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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한국일보

우유는 왜 '캔'이 아닌 '종이팩'에 담을까

'캔 우유'가 없는 이유는 신선도 때문

높은 열전도율로 저온보관 안 돼 상하기 쉬워

유업계, 종이팩 포장재 '기능 향상'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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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종이팩과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우유가 진열돼 있다. 주류를 비롯해 대부분의 음료가 캔으로 판매되지만 우유만은 예외다. 뉴스1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우유 급식에 대한 추억이 있다. 우유 당번이 녹색통을 교실로 가져오면 우유를 마시고 납작하게 접은 뒤 '골인'을 하겠다고 통에 던져 넣던 친구들이 꼭 있었다. 먹기 싫어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한동안 잊어버린 우유팩은 뚱뚱하게 부풀어 올랐고 어떤 아이들은 가방 속에 넣어둔 우유가 하굣길에 빵 터져 난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처럼 유년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흰 우유는 예나 지금이나 그 모습 그대로다. 인쇄 디자인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수십 년째 삼각지붕이 달린 네모난 종이팩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간혹 차별화를 위해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에 담긴 제품이 나오지만 극히 일부다.


우유가 처음부터 종이팩에 담겼던 것은 아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시초인 '경성우유동업조합'은 1937년 국내에 흰 우유를 최초로 대량 유통하면서 유리병을 일본에서 전량 수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리병이 늘 부족해 미군부대의 맥주병을 세척해 사용하기도 했다.


단가가 비싸고 무거운 유리병은 70년대 종이팩이 등장하자 점차 사라졌다. 종이팩은 가볍고 깨질 우려가 없으며 운송비 절감과 공간 효율화란 강점까지 있었다. 폴리에틸렌 재질의 '삼각 포리' 용기도 등장했지만 편의성 높은 종이팩에 밀려 지금은 커피우유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포장기술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종이팩은 우유를 담는 최적의 용기로 꼽힌다. 원통형 캔 용기로 나오면 손에 쥐기 편하고 개봉과 보관이 쉬울 것 같은데 왜 '캔 우유'는 안 만들까. 유업계가 종이팩을 고수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캔 우유' 없는 건 '신선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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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우유가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땐 유리병에 담겨 판매됐다. 유리병은 단가가 비싸고 무거우며 깨질 위험이 높아 향후 종이팩으로 대체됐다. 게티이미지뱅크

29일 유업계에 따르면 우유는 단백질, 칼슘, 미네랄 등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품이지만 미생물의 공격에 취약해 잘 부패한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5도 이하로 냉장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열전도율이 높은 캔은 유통과정에서 온도가 수시로 변할 수 있어 우유가 상하기 쉽다. 캔에 담아 유통하면 신선도 유지를 위한 냉장비용과 포장재 단가가 올라가니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다.


또 캔을 이루는 성분인 알루미늄 등 금속이 우유에 함유된 미네랄과 만나면 산화 반응을 일으켜 부유물이 생기고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식품에 사용하는 캔은 내부에 식용코팅을 해 직접 금속과 반응하기 어렵지만 유통과정 중 충격에 의해 코팅이 깨지면 금속 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 효율성 측면에서도 캔은 적합하지 않다. 흔히 마시는 1ℓ짜리 살균우유는 저온에서 살균할수록 영양소 열변성을 최소화한다. 캔 포장재는 대부분 레토르트 멸균 공정을 거치는데, 우유를 캔에 담아 가열·살균 처리를 하면 100도 이상의 고온·고압 환경에서 갈변(캐러멜화)하면서 풍미와 성상이 변하게 된다.


캔에 담겨 팔리는 코코아맛 음료 등 우유가 포함된 일부 제품은 다른 경우다. 코코아맛 음료는 생유에 탈지유, 탈지분유 등을 혼합한 가공유인데 이미 색이 있어 우유가 갈변해도 성상 변화가 눈에 띄지 않고 흰 우유에 비해 변화폭이 적다.


투명 플라스틱 용기는 주로 고밀도 폴리에틸렌 플라스틱(HDPE) 재질이다. 단가는 높지만 외부에서 유입되는 이취 차단 기능이 종이팩보다 높고 우유의 신선도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제품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된다.

'유통기한 세 달' 멸균우유 포장재도 종이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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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살균우유를 담는 삼각지붕이 달린 종이팩은 살균팩, 삼각지붕이 없는 직육면체 모양은 멸균팩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통기한이 세 달이나 되고 상온보관이 가능한 멸균우유를 가능케 한 것도 종이팩이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지만 멸균우유를 담는 멸균팩(테트라팩)과 일반우유를 담는 살균팩(카톤팩)은 엄연히 다른 포장재다. 육안으로는 삼각지붕이 달렸으면 살균팩, 삼각지붕이 없는 직육면체 모양이 멸균팩이다.


살균팩은 천연펄프로 만든 종이의 양면에 무독성 폴리에틸렌을 도포하고 인쇄 및 접착공정을 거쳐 만든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 유통비를 줄일 수 있고, 깨질 위험이 없어 안전성도 높지만 냉장유통해야 하는 우유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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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팩과 멸균팩 구조.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를 보완한 게 멸균팩이다. 멸균팩은 총 6겹으로 이뤄졌는데 살균팩과 유사한 구조에 알루미늄 포일과 폴리에틸렌 등이 겹겹이 더 쌓인다. 이 중 알루미늄 포일이 외부의 산소와 미생물, 빛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내용물이 변질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살균된 포장재 안으로 우유를 채울 때도 공기가 들어가지 않아 장기보관이 가능하다.

유업계, 더 신선한 종이팩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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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은 2018년 종이팩에 뚜껑을 달아 종이에 배는 잡내를 줄인 '후레쉬팩'을 개발했다. 매일유업 제공

이토록 유용한 종이팩에도 단점은 있다. 완전한 밀봉이 안 돼 냉장보관하면 냉장고의 음식 냄새가 우유 안으로 스며들기 십상이다. 유업계는 종이에 배는 잡내를 잡거나 더 쉽게 제품을 개봉할 수 있는 포장재 기술을 꾸준히 개발 중이다. 매일유업은 2018년 종이팩 상단에 열고 잠글 수 있는 뚜껑을 적용한 후레쉬팩을 개발했다. 포장재에 우유를 꽉 채워 공기층을 없애고 빛 투과를 최소화하도록 두꺼운 3중지를 적용했다. 뚜껑으로 외부공기 유입을 막아 마지막 한 모금까지 신선하게 마실 수 있다는 게 매일유업의 설명이다.


최근 종이팩 재활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포장재 활용에 대한 유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살균팩과 멸균팩은 재질이 달라 따로 분리배출해야 하지만, 외관상 유사해 이를 구분해 버리는 소비자가 많지 않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마크를 받은 종이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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