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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의 맛과 특징에 풍미를 더하는 ‘이야기의 힘’ [ESC]

지난 10여 년간 위스키 시장은 성장하며 일본과 한국 위스키의 인기가 크게 상승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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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은 위스키 역사상 황금시대였다. 위스키 판매량, 설립되거나 다시 문을 연 증류소의 수, 위스키 생산량, 숙성되고 있는 캐스크의 수, 모두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늘어난 수요에 따라 위스키들의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그동안 가장 비싸진 건 어떤 위스키일까? 아무래도 일본의 위스키일 것이다. 10여 년 전 최고 가성비 위스키로 불렸던 야마자키 싱글몰트 위스키와 다케쓰루 몰트위스키는 그 당시에 비해 5~10배 이상 가격이 올랐으며, 얼마 전까지는 구매하는 것 조차 어려웠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맛, 희소성, 특징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 위스키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이야기는 위스키 제2의 풍미인 셈이다. 일본 위스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즈음부터 각종 상을 받고 평론가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부터다. 그러다 2014년 일본에서 ‘맛상’이라는 드라마가 히트를 치면서 절정에 이른다. ‘맛상’은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와 그의 아내 제시 로베르타 코완(일명 리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1910년대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유학을 다녀온 다케쓰루는 산토리를 설립한 도리이 신지로의 요청으로 일본 최초의 증류소를 함께 설립했다. 일본 위스키의 역사는 이 두 사람과 그들이 세운 위스키 증류소의 역사다.



일본 최초의 증류소인 이 야마자키 증류소가 1923년 설립됐으니 일본 위스키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도리이와의 10년 고용계약 기간을 다 채운 다케쓰루는 1934년 홋카이도에 자신의 위스키 회사 닛카를 설립하고 자신의 의도를 반영한 요이치 증류소를 설립한다. 산토리와 닛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두 위스키 회사로 일본 위스키붐을 이끈 주역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0년에 위스키 증류소 2곳이 설립됐다. 경기 남양주의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와 경기도 김포에 있는 김창수위스키 증류소. 이 증류소들은 이미 여러 제품의 위스키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1년 이상의 숙성기간을 거치면 위스키로 출시할 수 있다. 두 증류소의 위스키 모두 큰 관심을 받았고, 이내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한국 위스키에 대한 열풍에 가까운 관심은 때마침 불어온 위스키 붐의 영향도 컸다. 하지만 그뿐 아니다. 대기업도 힘들다는 위스키 증류소를 개인이 만들고, 두 곳이 같은 시기에 나란히 한국 최초의 위스키를 생산했다는 이야기의 힘도 한몫했다.



두 곳 증류소는 이번달에 각각 3년 숙성 새 위스키를 출시했다. 국제 위스키의 기준이 되는 스카치위스키 규정에는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해야 국내외 어디에서도 싱글몰트 위스키로 인정받을 수 있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는 ‘기원 배치’라는 기존 시리즈의 제품과 같은 이름으로 뒤에 붙는 숫자만 달리해 두 가지 위스키 신제품을 출시했다. 이 위스키들은 한국의 맥아와 국산 효모를 사용하고 국내 신갈나무와 떡갈나무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한 싱글몰트 위스키다. 김창수위스키 증류소에서는 3년 이상 숙성된 여러 캐스크를 블렌딩해서 증류소가 있는 ‘김포’라는 이름으로 새 위스키를 출시했다. 그동안 일종의 특별판 제품을 내놨던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의 첫 공식 위스키이기도 하다.



최근 10여년 새 국내 위스키 시장은 큰 호황을 누렸지만 언젠가 어려운 때도 올 것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와 김창수위스키 증류소는 한국을 대표하는 증류소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곳이 되었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줄기차게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정을 가지고 함께해 주신 필자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김성욱 위스키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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