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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는데도 살이 안 쪄?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먹어도 먹어도 찌지 않는 건 축복? NO! ‘당뇨 전조증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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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실제로 물만 먹어서 살이 찔리는 없지만, 그만큼 살이 잘 찐다는 의미를 담은 자조적인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아마 주위에 한 명쯤은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식사량이 딱히 적은 것도 아닌데, 혹은 꽤 많이 먹는 편인데도 살이 쪘다고 느껴지지 않는 사람 말이다. 실제 그런 사람들은 먹는 양과 상관없이 체중이 그대로거나 도리어 빠지기도 한다.


다이어트가 인생의 고난이라 말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만큼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엄밀한 의미의 다이어트는 ‘건강한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만에 대한 인식, 일반적인 미적 기준, 외모에 대한 집착 등으로 인해 ‘다이어트 = 살 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렌드가 이렇다 보니, ‘많이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다’라고 하면 다들 부러워하기 쉽다. 개중에는 간혹 ‘비결이 뭐냐’고 묻기도 하지만, 사실 무의미한 질문이다. ‘타고난 체질’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가능성이 대체로 높고, 그게 아니라면 알려줘도 따라하기 힘들 정도의 엄격한 운동량과 자기관리를 유지하는 경우일 테니까.


평소 엄격한 관리와 높은 운동량으로 먹는 것을 상쇄시키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데도 살이 찌지 않거나 도리어 빠진다면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바로 ‘당뇨’로 향하는 전조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당뇨가 무엇인지 바로알기

‘당뇨’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소변에 당분이 섞여서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를 병명으로 정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비중을 두어야 할 부분은 ‘원인’ 쪽이다.


소변에 당분이 섞여 나오는 것은 ‘포도당’이 배출되는 것이다. 혈액 내 포도당(혈당)의 양이 과도하게 높을 때, 신장(콩팥)에서 여분의 포도당을 걸러내 배출하는 것이다. 


물론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다는 것이 꼭 당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식을 했을 때도 일시적으로 포도당 농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 때 공복 상태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도, 식후에는 혈당 등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므로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결과가 잘못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적당량을 먹었는데도, 혹은 식사를 걸렀는데도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된다면 이는 ‘항상 여분의 포도당을 배출해야 할 정도로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다’라는 의미의 시그널이다. 이 경우 당뇨를 의심하게 되며,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포도당으로 분해돼 혈액에 섞여 ‘혈당’이 된다. 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거나 장기 또는 조직에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췌장(이자)의 베타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다. 즉, 인슐린은 높아진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선천적인 문제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를 ‘제 1형 당뇨병’이라 한다. 다만 그 비율은 전체 성인 당뇨 환자 중 1% 정도다. 그 외 나머지를 차지하는 ‘제 2형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가 적거나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경우다. 인슐린이 분비되기는 하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대부분 당뇨라 하면 제 2형 당뇨병에 해당한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으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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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저항성과 체중 변화, 무슨 관계인가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세포는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게 된다. 즉, 에너지원으로 사용돼야 할 포도당이 세포에 공급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음식물 분해로 생겨난 포도당은 길을 잃는다. 에너지원으로 소모하고 남은 포도당을 체지방으로 바꿔 축적하는 것 역시 인슐린의 역할이다. 이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음식을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몸 안으로 들어왔지만 길을 인도해주는 이가 없는 포도당은 갈 곳을 잃고 혈액에 섞여 떠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잉여 포도당’으로 취급돼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원리다.


포도당의 관점이 아닌, 몸 속 장기들의 관점에서 보자. 에너지원으로 공급받아야 할 포도당이 들어오지 않게 되면 몸 속 장기나 조직은 에너지 부족 상태에 시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몸 안에서는 기존에 축적돼 있는 체지방을 소모하거나, 비교적 중요성이 덜한 곳의 단백질을 분해해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먹는 음식은 에너지로 사용되거나 축적되지 못한 채 배출돼 버리고, 기존에 저장됐던 에너지원을 분해해 사용하는 것이다. 식사를 꾸준히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체중이 줄어드는 이유다.

체중은 이유 없이 줄어들지 않는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원리를 모르는 상태라고 하자. 겉으로 보기에는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다’라며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도 그렇다. 단기적으로 보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으니, 기분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어떨까. 좀 더 긴 기간을 두고 보면 이때는 당뇨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일 수 있다. 병이 진행되면 포도당이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는 일이 반복된다. 이 또한 초기에는 쌓여있던 체지방을 소모하면서 군살이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그 다음으로는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근육은 지방에 비해 단위당 무게가 많이 나가는 조직이므로 이때는 급격한 체중 감소가 발생하게 된다. ‘뭔가 이상하다’라는 것을 감지할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기도 하다.


병이 악화되면 체내 대사 과정의 불균형이 고착화된다. 새롭게 흡수되는 에너지원은 없고, 기존에 보유한 에너지를 계속 소모해야 하는 일방적 상황이 반복된다.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듦에 따라, 결국 생명 유지에 직결되는 장기까지 건드리게 된다. 에너지를 공급받아 움직여야 하는 기관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기는커녕, 그들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까지 빼앗아 쓰게 되는 것이다.

급격한 체중감소가 나타나면 이미 당뇨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의미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급격한 체중감소가 나타나면 이미 당뇨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의미다 / Designed by Freepik (https://www.freepik.com/)

최악이 오기 전 할 수 있는 것

흡수되지 못한 포도당이 배출되더라도, 신장의 필터링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즉, 배출되지 못한 포도당은 그대로 혈액 안을 돌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포도당 농도가 높은 끈적한 혈액이 몸속을 돌아다니게 되면 모세혈관처럼 가늘고 얇은 혈관은 쉽게 막힐 수 있다.


대표적으로 눈의 경우 얇은 혈관으로 혈액을 공급받기 때문에 점도 높은 혈액이 순환할 경우 혈관이 막히기 쉽다. 당뇨 증상으로 인해 시력에 문제가 생기는 원인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에, 의심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많이 먹고 마시는데 체중이 늘지 않는다는 건 명백한 비정상이다.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닌 것이다. 체중이 줄어드는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이를 의심할 수 있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은 상당한 대사 불균형이 진행된 후의 증상이므로, 그 이전에 나타나는 당뇨 전조증상을 명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보는 것 같다거나, 수시로 갈증이 느껴진다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시력이 떨어지거나, 일상적인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거나 하면 당뇨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당뇨는 조기에 발견할 수만 있다면 적당한 수준의 관리만으로 충분히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병이다. 다행히 건강보험공단에서 진행하는 정기검진에 혈액검사가 포함돼 있으므로, 이것만으로도 당뇨 조기 발견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가족력이 있는 병이기 때문에 만약 부모님 중 한 분이 당뇨 증상이 있다면 2년에 한 번 진행하는 정기검진 외에 1년에 한 번 주기로 혈액검사를 받는 편이 좋다.


이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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