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피로의 숨은 원인, 혈당 스파이크
봄이라 그냥 졸린 줄 알았는데, 식사 후 졸음이 반복된다면 ‘혈당 스파이크’ 때문일 수도 있다. 건강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혈당 급변 현상, 그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두자.
밥만 먹으면 쏟아지는 졸음. ‘혈당 스파이크’가 당신의 건강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 ⓒ shutterstock |
점심 식사 후, 따뜻한 봄볕이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있으면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이맘때쯤 쏟아지는 졸음을 춘곤증의 징후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이가 많지만, 졸음이 반복된다면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계절성 피로가 아니라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는 ‘혈당 스파이크’가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밥 먹은 뒤 꾸벅꾸벅, 혈당 문제일 수도
춘곤증은 주로 4~5월에 나타나는 계절성 피로로, 신체가 계절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진다. 이에 따라 밤에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 시간이 달라지면서 수면 패턴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환경 변화로 춘곤증이 발생하며, 1~3주 후에는 몸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낮 시간에 졸음이 계속되고, 특히 식사 후 졸음이 유독 심하게 쏟아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ND의원 박민수 원장은 “식후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심박수가 안정되고 혈류가 원활해져 졸음이 쉽게 찾아오는데, 여기에 혈당 스파이크까지 겹치면 심한 피로와 졸음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다시 훅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질환이 없는 경우 혈당은 70~140mg/dL를 유지한다. 그러나 식후 혈당이 30mg/dL 이상 급등할 경우 혈당 스파이크로 간주한다.
혈당 스파이크는 주로 당분이 많은 음식을 섭취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섭취한 포도당이 빠르게 흡수되면 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췌장은 인슐린을 다량 분비한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며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고, 반응성 저혈당이 나타난다.
혈당 스파이크가 부르는 문제점
반응성 저혈당이 발생하면 뇌에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해 집중력과 각성도가 떨어지고, 몸은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로 인식해 심한 피로감과 졸음이 발생한다.
박민수 원장은 이런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졸음이 더욱 심해져 운전을 비롯해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봄철 점심 식사로 칼국수 같은 고칼로리 탄수화물을 섭취한 경우 춘곤증, 식곤증, 혈당 스파이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한 졸음이 찾아오고, 졸음운전을 할 위험이 높아진다.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급격한 혈당 변화가 지속되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혹사당하고,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포도당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혈액 속 혈당 수치가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결국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그뿐 아니라 혈당 스파이크는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해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등의 발병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식후 혈당을 조절하려면
혈당 스파이크는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주요 원인으로는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과도한 액상과당 섭취와 이로 인한 비만이 지목되고 있다. 따라서 젊다고 방심하지 말고, 식사 후 졸음이 반복된다면 혈당 수치를 체크해 보길 권한다.
혈당 스파이크를 예방하려면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고탄수화물 섭취는 자제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와 더불어 각종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봄나물을 곁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쑥, 냉이, 달래, 두릅 등을 추천한다. 아울러 식이섬유를 먼저 먹고, 이어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먹는 ‘거꾸로 식사법’도 혈당 곡선을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은 날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근육이 수축되면 근육 속 세포들이 포도당을 연소해 혈당을 낮춰 준다. 이때, 특히 대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대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근육으로, 허벅지 근육과 엉덩이 근육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근육을 움직이면 단기적으로 높아진 혈당을 낮출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근육에 저장할 수 있는 글리코겐 양이 늘어 혈당 수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실내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와이드 스쿼트, 덩키 킥, 런지 등이 있다. 이들 운동은 간단하지만 대근육을 효과적으로 자극해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혈당 스파이크 막는 식후 대근육 운동법
![]()
ⓒ Den
■ 와이드 스쿼트
➀ 어깨너비보다 넓게 양다리를 벌리고 서서 허리를 곧게 편다.
➁ 엉덩이를 천천히 뒤로 빼면서 무릎을 구부린 후,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을 이용해 천천히 일어난다.
➂ 10회씩 3세트를 진행한다.
ⓒ Den
■ 덩키 킥
➀ 양팔은 어깨너비로, 무릎은 골반 너비로 벌려 네 발 기기 자세를 취한다.
➁ 허리를 일직선으로 만든 후, 한쪽 다리를 90도로 굽혀 천장을 향해 들어 올렸다 내린다.
➂ 양쪽 10회씩 총 3세트를 진행한다.
ⓒ Den
■ 런지
➀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선다.
➁ 왼쪽 발을 앞으로 내디딘 후 뒤쪽 다리의 무릎이 바닥에 거의 닿을 정도로 구부렸다가 일어난다.
➂ 양쪽을 번갈아 각 15회씩 3세트를 진행한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인범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gykim@mcircle.biz
추천기사
댓글 블라인드 기능으로 악성댓글을 가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