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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by 핸드메이커

‘티라미수 케이크’ 개발자 별세… 달콤한 그 맛의 시작은?

달콤한 '티라미수 케이크' /pexels

최근 SNS에서 뜬금없이 ‘티라미수 케이크’ 챌린지가 유행 중이다. ‘마치 넌 티라미수 케잌~ 달콤한 티라미수 케잌~’이라는 단순한 노래와 함께 독특한 안무가 더해진다. 이 노래는 2015년 인디밴드 위아더나잇이 발매한 곡으로 9년이 흘러 현재 각종 SNS 숏폼 콘텐츠들을 장악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 현지 보도를 통해 티라미수 케이크(Tiramisu cake, 이하 티라미수) 레시피 개발자로 알려진 요리사 로베르토 린구아노토(Roberto Linguanotto)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탈리아 현지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티라미수 레시피를 개발한 그에 대한 감사와 애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Tira mi su’로 ‘나를 끌어 올리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기분을 확 끌어올려주는 달콤한 이탈리아의 국민 디저트 티라미수를 우리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티라미수의 아버지’ 향년 81세 나이로 별세

7월 2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로베르토 린구아노토가 향년 8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티라미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로 티라미수 레시피를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린구아노토는 1970년 대 초 티라미수 레시피를 개발했다. 그는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 트레비소에 위치하고 있는 한 레스토랑 ‘레 베케리에(Le Beccherie)’에서 제과 요리사로 근무했으며 이때 레스토랑의 여주인 알바 디 필로(Alba Di Pillo)와 함께 공동으로 티라미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루카 자이아 베네토주 주지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상을 떠난 린구아노토를 애도했다 /루카자이아 베네토주 주지사(@zaiaufficiale)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의 별세 소식에 루카 자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날 티라미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뛰어난 요리로 이 성공의 공로는 제과 요리사로서 린구아노토의 숙련도와 열망 덕분이다”라고 조의를 표했다.

이탈리아 디저트 ‘티라미수’의 기원

3년 전인 2021년 티라미수 레시피를 만든 아도 캄페올(Ado Campeol)이 향년 93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당시 그 역시 올해 별세한 린구아노토와 마찬가지로 ‘티라미수의 아버지’라 일컬어졌는데 이들은 어떤 관계를 가진 것일까.


사실 티라미수의 기원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다양하나 명확한 것은 없다. 이중 가장 정설로 여겨지는 것은 티라미수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70년대 초 이탈리아 트레비소에 위치한 레스토랑 ‘레 베케리에’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2024년 현재도 운영 중인 레스토랑 레 베케리에 /레 베케리에 홈페이지 갈무리

레 베케리에는 현재도 트레비소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 국민 디저트의 원조 집으로 알려진 곳 답게 티라미수를 직접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 많다.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다양한 요리가 판매되고 있으나 티라미수만 먹을 수도 있다. 한 여행객의 방문 후기에 따르면 티라미수만 주문할 경우 야외 테이블 혹은 입구와 가까운 테이블에 착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조 티라미수라 알려진 레 베케리에의 티라미수 /레 베케리에 홈페이지 갈무리

레 베케리에가 티라미수를 처음 개발한 곳이라고 알려지는 기원에는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이들이 캄페올과 린구아노토다. 해당 레스토랑은 1939년 처음 문을 열었다고 전해지는데 캄페올은 창업주의 아들이다. BBC 등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레스토랑을 인수하게 됐다고 한다.


이때 레 베케리에의 주방에서 요리를 했던 인물이 바로 링구아노토다. 여러 외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중 우연히 티라미수를 개발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조리 과정에서 계란과 설탕이 담긴 그릇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떨어뜨렸고, 해당 재료들의 조합이 좋은 맛을 낸 다는 것을 알아차린 후 이를 캄페올의 아내 알바에게 말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커피에 적신 사보이아르디를 스펀지로 하고 최종적으로 케이크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리면서 지금의 티라미수를 완성했다. 사보이아르디는 레이디핑거라고도 불리는 둥근 막대형의 과자다.


이외에도 캄페올의 아내가 출산을 했을 때 그의 시어머니가 보양식 겸 티라미수와 비슷한 형태의 디저트를 보냈고 추후 레스토랑의 요리사로 지낸 링구아노토가 이를 지금의 티라미수로 재정비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로베르토 린구아노토 /티라미수 홈페이지 갈무리

즉 ‘티라미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두 인물은 각각 티라미수가 처음 메뉴로 출시된 레스토랑의 ‘오너’와 ‘셰프’였던 셈이다. 캄페올은 음식점의 주인으로서 티라미수를 처음 메뉴로 출시했고 해당 레시피를 개발한 것은 당시 셰프였던 링구아노토와 캄페올의 아내 알바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티라미수는 현지 방언으로 티라메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레 베케리에에서 1969년에서 1970년부터 선보였으나 정식 메뉴로 올린 것은 1972년이라고 전해진다. 또 당시 캄페올과 린구아노토가 해당 레시피에 대한 특허를 등록하지 않음으로써 티라미수는 더 널리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국민 디저트로 자리잡았다.


