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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쫀득 달큼…옥수수 여름이 왔다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옥수수 나무 열매에 하모니카가 들어있네.”

어릴 때 옥수수만 보면 불렀던 노래다. 실제로 옥수수 알갱이를 도르륵 죄다 따서 먹고 두서너줄만 남긴 후 하모니카처럼 부는 흉내를 냈다. 옥수수 하모니카. 여름만 되면 버릇처럼 하던 노래와 놀이라는 걸 50대 안팎의 나이라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과자보다 옥수수가 흔했던 어린 시절 여름의 기억.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앞에 가면 사람이 붐비는 좁다란 인도에 자리를 깔고 옥수수를 쪄서 파는 상인들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찜통을 비닐로 덮어 쪄놓은 뒤 손님이 오면 꺼내 줬는데 그 비닐을 열 때마다 특유의 달고 구수한 향이 났다. 마치 여름날의 향수처럼 기억되는 그 냄새는 아직도 옥수수란 글자만 봐도 자동으로 떠오른다.


옥수수는 원래 우리 땅에서 오래 자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원산지는 멕시코다. 조선 시대 중국으로부터 처음 종자를 들여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가 30~40%를 생산하지만 최근 초당옥수수 열풍으로 제주도가 또 다른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충북 괴산군에서 나오는 ‘대학 찰옥수수’도 유명한데, 괴산군 장연면 출신의 최봉호 충남대 교수가 지역 소득증진을 위해 2000년대 초반에 연구 개발한 품종이 바로 이것이다. 대학 찰옥수수는 일반 찰옥수수보다 색이 연한 노랑이고 껍질이 얇아 부드러우며 당도가 높은 편이다.


찰옥수수가 토종이고 초당옥수수는 외래종 혹은 유전자 조작 식물(GMO)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초당옥수수는 원래 다디단 유전자를 가진 식물이다. 달콤한 옥수수의 유전자를 발견하고 과학의 힘으로 잘 자랄 수 있게 육성한 정도? 그러니까 유전자 조작과는 거리가 멀다. 2015년부터 우리나라 고유의 단 옥수수 종자인 ‘고당옥’ 재배도 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단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에게 초당옥수수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옥수수는 간단히 쪄먹는 게 제일 맛있다. 찰옥수수는 물에 넣고 삶으면 옥수수 특유의 맛이 물로 다 빠져나간다. 가능하면 물에 닿지 않고 수증기로 쪄내는 게 맛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초당옥수수는 생으로 그냥 먹는 걸 추천하지만 생옥수수 섭취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기도 한다. 사실 옥수수는 따고 껍질을 벗기고 물에 담근 지 오래될수록 맛이 없어지는데, 많은 사람들은 옥수수의 단맛을 중요하게 여긴다.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꼽히는 쌀과 밀에도 자연스러운 단맛이 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옥수수를 쌀처럼 주식으로 여기고 있지 않으니 단맛을 더해 간식처럼 취급했던 건 아니었을까?


찰옥수수를 샀다면 쌀과 섞어보자. 옥수수를 가로로 잘라 밥할 때 넣는다. 밥이 고소하고 달고 맛있어지며 옥수수 몸통 덕분에 감칠맛도 느껴진다. 감자와 고구마를 쪄서 으깬 뒤 얇게 썬 오이와 양파를 옥수수 알갱이와 같이 넣고 마요네즈와 섞어 샐러드를 만든다. 소금·후추 간 약간이면 충분히 화려하고 풍성한 여름의 맛을 낸다. 찰옥수수 알갱이는 잘게 썬 김치와 섞어 김치부침개를 부쳐도 맛있다. 아삭하고 새콤한 김치와 달콤·고소하면서 톡톡 씹히는 옥수수 알갱이가 너무 잘 어울린다. 찰옥수수 알갱이와 검은콩을 섞어 간장에 조려내면 더 맛있는 옥수수 콩장도 완성된다.


초당옥수수를 많이 샀다면 스프를 끓여보자. 알갱이를 우유에 넣고 가볍게 끓인 뒤 믹서에 곱게 갈아내기만 하면 완성. 이 초당옥수수 수프는 냉장고에 넣고 차가운 상태로 먹는 게 훨씬 시원하고 좋다. 초당옥수수 알갱이와 으깬 두부를 섞은 뒤 핫케이크 가루로 가볍게 반죽해서 튀겨주면 이게 바로 옥수수 도넛이다. 옥수수 도넛은 설탕 가루를 묻히지 않아도 충분히 달고 매력적이다.


여름은 옥수수의 계절이다. 냉장고에 넣어둘수록 단맛과 고소함이 사라지는 옥수수의 특성상 구매하자마자 알갱이만 모두 따서 냉동실에 얼려두고 먹기를 권장한다. 냉동실에 여유가 있다면 되도록 많이 얼려서 두고두고 여름의 맛을 기억해보자. 언제나 ‘슈퍼 스윗’한 옥수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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