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찌집 얼굴 벌건 美교수님…7년째 韓노포 찾아다니는 이유
일본 유튜버 토기모치가 올린 떡볶이 먹방 조회수는 578만, 영국인 유튜버 영국남자가 올린 불닭볶음면은 1801만이다. K푸드의 글로벌 인기비결로 해외먹방 유튜버들의 활약을 꼽는 이유다. 이제 이들은 단순 먹방을 넘어 전통시장, 기사식당, 고속버스터미널 식당가에서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식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은 왜 한식에 빠졌을까. 주중에 교수로 주말엔 ‘오스틴! 주는대로 먹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오스틴 기븐스를 만났다.
돼지국밥에 방아잎을 말아 먹고 있는 카이스트 어학원 교수이자 K푸드 먹방 유튜버 오스틴 기븐스. 사진 오스틴 |
“사장님 방아잎 없어요?”
“어찌 방아잎을 안다요. 허허 먹을 줄 아네”
100년 넘은 밀양 돼지국밥집에서 방아잎을 찾고, 굴이 제철이라며 통영수산시장을 헤집고 다니며 다찌집에 앉아 소주로 벌게진 얼굴로 멍게를 논하는 이 남자. 미국인 오스틴 기븐스 카이스트 교수다. 8년 전, KAIST 어학원 교수로 한국을 찾은 오스틴은 한식에 빠졌다. 정확히는 노포맛집이다. 그동안 전국 180개가 넘는 노포맛집을 찾아다녔고 343개의 영상을 제작했다. 인터뷰를 요청한 날도 하동에 가 있었다.
오스틴! 주는대로먹는다 먹방 촬영 맛집 모음 지도 오스틴 제공 |
Q : 한식에 진심인 것 같다. 왜 한식인가?
한식이 무척 다이내믹했다. 한국에서 처음 먹은 냉면이 코다리 냉면이었는데, 빨간 소스를 보고 스파게티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맛을 보니 달랐다. 봐서는 맛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매력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올해로 8년째 한국에 살고 있지만, 지금도 그렇다. 그게 한식의 매력이다.
Q : 7년 동안 전국 구석구석 노포맛집을 찾아다녔다.
대전에 살고 있어 가능했다. 대전에서는 전국 어디든 차로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휴일에는 지도를 펼치고 어디로 여행을 갈지 정하고 네이버에 ‘한글’로 그 지역 노포맛집을 검색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추천을 받는다. 카이스트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아 지역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정보가 많다.
Q : 노포 맛집을 주로 찾는 이유가 있나.
노포감성이 좋다. 정 많은 사장님, 손맛 나는 반찬, 연탄 구이 냄새, 장작 타는 소리 이런 것들이다. 정확히 왜 끌리는지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깊게 경험하고자 할 때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인연도 만들고 추억도 쌓고.
오스틴이 주로 찾는 노포 맛집 [사진 오스틴 제공] |
오스틴이 주로 찾는 노포 맛집 |
Q : 유튜브 채널이름 ‘오스틴! 주는대로 먹는다’다. 채널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아내가 지어준 이름인데, 무척 마음에 든다. 미국의 유명 시인, 월트 휘트먼이 쓴 시에서 그런 구절이 있다. ‘문에서 자물쇠를 떼어 버려라! 옆기둥에서 문 그 자체를 떼어 버려라!’ 나의 좌우명인데, 모든 경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자는 뜻이다. 월트 휘트먼이 마음의 문을 풀어헤치라고 말하는 것처럼, ‘주는대로 먹는다’도 비슷한 생각으로 어떤 음식이든 먹어보자는 생각을 담았다.
Q : 한국 사람들도 호불호가 나뉘는 한식을 편견 없이 잘 먹는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지.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자주 놀았다. 함께 소시지를 만들기도 하고, 또래들이 쉽게 먹기 어려운 요리도 종종 먹었다. 간 푸딩(Liver Pudding)이나 소 혀로 만든 수프 같은 요리들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뉴욕에서 석사 학위를 따는 동안 그린위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 머레이 치즈샵에서 일했는데, 그때 맛을 보고 평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처음 접하는 음식을 어떻게 맛봐야 하는지 알게 되어 그런지 두려움이 없다.
오스틴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 사진 오스틴 |
최대 조회수 영상이 굴 먹방이다. 굴철만 돌아오면 통영을 찾던데, 혹시 굴처럼 해마다 찾는 제철 음식이 있나.
조만간 봄나물을 캐러 갈 계획이다. 하동 진교에 미식가 친구가 사는데, 매년 같이 두릅, 다래와 같은 나물을 캤다. 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겨울에 굴처럼 자주 찾는 곳이 있다. 고성군의 도치 알탕이다. 도치라는 못생긴 생선으로 끓이는 탕인데 알이 무척 크고 맛도 담백하다. 탕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봄이 되면 오스틴은 봄나물을 캐러 하동을 찾는다. 사진 오스틴 |
Q : 먹방을 찍다 보면 한식 요리에도 관심이 생길 것 같다.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장 잘하는 요리는 냉이 된장찌개.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노포맛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사서 요리할 때 쓴다. 요즘은 오이무침처럼 다양한 밑반찬 요리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 배운 게 있다면, 간장, 장, 식초, 꿀만 있으면 손쉽게 무침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또 요리까지는 아니지만, 날씨가 좋으면 지금 사는 옥탑방 밖에서 삼겹살도 구워 먹는다.
Q : 앞으로 소개하고 싶은 K푸드가 있다면
가끔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들이 한식은 결국 다 고추장, 마늘, 간장으로 끝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할 때 화가 난다. 한식의 기본인 김치나 장도 지역마다 쓰는 재료가 다르고 당연히 맛도 다른데 말이다. 그래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가정식 반찬에 대해 배우고, 관련 먹방을 찍고 싶다. 또 한국 사람들에게 지역마다 다른 반찬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한 번은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방아를 먹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경상도에서 온 학생들은 모두 먹어봤다며, 방아로 전도 만들고 국도 끓인다고 설명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방아가 뭐야? 처음 들어봐’ 그러더라.
K푸드 먹방 대표 해외 유튜버 도표 정리 [통계 출처 유튜브] |
최민지 쿠킹팀 인턴기자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