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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딱 망해 간 점집서 번뜩···월 2억 버는 운세 앱 창업자








한때 억대의 연봉을 받다가 사업 실패로 2년 만에 월급 50만원을 받는 신세가 된 두 사람이 있다. 사업 실패 후 ‘운(運)이 다했나’ 자책하던 사내들이다. 그런 그들이 ‘운(運)’으로 다시 일어섰다. 국내 1위 운세 앱(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기준)인 ‘포스텔러’의 이야기다. 165만명의 가입자를 자랑하는 포스텔러는 유료 운세로만 한달 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경기도 판교의 포스텔러 사무실에서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상현(43)ㆍ심경진(43) 공동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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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표는 네이버ㆍ카카오 출신의 IT 인재다. 2014년 초 카카오에서 나와 파일 관리 스타트업인 ‘포퓰러스’를 차렸다. 스마트폰 속 대용량 비디오나 사진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기술’을 시장에 이해시키는 건 쉽지 않았다. 2년 넘게 회사를 운영했지만 무료 서비스를 표방한 탓에 매출은 0원에 그쳤다. 창업 멤버 9명의 지분을 동일하게 했던 것도 의사 결정을 힘들게 했다. 회사는 금세 무너졌다. 자존감도 끝 모르게 낮아졌다. 두어 달씩 집에 틀어박혀 있기도 했다. ‘사업할 운명이 아닌가보다’하며 끙끙 앓던 심 대표가 혼자 점집을 찾았던 건 2016년 5월의 일이다.


점집에선 “주변 사람들이 본인을 힘들게 할 운이다. 마흔 셋부턴 잘 풀리겠다”고 했다. 심 대표의 점집 방문은 위안을 얻는데 그치지 않았다. 심 대표는 “사주나 운세는 포퓰러스처럼 쓸데없이 어려운 기술이 아닌, 나처럼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몇 천 년간 사람들이 애용한 베스트셀러 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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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마찬가지 신세였던 김 대표에게 연락을 했고, 이내 둘은 의기투합 했다. 두 사람은 그 확신을 동력 삼아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받기까지 1년 넘게 월급 50만원을 받으며 버텼다. 비용을 아끼려 회사 사무실도 구하지 않았다. 김 대표 아내(배현경 포스텔러 디자인 총괄이사)의 화실이 임시 사무실로 쓰였다. 회사 이름은 영화 스타워즈 속 명대사인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그대와 함께 하기를)’와 ‘Fortune teller(점술가)’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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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본 역술인마다 “사주는 프로그래밍화 못한다”고 했지만,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취미 삼아 사주 명리학을 10년 넘게 공부해 온 심 대표가 생년월일시와 성별ㆍ태어난 위치 등을 조합한 사주 법칙을 알고리즘으로 짜면 김 대표가 이를 프로그래밍 했다. 덕분에 2000만개가 넘는 사주 조합을 프로그래밍의 도움을 받아 쉽게 도출할 수 있었다. 한 예로 포스텔러 서비스 중 하나인 ‘상세 운세 풀이’는 개별 사주 팔자에 10년을 주기로 바뀌는 ‘대운’을 조합해 실시간으로 10만5600개의 운세풀이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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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결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도 호응을 받았다. ‘현모양처가 최고’, ‘여자가 관(官ㆍ직장 복이자 남자 복)이 발달하면 시집을 잘 간다’ 등의 시대와 안맞는 낡은 표현을 버렸다. 십이용신(十二用神)과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 선생을 만화 캐릭터로 만든가 하면, ‘K-POP을 사랑해 한국에 온 집시 언니’, ‘츤데레 타로마스터 고양이’ 같은 캐릭터도 만들었다. 단순히 사주풀이만 해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연예인과 궁합’, ‘친구 궁합’ 등 이색 콘텐트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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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부터 입소문이 났다. 웹 서비스를 시작한지 6개월이 조금 넘어서였다. 특히 2030 여성층의 반응이 좋았다. 온라인 카페를 비롯한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스텔러가 용하더라”는 말이 퍼졌고 이용자들 스스로 포스텔러를 ‘공유’하며 복채를 냈다. 처음엔 공유만 하던 사람들이 신뢰를 보내며 ‘프리미엄(유료) 운세’에 몰렸다. ‘솔로 탈출하기 좋은 달(5만 건)’, ‘두근두근 썸 타로(3만 건)’ 등 인기 콘텐트도 생겼다. 포스텔러는 현재 165만명의 가입자를 자랑한다. 2억원 선인 월 매출은 전체 서비스의 5%인 유료 운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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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이용 건수가 1억 건을 넘다보니 세상의 흐름이 읽혔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엔 ‘짝사랑 고백할까요?’가 잘 나갔고 공채가 많은 3월엔 ‘직장운’, ‘면접 팁’ 이용이 잦았다. 무료 서비스 중 1위인 ‘재회운’은 반복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헤어진 옛 연인을 잊지 못한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출근 전 일요일 저녁엔 한 주를 점치려 평소보다 10~20% 많은 방문자가 왔다. 날이 우중충하거나 미세먼지가 지독한 날에도 접속률이 높았다. 요즘은 하루 평균 7만~9만 명이 포스텔러로 자신의 하루를 점친다.


포스텔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별자리와 관상, 풍수지리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일본 등 해외로 진출한다는 목표다. 두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이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이제 조금씩 운이 트여가는 창업가들의 조언이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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