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틈에 손넣은 그 은행 간부…퇴사했다고 벌금 6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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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비서를 강제추행한 외국계 은행의 50대 간부에게 법원이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자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검찰이 반발하고 나섰다.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지희 인천지법 형사3단독 판사는 지난달 25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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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자발적 퇴사에 양형 참작 "
김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대부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과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회사에서 감봉 6개월을 받았음에도 피해자를 고려해 30년 동안 다니던 은행을 자발적으로 퇴사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A씨에게 징역 1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A씨 측 역시 항소했다.
한 외국계 은행의 자산관리본부 총괄 본부장인 A씨(57)는 비서로 일했던 B씨(29·여)를 지난해 5월 31일 오후 9시쯤 경기도 고양시 모 연수원에서 1박 2일 동안 열린 사내 체육행사에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체육 행사 후 의자에 앉아있는 B씨에게 다가가 “청바지가 찢어졌네”라고 말하며 B씨가 입고 있던 청바지의 찢어진 틈으로 손가락을 넣어 B씨의 무릎 윗부분을 만졌다는 것이다.
비슷한 일은 약 한 달이 흐른 지난해 7월 1일에도 있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부서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다 A씨가 앞서 걷던 B씨에게 “살찐 데도 없구먼, 다이어트 할 필요도 없겠는데”라고 말하며 B씨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팔뚝 안쪽을 2~3회 만졌다는 것이다. B씨가 이를 뿌리치자 A씨는 B씨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 한쪽 어깨를 손으로 잡아 자신의 쪽으로 당기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B씨는 사건이 있던 다음 날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A씨가) 계속 손잡고 (신체를) 만졌다”며 “다른 게 미투(#MeToo)가 아니라 이런 게 미투”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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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양형 판단에 퇴사 고려는 부당"
B씨는 1심 판결 후 “무엇보다 은행을 퇴직했다는 점이 양형 이유로 고려된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판결문에 있는 ‘피해자를 고려해’라는 문구에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11월 은행 노조가 전 노조원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는 e메일을 보낸 후에야 A씨가 퇴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자발적인 퇴사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해당 은행 노조 관계자는 “회사 측의 감봉 6개월 징계는 인센티브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은행권에선 꽤 무거운 징계라고 본다”면서도 “피해자는 현재까지도 큰 고통을 받고 있어 출근을 못 하고 있다. 추후 피해자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A씨와 관련해 사내 강제추행 건이 벌어진 사실은 회사 차원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A씨는 인사위원회가 열리고 중징계에 해당하는 감봉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후 퇴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 B씨는 현재 휴직 중인 상태로 안다”며 “B씨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그의 업무 재개 시점에도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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