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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 가득 가을 송이, 아삭아삭 식감도 그만

석창인 박사의 오늘 뭐 먹지?

동아일보

강원 양양송이버섯마을의 ‘등심과 송이’. 석창인 씨 제공

비싼 가격이거나 구하기 힘든 귀한 음식 재료에 대한 글을 쓰면 어느 정도의 비난 댓글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예로부터 선조들이 즐겨 먹어 왔던 음식을 그러한 이유로 외면한다는 것은 위선이고 또 비겁한 일이겠지요.


오늘은 송이버섯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철에 송이를 취급하는 식당에 가보면 당일 경매 가격으로 인해 ‘시가’라는 우는 아이마저 뚝 그치게 만드는 무서운 글자가 차림표에 붙어 있습니다. 마음속에 정해둔 상한 가격이 있긴 하지만 가격을 물어볼 때 심장이 마구 떨리는 것은 인지상정일 겁니다.


송이에 관한 첫 기억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두어 해 전인 경북 청도군 비슬산 자락에서였습니다. 신문지에 곱게 싸여 있던 몇 개의 송이에서 뿜어 나오는 충격적 향기로 인해, 가을만 되면 기억 저편의 그 향을 찾아다니는 송이 스토커가 되고 말았지요.


옛사람들은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고 하면서 버섯 중에는 세 번째로 자리매김을 하였지만, 송이를 숭배(?)하는 일본의 영향 탓인지 아니면 이류보류(以類補類)라는 말처럼 생김새가 신체 특정 부위와 워낙 비슷해 혹시나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인지, 이제는 능이와 표고를 멀찌감치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송이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채취가 가능하지만 강원 양양군과 경북 봉화군이 송이 산지로 가장 유명합니다. 채취되는 양에서는 봉화가, 향과 질에서는 양양이 윗길이라고 세간에 알려졌지만 이 말을 봉화 사람들이 동의할 리는 없습니다. 제 수준에서도 판별이 불가능한데 아마도 접근성과 홍보에서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송이는 어떻게 요리해 먹어도 맛있지만 프라이팬에 살짝 익힌 뒤 소금을 뿌려 먹거나 그냥 먹는 것을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합니다. 혼자 맥주를 한잔 할 때는 생송이를 결 따라 조금씩 찢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벌레가 간혹 기어 나와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요. 밥을 지을 때도 송이 하나를 썰어 올려놓으면 송이향이 은은히 배어나오는 송이밥이 만들어지고, 갓이 활짝 핀 송이를 잘게 썰어 라면에 넣으면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황제라면이 됩니다.


양양의 ‘송이버섯마을’은 송이 외에 은어나 뚜거리(민물생선 일종)도 있고 찬으로 나오는 각종 버섯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좋고, 봉화의 ‘용두식당’은 송이에 뒤지지 않는 각종 나물 반찬으로 식객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요즘 아프리카돼지열병 문제로 온 나라가 비상입니다. 그런 연유로 수입 송이도 철저한 검역이 생명일 텐데, 흙이 잔뜩 묻어 들어온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참! 예전 북한에서 선물로 줬다는 송이버섯들은 과연 검역을 제대로 거친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때 북한 송이 하나라도 얻어먹었다면 전혀 궁금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1. 봉화 용두식당 : 경북 봉화군 봉성면 다덕로 526-4. 송이돌솥밥 2만 원, 송이쇠고기구이 5만 원.
  2. 양양 송이버섯마을 : 강원 양양군 양양읍 월리 339. 송이차돌정식 4만5000원, 송이철판볶음밥 1만8000원.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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