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사이트 철석같이 믿었다가 4700억원 잃었습니다”
최근 공동 구매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수천억 원가량의 사기를 친 일당 14명이 입건됐다. 이들은 말단 직원 1명을 제외하고 20~30대의 젊은 여성으로 구성됐으며, 2019년 초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70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일당은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해당 사이트와 관련한 사기 피해자는 전국에 2만여 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어떤 수법으로 사기 행각이 벌어졌는지, 피해액은 얼마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할인률이 큰 공동구매
지난 31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사기 일당 14명은 ‘엣지베베’ 등 10개의 공동 사이트를 운영하며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입건됐다. 사이트 운영 총 책임자인 A씨와 중간 간부 등 3명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경찰은 나머지 11명도 계속 수사 중이다. 또한 독립적으로 공동 구매 사이트를 운영하며 수백억 원을 챙긴 공구장 B씨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공동구매는 여러 명의 소비자가 모여 단체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알뜰한 소비 습관을 가진 주부들 사이에서 여러 공동 구매 사이트에 대한 정보와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환불 요청한 회원에겐
자격 박탈하는 조치까지
공동 구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사기 일당도 교묘한 수법을 이용했다. 일정 인원이 모집되면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 공동구매와 달리, 사기 일당은 배송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수록 할인율이 높아진다고 안내하며 소비자들을 현혹했다. 이 과정에서 먼저 주문한 고객의 물건 대금을 나중에 주문한 고객들의 돈으로 메우는 방식의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했다.
‘엣지베베’ 사이트에서 수억 원을 잃은 피해자 김영신(가명)씨는 “처음엔 유아용품을 조금씩 샀는데 물건이 잘 와서 믿음이 생겼다. 대량 구매하니 값이 싸진다고 생각했고, 현금영수증도 발급하니 합법이 아닐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신뢰가 생겨 더 큰 금액을 거래하게 됐는데 공구장들이 물건은 주지 않고 돌연 잠적했다”고 호소했다.
초기에는 저렴한 물건을 팔기 시작하며 정상 납품을 하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품권이나 골드바 등 고가의 물건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더욱 많은 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차 물건이 제때 납품되지 않는 일이 생겼고, 사기 의혹을 제기하며 환불을 요청한 회원에겐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피해 정보 교류를 막았다.
막대한 피해 일으킨
서민 다중 피해 범죄
이들은 각기 다른 이름으로 총 10개의 공동 구매 사이트를 운영했지만 매출액은 총책임자인 A씨에게만 전달됐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공구장과 간부진은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중간에서 챙기는 구조였다. 특히 A씨는 2014년부터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친 혐의로 2019년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했는데, 수사가 시작되자 혐의를 벗기 위해 피해를 배상하고 사업 규모를 확장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A씨는 악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가보다 10%~50% 저렴하게 물건값을 입금해주면 3개월~6개월 후에 시가에 해당하는 돈을 돌려주겠다”라고 피해자 8,000여명을 속여 총 1,675억여원을 모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A씨의 범행을 최근 흔하게 이뤄지는 공동구매를 이용한 신종 유사수신 행위로 정의하고, 막대한 사기 피해를 야기한 서민 다중 피해 범죄로 보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 7월 경찰의 신청에 따라 차명 부동산 등에 대해 몰수보전을 청구했고, 범죄 피해 재산 추징을 위해 A씨의 재산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다.
무분별한 할인 정보엔
꼼꼼한 확인과 의심부터
최근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하며 전자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비대면성을 악용한 사람들에 의해 사기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만약 아직 물건을 구매하기 전이라면 무분별한 할인이나 대량 배송에 관한 정보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만약 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 개별적으로 신고하는 것보다 피해자들끼리 함께 모여 고소장 접수 단계부터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더 추천된다. 피해액이 커지고 피해자 수가 많을수록 수사기관 역시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파격적인 할인가와 공동구매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수많은 피해자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 간 공동구매 등이 다수 이뤄지고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지만, 이 사건과 같은 범행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이용 시 배송 및 반품이나 환불 보장 조건 등을 꼼꼼히 살피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