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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고 고소한 서해 굴 vs 굵고 담백한 남해 굴

제철 굴 맛기행


통영 전국 60~70% 굴 생산

국밥부터 한정식급 요리까지

보령 천북 굴 직화구이 인기

서산 간월도 명품 어리굴젓


지금 굴 맛이 꿀맛이다. 굴 채취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는데 1~2월이 가장 맛있다. 굴 값이 가장 비싼 11~12월이 제철 아니냐고? 김장철이어서 수요가 많을 뿐이다. 날이 잔뜩 추워야 굴이 살찌고 맛도 올라온다.


겨울 바다도 볼 겸 굴 산지로 여행을 떠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남해는 아기자기한 섬이 어우러진 모습이 근사하고, 서해에서는 낭만적인 낙조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남해와 서해는 굴 맛도, 굴 음식 맛도 다르다. 시린 겨울, 굴 성지순례 어떠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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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미륵산 정상에 올라 한려해상을 내려다보자. 하얀 부표가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 굴 밭이 지천이다. 통영이 굴의 고향이란 말이 단박에 이해된다. 여기서 자란 굴이 전국 생산량의 60~7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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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굴을 수하식(垂下式) 굴이라 한다. 이름 그대로 물 아래 드리워 기르는 방식이다. 부표 밑에 줄줄이 달린 가리비 같은 종패(種貝)에 굴 유생이 붙어 자란다. 인공으로 부화하거나 사료를 먹이지 않는다. 그래서 통영 사람은 ‘양식 굴’이라고 하면 펄쩍 뛴다. 통영 굴은 물속에 내내 잠겨 플랑크톤을 충분히 섭취해서 성장 속도가 빠르고 알이 굵다. 다른 지역에서 2~3년생 굴을 먹는 것과 달리 1년생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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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통영에는 굴 요리를 파는 식당이 많다. 이른 아침 통영항 앞 서호시장으로 나가보자. 어지간한 식당에서 굴국밥을 판다. 생선탕이 전공인 집도 굴국밥쯤은 계란프라이 부치듯 손쉽게 끓인다. 모락모락 김 나는 뚝배기에 얼굴 묻고 국밥 한 그릇 떠먹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 없다.


한정식집처럼 굴 코스 요리를 파는 집도 많다. ‘향토집’ ‘대풍관’이 대표적이다. 굴밥·굴전·굴구이·굴찜·굴탕수 등 메뉴가 다채롭다.



서해 굴은 갯벌이나 갯바위에서 산다. 그래서 갯굴이라고 한다. 남해 굴보다 작지만, 맛과 향이 진하고 식감이 쫄깃쫄깃하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 물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서해 굴은 투석식(投石式)이 일반적이다. 갯벌에 돌을 깔면 굴이 돌에 붙어서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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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굴을 대표하는 지역은 천수만 일대다. 충남 보령 천북면 장은리에 굴집 간판을 내건 집이 70여 곳 늘어선 굴 단지가 있다. 허름한 난전 분위기였는데 2018년 보령시가 시설 현대화작업을 벌여 깔끔해졌다.


천북에서는 굴구이를 많이 먹는다. 굴 단지 식당에 들어가면 영하의 기온이 무색할 정도로 후끈하다.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가 들리고, 이따금 펑 소리를 내며 굴이 터지기도 한다. 한 손에는 장갑을 끼고, 다른 손에는 양식 나이프를 들고 굴을 까먹는다. 불맛이 더해져 유난히 고소하다. 피조개·가리비 등 다른 조개도 함께 구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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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구이만 먹고 오긴 아쉽다. 굴칼국수, 굴물회(2만원)도 별미다. 굴물회는 동치미 국물에 무·오이·당근을 썰어 넣고, 고춧가루를 푼 뒤 굴 한 줌을 넣는다. 술 좋아하는 천북 어민의 해장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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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에서 천수만을 왼쪽에 끼고 40분 정도 북상하면 충남 서산 간월도가 나온다. 간척으로 육지와 연결된 섬인데 이곳 갯벌에서 난 굴도 맛이 기막히다. 조선 시대 진상품이었던 어리굴젓의 원조가 간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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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앞바다는 좁다. 간월도 어촌계에 등록된 어민 약 60명만 굴을 캘 수 있다. 시린 겨울, 아낙들이 굴 캐는 모습을 보면 코가 시큰해진다. T자 모양 쇠꼬챙이 ‘조새’를 들고 시종 허리를 구부린 채 굴을 딴다. 아무 굴이나 캐지 않는다. 젓갈용으로 좋은 3년생만 캔다. 다 자라도 통영산 굴의 절반 크기 밖에 안된다.


어리굴젓은 간월도 앞바다 굴로만 담근다. 일반적인 서해 갯굴과 달리 간월도 굴은 가장자리에 지느러미가 발달했다고 한다. 충청도 말로 ‘날감지’라고 하는데, 이게 6개 이상 있어 사이사이에 양념이 잘 밴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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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어리굴젓은 천일염에 절인 굴을 상온 15도에서 15일간 발효한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물에 개 발효된 굴에 버무린 뒤 석 달간 숙성한다. 이게 레시피의 전부다. 처음엔 시큼하고 짭조름한데 씹을수록 곰삭은 맛이 기분 좋게 입안에 맴돈다. 무시무시한 밥도둑이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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