티라미수 레시피를 처음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또 있다. 이탈리아 톨메초라는 지역 중심에 위치한 ‘호텔 로마’의 주인 노르마 피엘리(Norma Pielli)가 처음 티라미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2010년 4월 톨메조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첫번째 티라미수가 로마의 주방에서 나온 것은 1951년(혹은 1952년)으로, 당시 남편은 ‘이것은 당신을 격려하는 디저트다’라고 말했으며 그래서 티라미수라 부르기로 했다”라고 기억을 회상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맛,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 올리다’라는 의미를 가진 티라미수, 사진은 기사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pixabay

티라미수의 원조라는 타이틀을 두고 두 지역이 첨예한 대립을 펼친 가운데 2017년 이탈리아 정부는 공식적으로 티라미수가 톨메초에서 유래한 디저트라는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정확히는 톨메초가 위치한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가 공식적으로 티라미수가 유래한 지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탈리아 국민 디저트 티라미수, 사진은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pixabay

물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가 존재한다. 2016년 두 명의 음식 전문 기자에 의해서 1959년에 쓰여진 레시피가 발견됐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루카 자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부처에 제공된 문서가 전적으로 정확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으며 이에 해당 법령을 정지할 것을 요청한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17세기 토스카나의 대공 코시모 3세 메디치의 시에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비슷한 디저트가 만들어졌다는 설도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티라미수에 들어가는 재료를 감안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냉장 설비가 발달하기 전인 17세기에 티라미수의 재료인 마스카포네 치즈를 보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 외에도 당시에 달걀 노른자를 익히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냉장 시설이 발달하지 않았던 17세기 주재료인 마스카포네 치즈를 보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추측이 존재한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무관 /pexels

커피에 담근 사보이아르디와 마스카포네 치즈로 맛을 낸 디저트

그렇다면 티라미수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재료는 무엇이 있을까. 티라미수의 원조로 알려진 레 베케리에에서 언급하는 재료는 커피, 사보이아르디, 마스카르포네, 설탕, 계란, 코코아 가루 등이 있다. 이는 이탈리아 현지 외에도 많은 국가에서 티라미수의 원형 레시피 재료로 사용하는 것들이다.


먼저 티라미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크림을 만들어줘야 한다. 주재료인 마스카포네 치즈는 이탈리아에서 생산되는 크림치즈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달걀 노른자와 설탕을 넣고 휘핑해주면 부드러운 크림이 된다. 이때 마스카포네 치즈에 재료를 한 번에 부어 거품을 내기 보다는 계란 노른자에 설탕을 넣고 먼저 잘 섞어준 다음 치즈와 합하면 섞기 편하다.

설탕과 계란 노른자, 마스카포네를 휘핑한 크림과 커피에 적신 사보이아르디를 층층이 쌓아준다 /pixabay

위에 완성된 크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계란 흰자를 휘핑한 다음 함께 섞어 주기도 한다. 또 경우에 따라 계란 노른자 대신 생크림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보이아르디는 커피를 적셔서 준비한다. 유럽의 전통 비스킷인 사보이아르디는 밀가루, 설탕, 계란을 주재료로 하는 구움 과자로 베이킹에 자주 등장한다. 티라미수 레시피에서는 케이크의 가장 아래층부터 층층이 올려지며 시트 역할을 하게 된다. 촉촉하게 커피를 머금은 채로 부드러운 식감으로 변해 티라미수의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사보이아르디 /pixabay

준비된 재료를 층층이 올려주면 되는데 커피에 적신 사보이아르디 위에 크림을 올려주는 방식을 몇 번 반복하면 된다. 마지막은 크림으로 마무리하고 그 위에 코코아 가루를 뿌려주면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인 티라미수가 완성된다.

코코아 가루까지 뿌려주면 완성 /pexels

다양한 레시피 변형도

티라미수가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디저트가 되면서 이를 변형한 레시피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기본적으로 티라미수는 부드러운 달콤함 속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커피의 씁쓸한 맛이 특징이다. 특별한 변형 없이 간단한 레시피 덕분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맛이 하나하나 느껴지면서도 입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티라미수의 레시피가 간단하기 때문에 이를 변형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그래서인지 유독 티라미수는 다양한 변형 레시피가 존재한다. 커피 대신 녹차 등 다른 차를 사용하거나 크림 자체에 녹차 가루를 더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크림에 두부 등의 재료를 넣는 건강한 레시피도 존재한다.

다양한 종류의 티라미수 /pexels

티라미수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이름도 달라지는데 가장 독특한 것은 티라미수와 딱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과일이 들어가는 레시피다. 막상 맛을 보면 새콤 달콤한 과일과 부드러운 치즈가 생각보다 조화로운 맛을 낸다고는 하나 이를 티라미수의 본 고장에서 본다면 꽤 놀라운 레시피 변형이다.

딸기가 올라간 티라미수, 본 고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직접 먹어보면 단언컨데 딸기와 크림의 맛 조화가 좋다 /pixabay

이에 이탈리아 한 정치인은 유럽연합(EU)에 원조 레시피 인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2013년 영국의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는 “(티라미수는) 오늘날 너무 많은 아버지와 너무 많은 버전을 가질 위험이 있다”라며 “이는 그것이 태어난 곳의 헌신과 창의성에 정의를 내리지 못하게 한다”라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캄페올 역시 티라미수에 딸기를 넣거나 혹은 술을 넣는 레시피에 대해 거부감을 표했다고 한다. 하지만 린구아노토의 경우엔 모든 나라에는 각자의 취향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전했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달콤한~ 티라미수 케이크~'

티라미수는 국내에서도 대중적이며 사랑받는 디저트다. 카페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메뉴면서 최근에는 편의점 디저트로도 출시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만들기도 쉽고 현대에는 주 재료 중 하나인 사보이아르디를 베이킹용 비스킷으로 판매하고 있어 직접 구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덕분에 홈페이킹 메뉴로 티라미수를 만드는 이들도 많다.


어쩌면 티라미수 레시피가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모두에게 사랑받는 디저트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티라미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여전히 높은 만큼 당분간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이 디저트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윤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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