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아는 사람만 간다…흑백요리사 셰프의 비밀 작업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로 화제된 오준탁 셰프, 닭 요리 명성부터 'T.A.K' 오마카세로 인기.

김성현의 Find 다이닝 ㉓ T.A.K

“물 만난 육해공 제철 재료들의 하모니, 익숙하지만 새로운 맛의 향연”

STORY

중앙일보

흑백요리사에서 영탉이라는 닉네임으로 활약한 오준탁 셰프가 탉간파테모나카를 들고 있다. 사진 김성현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서 닭 요리를 앞세워 전 세계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던 셰프가 있다. 주인공은 '영탉'이라는 닉네임으로 활약했던 오준탁(30) 셰프. 12살부터 요리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2016년 5월, 야키토리로 미쉐린 별을 받은 홍콩의 야드버드(Yardbird)과 일식 파인다이닝 로닌(Ronin)에서 약 3년간 경험을 쌓는다.


"야드버드에서 일하며 정말 많은 닭을 손질하고 요리했죠. 손님들에게 선보이는 음식 외에 직원들 식사로도 다양한 닭 요리를 만들어 먹었어요. 생소하고 낯선 부위를 다루며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닭 요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죠. 당시에 쌓았던 지식과 경험이 지금 저에게 매우 큰 자산이 됐어요."


이렇게 닭이라는 재료의 매력에 눈을 뜬 그는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 야키토리 전문점 퐆(fof)을 거쳐, 2021년 12월 남영동에 자신의 이름을 탄 장작구이 통닭집 '남영탉'의 문을 연다. 캐주얼하고 친근한 분위기와 색다른 닭 요리를 선보인 '남영탉'은 금세 남영동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에는 오픈 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접근성이 좋은 '남영탉'이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덩달아 그가 운영 중인 원테이블 프라이빗 레스토랑 겸 작업실 'T.A.K'(탁) 역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닭'을 맛있게 다루기로 정평이 난 오준탁 셰프이지만, 'T.A.K'은 닭을 넘어 소, 야채, 돼지, 해산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요리를 선보인다. 실제로 그는 닭뿐만 아니라,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찾은 특별한 재료를 더해 매일매일 다른 코스를 구성하려고 노력한다.


중앙일보

오준탁 셰프가 핫도그 모양으로 변형한 츠쿠네 위에 트러플로 마무리하고 있다. 사진 김성현

파인다이닝들처럼 격식 있고 날카롭게 각이 잡혀있는 것은 아니지만, 'T.A.K'만의 특별한 오마카세 코스는 오준탁 셰프 특유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 있다. 특히 그는 익숙하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재미,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주는 신선함을 손님에게 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T.A.K'이 그의 요리 작업실을 겸하는 만큼, 오 셰프는 이곳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그는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음식을 경험하고, 궁금해하길 꿈꾼다. 특히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그러한 갈망과 열정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T.A.K에서 선보이는 츠쿠네와 모나카 모두 편집돼서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그래도 가게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보이는 음식들도 반가워해 주셔서 저에게는 의미 있는 촬영이었죠. 특히 방송을 보고 찾아와주신 분들도 계셔서 기분도 너무 좋아요. '흑백요리사' 촬영을 하며 얻었던 자극과 경험들을 토대로 더 열심히 하려고 해나가고 있어요. 좀 더 많은 분이 찾아주시는 만큼 오시는 분들 모두에게 최대한의 만족감을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AT

중앙일보

제철 생선 위에 장아찌, 막장, 젓갈 등 토속적인 재료를 곁들인 한국식 모둠회. 시계방향으로 방어, 고등어, 관자. 사진 김성현

자타공인 닭 스페셜리스트이지만, 오준탁 셰프는 'T.A.K'의 시작으로 한국식 모둠회를 선보인다. 회를 먹는 방법에도 지역·계절별로 다양한 조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는 각 산지에서 공수해 온 신선한 회 위에 다양한 재료와 소스를 곁들어 내어놓는다. 예를 들어 10일가량 숙성한 방어 위에는 매실 장아찌로만 만든 소스와 함께 깻잎, 백김치, 씨앗 젓갈 등 한국적인 부재료들이 올라간다. 고등어의 경우에도 막장과 참기름 파우더 등 무척이나 토속적인 소스가 함께한다. 익숙한 재료로 새로운 맛의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는 오 셰프의 이야기처럼, 모둠회는 여느 횟집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생선이지만 맛만큼은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감칠맛을 맛볼 수 있다.


'T.A.K'의 시그니처라고 할 법한 일본식 고기완자 츠쿠네 또한 범상찮다. 야키토리 가게에서 빠지지 않는 필수 메뉴인 츠쿠네를 오준탁 셰프는 핫도그 형태로 완전히 새롭게 풀어냈다. 뻔하지 않은 츠쿠네를 만들어내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T.A.K'의 츠쿠네에는 트러플과 계란 노른자, 홀그레인 머스타드와 오이피클이 들어간다. 그래서 모양새 뿐 아니라 맛에서도 핫도그가 떠오를 법 하지만,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여태껏 먹어본 적 없던 새로운 재료의 시너지가 느껴진다. 미쉐린 야키토리 가게에서 쌓은 경험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비결은 그가 약 9년째 손수 관리해 오고 있는 특별한 타래 소스가 주는 달달함과 깊이 있는 감칠맛이다. 오 셰프가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 홍콩 시절의 노하우까지 담긴 진한 타래 소스는 츠쿠네의 풍미를 더 하는 킥이다.


중앙일보

9년 숙성 타래 소스와 홀그레인 머스타드, 트러플 등으로 맛을 낸 츠쿠네. 사진 김성현

또 다른 대표 메뉴 탉간파테모나카는 재미있는 모양과 독특한 재료의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일본에서 공수한 닭 모양의 모나카를 오 셰프는 닭 간과 오리 간으로 만든 파테로 채워 넣었다. 여기에 라벤더 살구잼, 헤이즐넛, 치즈, 시소 등 조합해 넣었는데 이 역시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맛으로 충격을 준다. 적당한 당도의 잼과 더불어 파테의 녹진함과 고소함이 기분 좋은 앙상블을 이루고, 바삭바삭한 닭 모양의 모나카는 먹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한 끼 식사를 위해서 몇 달을 기다려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800통이 넘는 전화를 걸고, 10개월이 넘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누구보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푸드 콘텐트 에디터 김성현의 〈Find 다이닝〉을 시작합니다. 혀끝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다이닝을 찾는(Find), 그가 추천하는 괜찮은(Fine) 식당을 소개할게요. 읽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생생하고 맛있게 쓰여진 맛집을 만나보세요.​

김성현 푸드 콘텐트 에디터 cooking@joongang.co.kr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실시간
BEST
joongang
채널명
중앙일보
소개글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