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고추', 노브랜드버거 '김치'…한국형 버거, 더 이상 호기심 끌기용 아니다
[New & Good]
진주 고추 활용한 맥도날드 버거
사라졌던 김치 버거도 재소환
한국형 버거 원조는 롯데리아
한국맥도날드가 '한국의 맛' 프로젝트로 출시한 신제품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한국맥도날드 제공 |
밥, 김치 등을 활용해 우리 고유의 맛을 표현한 한국형 햄버거는 한때 '이색 버거'로 받아들여졌다. 불고기 버거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형 버거는 소비자가 한 번 체험하는 데 그칠 뿐 선택을 꾸준히 받지 못했다. 햄버거하면 으레 떠오르는 맛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운 생소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형 햄버거를 향한 소비자 반응은 예전과 달라졌다. 햄버거 특유의 익숙함을 기본으로 한국적 맛과 재미까지 담아내고 있어서다. 그러자 한국형 햄버거 시장에 선두업체인 롯데리아는 물론 맥도날드, 노브랜드버거 등 다른 경쟁사도 공들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와 노브랜드버거는 11일 각각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김치 버거'를 전국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는 한국맥도날드가 깔끔한 매운맛을 내는 경남 진주시 고추를 활용해 15개월 동안 연구개발(R&D) 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한국의 고추 소비량을 주목해 이 햄버거 개발에 나섰다고 한다. 진주 고추를 쓰는 이유는 시설 재배 고추 생산량이 국내에서 가장 많아서다. 날씨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는 점을 높이 샀다.
버거 한 개당 들어가는 진주 고추는 4분의 1개다. 개발팀은 고추를 햄버거와 어떻게 조합할지 궁리하다 매콤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을 내는 '고추 장아찌'를 떠올렸다. 고추 장아찌를 바탕으로 한 크림치즈와 홀스래디쉬 소스는 소고기 패티와 어울리면서 풍미를 높였다.
맛과 재미로 무장한 한국형 버거
노브랜드버거가 출시한 신제품 김치버거 2종. 신세계푸드 제공 |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는 한국맥도날드가 2021년 시작한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하나다. 한국맥도날드가 한국의 맛을 내기 위해 출시한 제품은 2021년 창녕 갈릭 버거, 2022년 보성 녹돈 버거, 2023년 진도 대파크림 크로켓 버거가 있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친숙한 식재료를 사용하면서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메뉴를 내놓고 싶었다"며 "진주 고추를 활용한 소스들은 이번 신메뉴의 맛을 배가시킨다"고 말했다.
노브랜드버거가 내놓은 에그김치 버거는 2000년대 초반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팔았다가 접은 '김치 버거'를 재소환했다. 볶은 김치와 코울슬로를 섞은 토핑을 쓰는 게 특징이다. 밥 반찬인 계란프라이도 넣어 든든함을 살렸다. 노브랜드버거는 에그김치 버거에 햄을 넣은 햄에그김치 버거도 마련했다.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와 비교하면 한국인에게 더 익숙한 재료와 맛을 느낄 수 있다.
1996년 우엉버거, 1999년 라이스버거, 2015년 라면버거 등을 내놓은 롯데리아는 한국형 햄버거를 발굴한 기업이다. 주로 한정판 메뉴로 개발하는 한국형 햄버거는 국내 최초의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롯데리아가 토종 브랜드로 정착하는 데 이바지했다. 롯데리아의 한국형 햄버거는 원조인 미국 햄버거에 비해 근본이 없지만 맛은 좋다는 뜻에서 '무근본 버거'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한국형 햄버거를 내놓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하기 때문이다. 한국형 햄버거는 과거보다 햄버거 본연의 맛과 한국적인 맛을 균형 있게 살렸다는 평가다. 재미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펀슈머' 현상도 한국형 햄버거에 손이 가는 이유다.
실제 한국형 햄버거의 성적도 좋다. 롯데리아가 5월 30일 출시한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는 출시 11일 동안 70만 개 이상 팔렸다. 일부 매장에선 재고 소진으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맥도날드가 그동안 내놓았던 한국의 맛 메뉴 판매량은 누적 2,000만 개를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기호가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한국형 햄버거 수요 역시 커졌다"며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매출을 높이려면 한국형 햄버거 같은 현지화 전략이 필수"라고 말했다.
롯데리아가 5월 30일 출시한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신용주 인턴기자 |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