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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매출 2000만원, 한국 1등 ‘김치의 신’이 말하는 성공 비법

군산 현대청과 최상심 김치명인

남편 김 양식 실패후 반찬가게 나서

김치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했지만

손맛 이을 ‘타고난 이’ 없어 고심


"어머니 날 낳으시고, 현대청과 날 기르시니..."


군산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34년 동안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최상심(67) 김치명인.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 광주시장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대통령상을 모두 휩쓸었다. 김치맛을 못잊는 단골들의 발길이 수십년째 이어진다. 일단 한번 맛보면 다른 김치를 먹기 힘들다는 평이다. 많은 군산 청년들이 이 집 김치를 먹고 자랐다. 평범한 엄마에서 '김치의 신' '김치의 대모'가 되기까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상심 김치명인. /jobsN

매일 10시간, 명인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명품김치

현대청과를 찾는 손님은 하루 평균 100여명. 월 매출은 2000만원이 넘는다. 공휴일이나 김장철에는 매출이 3~4배로 뛴다. 최상심 명인이 매일 김장하는 배추 170kg은 하루면 완판된다. 입소문이 나 다른 지역에서도 택배 주문이 들어온다. 한달에만 150박스를 부친다고 했다. "김치는 저녁이면 다 팔려. 남는 법이 없어. 그래서 신선도가 좋아."


현대청과가 꾸준히 사랑받는 배경에 김치를 향한 투철한 소명의식이 있다. 그녀의 하루는 새벽 네시에 시작된다. 아침 일찍 경매장으로 가 김장에 필요한 식재료를 구매한다. 가게에 돌아오면 7시. 진짜 노동은 그때부터 시작이다. 


"배추는 오면 바로 절여야돼. 절이는 시간은 배추에 따라 다 다르지. 얼갈이와 열무는 2시간, 쌈배추는 4시간, 포기배추는 6시간 절여야돼. 이 시간을 잘 지켜야지, 넘으면 짜. 그 뒤엔 배추 씻고, 물을 빼지. 양념까지 다 마치면 2시쯤 되더라고. 이미 소문이 났어. 이 집은 한시나 두시에 가야 김치를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고된 노동에 그녀의 몸과 마음은 점점 병들어갔다. "매일 날만 밝으면 가게를 오니까 우울증이 왔어. 바깥 구경도 못했고….멀쩡한 손톱도 여럿 빠지고 고생 많이 했지. 장사를 한 지 몇 년 만에 인근으로 놀러가던 길이었어. 운이 없었지. 교통사고가 난 거야. 한달을 꼬박 쉬었어. 가게는 엉망이 됐고."


속상한 일이 생겼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TV에서 '김치 경연대회' 소식을 접한 것. 자녀들은 한사코 말렸지만 끝내 대회에 참가했다. 2014년 그녀는 파김치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대회 참가 첫 해만의 기록이다.  이듬해에는 더덕김치로 광주광역시장상을 수상했다. 대회 참가 3년차, 그녀는 대통령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만든 김치는 와송수삼백김치였다.

최상심 김치명인이 만든 와송수삼백김치. /세계김치연구소, jobsN

"이 상을 받고 우울증이 저절로 나았어. '내가 값진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실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았으니까. 아직도 웃음이 나와. 자신감도 더 생기고, 누군가가 알아주고."

최상심 명인이 세계김치축제에서 받은 상. /jobsN


명인의 절대 ‘손맛’ 비결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이 만든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명인의 김치를 먹어봤다. 시원하면서도 깊은 자연의 맛이 났다. 맛있는 김치를 담그는 명인만의 노하우를 물어봤다. 


“첫째는 좋은 고추를 써야돼. 배추는 일조량이 긴 배추를 써야하고. 남쪽 배추가 좋고, 8월이 지나면 강원도 배추가 좋아. 젓갈은 직접 생선 사서 담아. 1년에 한번씩 주기적으로 만들지. 젓갈이 2년쯤 돼야 맛있게 숙성돼. 그런데 이 기간이 지나면 간장맛으로 변해. 김치 맛이 쿰쿰해지고 색도 검어지지. 재료가 좋으면 김치가 익을 수록 곶감 맛이 나거든. 

