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도 반한 김치… ‘힙한 건강식’으로 글로벌 인기몰이
[위클리 리포트] 세계로 뻗는 K푸드
김치 수출액 7년 만에 두 배… 92개 수출국 중 美 성장 가팔라
작년에만 3999만 달러 기록… 스칼릿 조핸슨 등 셀럽이 추천
팬데믹 시기 건강식품으로 주목… 국내 업체, 월마트 등 대형마트 입점
현지인 맞춤형 제품 개발에 힘써
● “Kimchi” 할리우드 배우도 반했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 김치의 수출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동시에 다양한 인종과 입맛이 있는 미국에서의 성공은 김치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가능성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어쩌면 제가 한국인들보다 더 김치를 좋아할지도 몰라요”
영화 ‘어벤저스’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 할리우드 스타 스칼릿 조핸슨은 자타 공인 김치 마니아다. 촬영 중에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 음식점을 자주 방문한다는 그는 미국에서 김치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또 다른 유명 배우 귀네스 팰트로도 잘 알려진 김치 애호가다. 그는 팬데믹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고백하며 “김치를 통해 건강을 관리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 대표 음식 김치의 글로벌 인기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소비시장 미국에서 ‘셀럽’들의 추천이 더해져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김치 업계에서는 몇 년 뒤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김치 수출 1위 시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 한국 김치, 미국에서 급성장
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총수출액은 1억5560만 달러(약 2097억 원)로 전년(1억4100만 달러) 대비 10.6% 늘었다. 2016년 7900만 달러에서 7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수출국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는 역대 최다인 92개 국가에 수출됐다.
김치 수출국 중 가장 성장세가 빠른 곳은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김치는 3999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4% 늘었다. 기존 수출 대상국 1위였던 일본이 같은 기간 0.8% 성장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이 조만간 김치 수출국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김치 수출액의 53%를 차지하는 국내 1위 업체 대상의 ‘종가’ 김치는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32%로 일본(30%)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2019년엔 수출 비중이 일본 43%, 미국 15%였다. 4년 만에 28%포인트 차를 뒤집은 것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도 지난해 미국 매출이 44% 증가해 31% 성장한 일본보다 성장세가 컸다.
● “건강하면서도 힙한 음식”
미국 소비자가 한국 김치를 살펴보고 있다. 주요 김치 수출 기업 중 하나인 대상은 지난해 미국 수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대상 제공 |
미국 시장에서 김치가 성공한 배경은 코로나19로 건강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적극적인 판로 개척이 합쳐진 결과다.
2020년 프랑스 몽펠리에대 폐의학과 장 부스케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국가별 식생활 차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효시킨 양배추’를 주로 먹는 국가의 코로나19 치명률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스케 교수는 같은 해 11월 김치의 날을 기념해 열린 세미나에서 “절인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등이 만난 후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단백질이 면역세포를 조성시켜 바이러스를 막아준다”며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재차 언급했다. 팬데믹 기간 건강한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미국에서 김치의 면역력 효과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11월 22일 ‘김치의 날’을 맞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는 해외 최초의 김치박물관이 개관했다. 김치박물관 제공 |
국내 김치 업체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살려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대상은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현지 대형마트들에 잇달아 입점했다. 이를 통해 LA, 뉴욕 등 대도시에 집중됐던 수요가 중부 내륙 지역까지 확산됐다. 대상 관계자는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대형마트 입점은 특별한 의미”라며 “까다로운 미국의 마트 진입 장벽을 넘을 정도로 한국 김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치를 고급스러운 한국의 발효 음식으로 알리려는 노력도 지속했다. 대상은 2020년 1월 김치 행사인 ‘종가 김치 블라스트’ 1회 행사를 프랑스 파리에서 연 뒤 매년 유럽과 미국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메인 행사 중 하나인 김치 요리 대회는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중 하나인 ‘르 코르동 블뢰’와 협업해 운영하기도 했다.
● ‘비건’, ‘글루텐 프리’ 김치 등도 개발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김치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김치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문화가 비슷하고 거리가 가까운 일본은 오랫동안 김치 수출국 1위를 유지해 왔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국내 김치 업체들은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 제품을 추가로 개발해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해외 채식 트렌드 확장에 맞춰 젓갈 없이 식물성 원료로만 담가낸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를 제조해 싱가포르와 호주에 수출하고 있다. 또 수출국까지 운송되는 동안 알맞은 숙성 정도를 유지하는 ‘발효제어기술’을 적용한 ‘비비고 상온 김치’를 지난해 출시했다. 이 상품은 유럽 코스트코에 입점됐다. 베트남에서는 2016년부터 현지 공장에서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고수가 들어간 고수김치, 덜 매운 김치 등을 만들고 있다.
대상은 2022년 미국에 김치 공장을 완공하고 글루텐 프리, 비건 김치 등 미국 내 다양한 입맛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과 유럽 현지 식습관을 반영한 김치 페이스트와 스프레드 제품을 출시했다. 대상 관계자는 “빵이나 비스킷에 무언가를 발라 먹는 서구식 문화와 김치를 결합하려는 노력으로 제작된 제품”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유럽에서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폴란드 크라쿠프 지역에 김치 공장을 짓고 있다.
김치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인종이 있는) 미국에서의 인기는 김치의 인기를 전 세계로 퍼뜨릴 수 있는 기회”라며 “국내 기업들은 비건, 할랄, 코셔 등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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