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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스포일러하면 죽는다!"…영화 '기생충'이 남긴 것

한국영화 최초 칸 황금종려상 '기생충'

한국영화 100주년도 전세계에 알려

한국영화 역대 최다 202개국 판매

흥행 이끈 프랑스·베트남도 해석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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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난 4일 968만 관객을 돌파하며 1000만 고지를 바라보는 ‘기생충’(5월 30일 개봉)은 해외에서도 그 열기가 뜨겁다. 한국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답게 한국영화론 역대 가장 많은 202개국에 판매돼 유럽·아시아 등 곳곳에서 흥행 소식이 들려온다.


디테일의 장인 봉준호 감독이 장면마다 담은 의미를 해석하거나 스포일러에 대한 경고 등 한국서 화제가 된 관람문화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도 재밌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찾아온 이 유례없는 화제작이 이미 남겼고, 앞으로 남길 기록과 의미를 살폈다.



황금종려상뿐 아니다, '기생충'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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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하면 죽는다!” ‘기생충’의 프랑스판 포스터(오른쪽 사진)에 담긴 문구다. 극중 부잣집 박사장(이선균)이 아내 연교(조여정)에게 귓속말하는 장면을 절묘하게 활용했다. 중반부터 극의 분위기가 급격히 변화하는 ‘기생충’은 한국영화론 이례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직접 편지까지 써가며 스포일러 방지를 당부했다. 반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배우 이정은·박명훈은 700만 관객을 돌파하고서야 언론취재 등에 응했을 정도다. 관객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이런 지침은 해외 개봉에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기생충’은 세계 202개국 판매란 역대 신기록을 세운 바다. 가장 열기가 뜨거운 나라는 이런 포스터까지 등장한 프랑스. “‘펄프픽션’(1994) 이후 아주 오랜만에,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할 만한 황금종려상 수상작”(‘프랑스 컬처’)이란 호평과 함께, 지난달 개봉해 4주여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 현지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신기록을 세웠다. 67만 관객을 모아 1위를 지켰던 봉 감독의 ‘설국열차’를 6년 만에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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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선 소셜미디어에 패러디 영상까지 돌기 시작했다. “이런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3주차 상영 회차가 50% 넘게 증가하는 이례적인 흥행 추이까지 보인다”고 투자·배급사 CJ ENM은 전했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4’를 제치고 개봉 첫 주 흥행 1위에 오르더니 11일만에 ‘부산행’(2016)을 넘어, 역대 현지 개봉 한국영화 최고 극장매출(195만달러)에 다다랐다.


홍콩·인도네시아·싱가포르·대만·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스위스·호주·뉴질랜드·러시아·독일·폴란드·스페인 등 유럽에 더해 오는 10월엔 북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개봉한다. ‘봉준호’란 이름을 믿고 촬영도 들어가지 않은 지난해 상반기 시나리오만 보고 선구매한 곳도 많다고 한다. 칸에 이어 시드니영화제에서도 최고상을 받는 등 봉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의 영화제 초청도 잇따른다.



불편해? 난 궁금해! N차 관객 해석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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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기득권 계층에 대비되는 가족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린 나머지 불편하단 반응도 많았다. 그럼에도 영화 속 장면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며 보고 또 보는 N차 관람객이 줄이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3일까지 N차 관람률이 4.8%. 이 기간 흥행 10위권 평균 재관람률 2%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한국만이 아니다. 베트남 현지 매체 ‘뚜오이쩨’는 “매분 매초가 의미로 가득하다”고 평했다. 미국 영화 사이트 IMDB의 ‘기생충’ 페이지엔 봉 감독의 ‘괴물’에서도 주연을 맡은 송강호가 사회·정치적 해악이 낳은 괴물을 무찌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맥락의 장면이 있다는 꽤 디테일한 분석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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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이번 영화에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 '충녀' '육식동물'의 영향을 받았다고 직접 밝혔다. 사진은 '육식동물'에서 중년 사내 동식이 억눌린 남성을 다시 일꺠우기 위해 유년체험을 하는 모습. 성인 남성이 젖병을 문 장면은 '기생충'에도 등장한다.

유튜브엔 ‘기생충’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합쳐 끓인 라면) 먹방이 휩쓸었다. 극중 기택(송강호)의 아내 충숙(장혜진)이 절체절명 순간 다급하게 끓이는 한우 채끝살 얹은 짜파구리 얘기다. 영화에선 삭제됐지만 충숙이 인터넷에서 짜파구리 레시피를 찾는 장면을 찍기 위해 제작진은 실제 ‘왕선생의 MSG 쿠킹’(http://blog.daum.net/o_dok/2)이란 블로그를 개설해 레시피를 올려놓기도 했다. 영화와 달리 돼지고기를 넣은 레시피로, 양파와 함께 볶은 돼지고기에 라면 스프를 넣고 면을 삶은 면수로 한 번 끓이는 게 포인트다.





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 시상식 진출할까?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최근 ‘기생충’의 미국 리메이크가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CJ ENM 따르면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라고. 다만, 또 다른 ‘최초’의 기대감도 피어오른다. 바로 한국영화 최초 아카데미시상식 진출이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 자본으로 만든 ‘옥자’가 그 이전 시각효과상 예비후보에 올랐지만, 본선 진출은 모두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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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에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뿐만 아니라 주요 수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화 매체 플레이리스트는 최근 ‘기생충’을 작품상·감독상 유력 후보로도 언급했다. 외국어영화가 주요 부문에 오르는 사례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있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고국 멕시코 무대로 만든 스페인어 영화 ‘로마’로 감독상을 수상,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다.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 ‘옥자’가 미국 현지에서 화제가 됐고, ‘기생충’의 북미 개봉 시기가 아카데미 초청작들의 전통적인 개봉 시기인 연말로 잡혔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인다.


한편, 역대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론 2005년 한국전쟁 배경 단편 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로 후보에 오른 호주 교포 박세종 감독이 최초였다. 2016년엔 소프라노 조수미가 이탈리아 감독의 영화 ‘유스’로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칸 최고상 수상 ‘기생충’, 역대 초청작 흥행 1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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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에 주는 선물 같습니다.” 황금종려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이런 수상 소감으로 한국영화 100주년을 전 세계에 알린 일등공신이 됐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도 폐막 파티 때 이런 얘기를 그에게 직접 듣고 굉장히 놀랐다고.


세계 최대 영화축제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청된 건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처음이다. 이후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역대 최초다. 이를 비롯해 수상에 성공한 한국영화는 모두 여섯 편. 첫 수상은 2002년 ‘취화선’ 임권택 감독의 감독상, 2년 뒤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국내 개봉 이듬해 심사위원대상을 들어 올렸다. 당시 ‘올드보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전 세계에 알린 심사위원장이 바로 올해 봉 감독이 경쟁부문에서 나란히 겨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영화의 달라진 위상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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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배우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을 안았다. ‘기생충’은 역대 수상작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다만, 역대 칸영화제 초청작으로 범위를 넓히면 흥행 3위다. 공식통계 기준 1위는 봉 감독 자신의 영화 ‘괴물’(2006)이다. 비공식 부문인 감독주간에 초청됐고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많은 1301만 관객을 동원했다. 2위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상영된 연상호 감독의 좀비 액션물 ‘부산행’(2016)으로, 1156만 관객을 동원했다. 앞으로 ‘기생충’이 이 순위를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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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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