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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좋아한 영국산 굴과 로얄젤리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 동상    /위키미디어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넬슨 동상 /위키미디어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동상이다. 큰 도시든 작은 도시든 중심 광장이나 공원, 도로 가운데에 동상이 두어 개쯤 있다. 동상의 주인공은 국가를 통치했던 왕이나 위기 때 나라를 잘 이끈 정치인, 중요한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 등이다. 아무래도 이런 사람들의 역사적 이벤트가 좀 더 크고 드라마틱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동상이라면 웰링턴 장군이나 넬슨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국인 입장에서 두 사람은 구국의 영웅에 진배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두 불세출의 영웅이 대적한 국가는 다름 아닌 프랑스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프랑스와 영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넬슨과 웰링턴이 대패시킨 사람이 프랑스가 자랑하는 나폴레옹이니 프랑스인이 볼 때 넬슨과 웰링턴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사람일지 모른다. 런던에서도 세계의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트라팔가 광장을 꼽을 수 있다. 넬슨이 나폴레옹을 물리친 해전을 기념한 광장이다. 이 광장의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동상 역시 넬슨이다.


영국인들은 이 동상을 보고 '넬슨이 프랑스를 째려보고 있다'고 농담한다. 프랑스인이라면 트라팔가 광장이 밟기도 싫은 장소일 텐데 말이다. 이 광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이용하는 기차역이 있는데, 이름이 '워털루'다. 웰링턴 장군이 재기한 나폴레옹을 처참하게 대패시킨 전쟁터의 이름이다.


지금은 장소를 옮겼지만, 한때 런던과 파리를 오가던 국제열차 '유로스타'의 출발과 종착역도 바로 이곳이었으니 프랑스인에겐 영국인이 참으로 잔인할지도 모른다.


나폴레옹은 음식과 관련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의 중심에 등장한다. 키가 작고 용모도 수려하다고 할 수 없었던 나폴레옹은 먹는 것을 좋아했는데, 특히 굴을 무척 즐겼다고 한다. 전쟁 중에도 싱싱한 굴을 수시로 먹었을 정도다.


영국은 유럽에서 맛있는 굴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템스강 하류인 영국 동남부 지역에서 나오는 굴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며, 콜체스에서 열리는 굴축제도 화려하다. 이 때문에 음식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나폴레옹이 영국을 그토록 집어삼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영국산 굴이었을 것이란 농담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굴은 서양 남자들 사이에서 정력제로 여겨진다. 오죽하면 희대의 바람둥이인 카사노바가 400여 개의 굴을 한 번에 먹었다는 일화까지 있을까. 줄리어스 시저 또한 부단히 영국을 점령하고자 한 이유 중 하나가 영국의 굴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처럼 굴을 좋아했던 대부분의 역사적 인물은 여성에 대한 특이한 편력을 보여줬다. 예나 지금이나 남성들의 마초 기질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가늠되곤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여하튼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호기 있게 말했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유배를 갔고, 이곳에서 일생을 마감함으로써 맛있는 영국 굴을 자신의 어장으로 만들지 못했다.


음식과 관련한 나폴레옹의 또 다른 일화는 로얄젤리다. 서양인은 달콤한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데, 과당류가 많은 캔디는 남녀노소가 입에 달고 다닐 만큼 좋아하고 특히 유럽인들 사이에서 일등 기호식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나폴레옹 시절엔 과당류 기호식품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로얄젤리가 상류층 사람들에게 허용된 최고의 기호식품이었다. 나폴레옹은 굴만큼이나 로얄젤리를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워털루 전투를 두고 사람들이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했던 나폴레옹은 대단한 지략가이자 능숙한 지휘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털루 전투에서 기병을 보병에 앞서 진격시킴으로써 결정적 실수를 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로얄젤리 때문이라는 농담을 한다.


편식을 일삼은 나폴레옹은 섬유질이 턱없이 부족했고 그 이유로 치질을 앓았다. 당시 전쟁터에서 지휘관들은 말을 타고 전술을 지휘했는데, 나폴레옹이 치질 때문에 보병과 기병을 헷갈려 실수했다는 게 이 농담의 요지다. 위인들을 둘러싼 '믿거나 말거나 식' 농담은 이 밖에도 많다. 그런데 가만히 그 연유를 따져보면 전혀 근거가 없진 않아 보인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올 리 만무하단 뜻이다.


어쩌면 나폴레옹은 영국을 많이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또 넬슨이나 웰링턴도 개인적으로는 프랑스를 좋아했을지 모른다. 다만, 이들 모두 역사적으로 특정한 때에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그러나저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여기서도 저기서도 언제나 티격태격한다. 음식을 두고 주고받는 여러 가지 농담에도 거의 항상 뼈가 들어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음식은 덕담이 더 잘 어울리는데 말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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