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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배에 부드러운 육회, 입안 가득 유쾌

달콤한 배에 부드러운 육회, 입안 가

남보원불고기의 육회. 식당 상호를 넘버원으로 하려다 당시 인기를 끌던 코미디언 남보원의 이름을 땄다는 유래가 있다. 석창인 씨 제공

육회의 유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몽골 군대의 전투식량에서 시작해 흉노와 훈족이 등장하고, 함부르크와 햄버거의 관계가 언급되며, 종국에는 스테이크 타르타르에 이르게 됩니다. 스테이크 타르타르는 우리의 육회와 워낙 비슷하고 계란 노른자까지 고기 위에 올라가니 두말할 나위 없는 형제지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육회란 동물의 날고기를 뜻하지만, 조류나 말 혹은 돼지는 쉽게 접할 수 없거나 감염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개 소의 생고기를 이릅니다.


그런데 ‘육회’와 ‘육사시미’의 차이는 무얼까요? 육사시미는 일본어와 결합한 말이라서 좀 고약합니다. 생육회라고 하거나 지역 명칭인 생고기 혹은 뭉티기라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요.


육회는 도축하고 시간이 좀 지난 고기를 사용합니다. 고기에 경직이 일어난 이후이므로 이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양념을 합니다. 대개 기름기가 없는 소의 붉은 살코기를 가늘게 썰어서 간장, 다진 마늘, 참깨, 설탕과 고루 버무리고 채 썬 배를 곁들여 먹지요.


육회의 가장 특징적인 ‘웃기(고명)’는 배와 계란 노른자입니다. 배는 고기를 부드럽게 만드는데다 달콤함을 더해주죠. 그러나 배와 육회가 직접 맞닿으면 고기 자체가 빨리 흐물흐물해져서 안주삼아 권하거니 잡거니 하기엔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계란 노른자를 올리는 건 고기의 느끼함과 비릿함을 잡아주고 고소함을 더해주기 위함이라지만 조금 의문스럽긴 합니다. 계란 노른자 자체가 비릿한 데다 육회 본연의 맛을 누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른자 대신 다진 마늘이나 청양고추를 채 썰어 넣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도 많은데, 비싼 자바리(다금바리) 회를 초장 듬뿍 묻혀 깻잎에 싸먹는 것과 비슷한 경우는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막 도축한 특수부위 생고기에 짙은 ‘분칠’을 하지 않은 육회를 선호합니다. 노른자는 빼고 배와 육회 사이에 휴전선 같은 철책을 둘러 젓가락으로 고기와 배를 따로 집어 먹을 수 있는 방식이지요.


문현미 시인은 ‘육회를 먹으며 유케-유케-소리를 내면/입안 가득히 유-쾌-한 맛이 번져 나가고’라 하였는데, 발음 그대로 입안으로부터 유쾌함을 불러오는 음식이 바로 육회입니다.

  1. 남보원불고기 : 경기 수원시 정조로922본길 22, 육회 12만 원
  2. 천황식당 : 경남 진주시 촉석로207번길 3, 육회 3만 원
  3. 육회자매집 : 서울 종로구 종로 200-4, 육회 1만2000원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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