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소라 그냥 먹으면 뱃속 난리나요!!”
유기농 열풍의 이면일까. 최근 유기농 채소를 포함해 생식(生食)을 즐기는 식습관으로 인한 각종 세균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회와 수산물 섭취도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어류 전문 칼럼리스트이자 국내 최대 수산물 정보 커뮤니티 ‘입질의 추억’의 김지민 대표가 날 것으로 먹으면 탈 날 위험이 높은 수산물 리스트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 추억TV’에 통해 공개했다.
◇生으로 먹으면 해로운 해산물
1. 문어
오징어회와 낙지회(탕탕이)는 날 것으로 즐기는 대표적인 연체류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같은 연체류에 속하면서도 유독 문어만큼은 회로 즐기는 이들이 적다. 이유는 문어 다리의 빨판이다. 문어 8개 다리에 가득한 빨판 안 쪽에는 세척으로도 쉽게 제거가 어려운 다량의 기생충이 있다. 이 세균의 경우 섭취 시 위장 거부 반응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단, 예외적으로 빨판 안의 기생충을 완벽하게 제거한 경우에는 회로 섭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로 밀가루와 굵은 소금으로 말끔하게 세척한 뒤 문어 껍데기를 벗겨 다리 속살만 얇게 저미는 방식이다. 이때도 안전을 위해 약 10초 동안 데친 뒤 섭취할 것을 추천한다.
2. 장어류
장어는 민물장어(뱀장어)와 바다장어(갯장어, 붕장어)가 있다. 바다장어의 경우 일부 회로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 단, 이때도 세척 후 혈액을 완전히 제거한 후 섭취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민물장어를 날 것으로 섭취했을 때다. 민물장어의 점막 탓인데, 세척으로도 민물장어 점막 속 아나필락시스라는 다량의 독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장어의 혈액에는 이크티오헤모톡신이라는 혈청독이 있는데, 인체에 들어갈 경우 현기증과 어지럼증 등을 일으킨다. 심할 경우 전신마비와 호흡 곤란,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장어 손질 시 장어 혈액 일부가 사람의 눈에 들어갈 경우 타는 듯한 고통과 충혈을 증상이 발생한다.
다만 장어 속 다량의 독은 모두 단백질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60도 이상에서 5분 이상 조리하면 안전한 섭취가 가능하다. 일부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장어의 지방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장어류의 지방의 주요 성분은 불포화지방산으로 섭취 시 문제가 없다.
3. 패류 내장
전복, 가리비, 피뿔고등(참소라), 뿔소라 등 패류의 내장에는 중장선이라는 기관이 있다. 일명 ‘소라똥’으로 불리는 것이 바로 중장선이라는 패류의 기관이다. 주로 소화를 돕는 소화액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문제는 100% 자연산 패류의 경우 중장선 내에 다량의 독성 물질을 축적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참소라와 뿔소라는 모두 자연산으로만 채취할 수 있는 패류다. 때문에 참소라와 뿔소라의 중장선에는 피로페오포르바이드A라는 독성이 다량 축적돼 있고, 이를 날 것으로 섭취할 시 복통, 현기증, 피부 가려움증, 피부 발진 등의 증세를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
4. 연어
연어 중에서 날 것으로 섭취 시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은 강에서 잡히는 연어와 바다에서 잡힌 이미 죽은 선어의 경우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잡힌 뒤 곧장 내장을 제거해 섭취하는 연어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죽은 선어의 경우 회로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이는 연어의 내장에 있는 고래회충이 연어 근육과 살 속에 파고 들어 숨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다량의 노르웨이산 연어는 출하 즉시 혈액과 내장을 제거한 후 냉장으로 2~3일 내에 항공 수송된다는 점에서 고래 회충에 대한 우려 없이 안심하고 섭취해도 무방하다.
5.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대형 퉁돔과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과 해외 원정 낚시를 즐기는 이들 중 날 것으로 섭취하면 안 되는 것이 바로 대형 퉁돔과 어류다. 주로 적도 부근의 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서식하는 어류로, 태국, 베트남, 필리핀, 몰디브, 일본의 오키나와 등지에서 잡히는 대형 트레발리, 바라쿠다, 줄전갱이, 퉁돔과 어류 등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지역에서 잡히는 대형 어류는 최상위 포식자라는 점에서 시가테라라는 독성을 축적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 독은 주로 어류의 살과 근육에 축적되는데,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해조류와 이를 먹고 성장한 어류의 최상위 포식자인 대형 어류 체내에 가장 많은 양이 축적돼 있다. 독성의 정도가 심하다는 점에서 날 것으로 먹는 것은 물론이고 익혀 먹는 것도 건강을 해칠 가능성이 크다.
6. 홍합
홍합은 일반적으로 회로 즐기기 가장 좋은 굴, 전복과 같은 어패류다. 하지만 홍합의 경우 죽으면 빠른 속도로 부패하며 심한 악취를 풍긴다. 물론 살아 있는 상태라면 차가운 물에 헹궈서 굴처럼 섭취할 수 있다. 그런데도 날로 먹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것은 굴이나 전복처럼 향긋하거나 식감이 훌륭하지 않기 때문이다.
7. 개해삼
홍해삼과 백해삼은 돌기해삼류로 예부터 식용으로 널리 이용돼 왔다. 하지만 개해삼은 같은 해삼이라는 명칭을 쓰면서도 식용으로 자주 이용되지 않은 종류다. 주로 얕은 바다에서 해루질 중 쉽게 발견되는데, 독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딱딱한 식감 탓에 날로 먹는 것이 어렵다.
이 외에도 디스토마의 위험성이 큰 민물고기 역시 날 것으로 섭취하는 것이 금기시 돼 왔던 수산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표적인 민물고기인 향어, 쏘가리, 가물치, 역독(틸라피아) 등의 양식어종이 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양식용으로 길러진 민물회를 즐길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