브 잡스의 정신적 혼란은 더욱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스티브 잡스가 자란 샌프란시스코는 히피들의 천국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히피들과 어울렸다. 누더기를 걸치고 마리화나, LSD 등 마약을 즐겼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본 선(禪)불교를 접했다. 1950년대부터 샌프란시스코에는 일본 선불교 포교센터들이 하나둘 들어서 미국인을 상대로 불교와 명상을 가르치고 있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그는 마음의 평화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서서히 일탈행위를 줄이고 불교와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오리건주에 있는 리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등록금이 비싸 양부모가 반대했지만 워낙 유명한 인문대학이었고 특히 동양사상에 조예가 깊은 대학이었다.


여기서 그는 선불교는 물론 인도의 요가스승이자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파라마한사 요가난다(1893~1952)를 비롯 힌두교와 신비주의를 접했다.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후 그의 자택을 찾아간 월스트리트저널 여기자는 "넓디 넓은 거실에 티파니 램프와 의자하나…어둠을 벗삼아 마루바닥에 주저앉은 잡스의 눈에선 역전 드라마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반짝이고 있었다"고 기사를 썼다. 사진은 거실에서 명상을 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잡스 /사진작가 다이애너 워커

◇스티브 잡스가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후 그의 자택을 찾아간 월스트리트저널 여기자는 "넓디 넓은 거실에 티파니 램프와 의자하나…어둠을 벗삼아 마루바닥에 주저앉은 잡스의 눈에선 역전 드라마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반짝이고 있었다"고 기사를 썼다. 사진은 거실에서 명상을 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잡스 /사진작가 다이애너 워커

대학을 중퇴한 그는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욕망에서 인도로 구도자의 길을 떠났다. 거지처럼 동냥하며 유랑한 결과 인도가 자신에게 진리를 깨우쳐 줄 나라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드나들던 샌프란시스코 선불교 센타를 찾아가 스님이 되겠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절이 아니라 세상에서 일하는 것이 더 세상을 위하는 길”이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이곳은 지금 우리에게 ‘선심초심(Zen mind, beginners mind)’이란 책으로 유명한 스즈키 순류 선사가 세운 절이다.


# 1976년 애플을 설립한 그는 승승장구했다. 지구상 최초로 PC(개인용 컴퓨터)시대 개막을 가져온 IT계 천재이자 억만장자 청년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회사 설립 9년 만인 1985년 직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표면상 이유는 경영난이었지만 실은 괴팍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의 괴팍한 성정은 유명하다. 태어나서 친부모에게 외면당하고 입양된 ‘불우함’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다. 자라면서 그의 내면에는 고독과 불안, 혼란과 분노가 찾아들었고, 천성적인 고집과 강퍅한 성격, 그리고 ‘벼락출세’가 주변과 많은 불화를 빚어낸 것이다.


세상은 비웃고 주위사람들은 모두 떠났으며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세운 애플은 소송까지 걸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사춘기 시절부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배운 명상 수행이 진가를 발휘하게 됐다.


그는 하루에도 수천번 수치감, 분노, 회한, 자책, 절망감을 반복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사고 패턴을 ‘우울증적 반추(depressive rumination)’라 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자신의 집, 찻잔 한 개와 스탠드(조명), 그리고 스테레오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자신의 텅 빈 방에 앉아서 억만장자 젊은이는 매일 정좌명상을 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면 아수라장같은 마음이 차츰 가라앉는다. 과거와 미래로 방황하다가도 다시 지금 이 순간에 머물며, 미움, 분노, 불안, 회한감 대신 평정, 안도감, 기쁨이 찾아온다.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에 축하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는 스티브 잡스. /출처= Stanford News Service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에 축하연설을 하기 위해 입장하는 스티브 잡스. /출처= Stanford News Service

스티브 잡스는 훗날 명상 속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을 관찰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마음에 더 미묘한 것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그때 바로 직관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더 명료하게 사물을 보게 되며,


더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스티브 잡스는 쫓겨난 지 12년 뒤인 1997년 애플에 복귀, 위기의 회사를 살려내고 승승장구의 길을 걷는다.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IT계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받던 2005년 6월, 미 스탠퍼드대 졸업식에 초청받아 이렇게 말했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로 유명한 그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성공한 이유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자신이 미혼모에서 태어난 사생아이자 입양아라는 것, 둘째 대학 1학년을 중퇴한 것, 셋째 자신이 세운 애플사에서 직원들에게 쫓겨난 것.


그가 열거한 세가지는 모두 일반 사람에게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이자 실수, 트라우마일 수 있다.


그러나 명상은 이처럼 피하고 싶은 것에 오히려 다가가게 만들고, 이성으로는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일도 실제 일어나게 만들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실패할 수 있는 인생을 자랑스러운 인생으로 만드는 마법의 힘을 갖고 있다.


글 | 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22년간 신문 기자로 일했다. 스스로 신문사를 그만둔 뒤 글을 썼고 이후 청와대 비서관 등 공직 생활도 지냈다. 평소 인간의 본성, 마음, 심리학, 뇌과학, 명상 등에 관심이 많았으며 마음건강 종합 온라인매체인 마음건강 ‘길’(mindgil.com)을 2019년 창간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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