명인이 만든 파김치와 열무김치. /jobsN

파김치는 복숭아를 숙성시켜놨다가 설탕 대신 쓰면  너무 맛있어. 바나나도 들어가면 좋아. 열무김치에는 칠레포도처럼 단 포도를 밥하고 같이 갈아 넣어. 그럼 김치가 익으면서 더 맛있어지거든. 이렇게 하면 설탕이 따로 필요 없어. 


배추김치는 육수를 잘 내는게 포인트야. 진하게 내야해. 배추가 열 포기면 최소한으로 배 열개, 열다섯개는 갈아서 즙을 짜야돼. 냉면 대접으로 크게 두 접시 정도 나오는데 그렇게 해서 맛을 내지.


이 레시피들은 천금을 줘도 못 바꾸는 내 보물이야. 이 레시피를 얻기 위해 김치를 수천번 담고 또 담았어.”


나이가 들면 사람 입맛도 변하지 않나. 어떻게 모든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지 궁금했다. 


“30대~50대 손님은 싱겁게 담가야 돼. 60대~80대는 짜게 만들어야 맛있다고 하지. 30년 세월이 흘렀으니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봐서 나는 이제 실수가 안나와. 100명 중에 한 명 정도 까탈을 부리지 다 백점이라고 하더라고. 안 그러면 우리집에 20년 동안 오겠어? 하하.”


수년째 현대청과를 찾는 단골들은 명인의 나이듦을 아쉬워한다. 비법 전수를 원하지만 명인의 손맛을 내기란 쉽지 않다. 주변에서 3년을 배웠지만,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명인의 단호한 대답.  “김치는 쉽게 생각하면 오산이야. 이건 가수처럼 타고나야 돼.”


명인은 그동안 판매한 김치 종류가 30가지에 달한다고 했다. 그때 그때 제철 재료를 사용해 담그는 식이다. 배추김치와 갓김치, 미나리김치, 열무김치, 고구마순김치, 오이소박이, 깻잎김치가 특히 인기다. 

‘엄마’에서 ‘명인’ 되기까지…

최상심 명인이 김치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녀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어린 나이부터 가족의 식단을 책임졌다. 가족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먹이며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그렇게 김치에 대해 알아갔다.


“남편이 김양식 사업을 했었지. 군산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폭삭 망했버렸어. 먹고 살 길이 없으니 나라도 나서서 조그만 반찬 가게를 차렸어. 장사 경험이 없어 겁도 많이 났지. 그 때 당시 배추김치 1kg 당 2500원에 판매했어. 마늘부터 생강까지 모두 직접 다듬어서 재료 준비를 하느라고 여기저기 병들기도 했었지. 그렇게 김치를 내놨는데, 사람들이 맛보고 가정집 김치라고 칭찬하더라고. 열혈 팬이 하나 둘 늘어갔어. 그렇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거야.”


그녀가 갖은 고충을 겪으면서도 김치 장사를 계속한 이유는 자녀들이다. ‘엄마’이기도 한 최상심 명인은 자녀들의 자립을 위해 힘썼다. “김치 만들어 애들 키우고, 가르쳤지. 네명 중 세명은 캐나다로 유학도 보냈고…. 지금은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지내고 있어 참 감사한 일이야.”

세계김치축제 김치경연대회 참가 당시 최상심 명인의 모습. /jobsN

그녀는 현재 김치 강사로도 활동한다. 시·도를 비롯해 많은 교수들이 명인을 강연에 초청한다고 했다. 김치 담는 방법과 맛의 비법을 강의를 통해 전수하고 있다. 


명인은 또 시중에서 유통되는 값싼 김치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기 어렵고, 중국산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식당 가면 나오는 김치가 대부분 중국산이잖아. 색깔도, 맛도 똑같은 김치가 우리 시장을 파고들고 있어. 자기네 것이라 우기는데 우리 스스로 김치를 지켰으면 좋겠어. 김치는 우리 식탁에 매일 오르는 소중한 반찬이니까. 출처도 모르는 김치를 계속 먹다보면 언제 병이 찾아올지 몰라. 값싼 김치를 함부로 먹지 않았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야.”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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