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많이 마시면 감기 빨리 낫는 이유
환절기, 황사, 일교차, 젖은 머리나 밤새 활짝 열린 창문까지. 감기의 원인은 많고 그만큼 감기의 종류도 많다. 기침이 나기도 하고 목이 따끔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감기의 증상을 불문하고 물을 많이 마시길 권한다. 아무리 물이 보약이라지만, 약도 아니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가 뭘까? 당신의 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 다섯 가지 과학적 사실을 전달한다.
따뜻한 물로 체온 상승
감기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우리 몸에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코나 입 등 호흡기로 직접 침투하거나 손을 통해 간접적으로 호흡기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감기의 원인이 되는 균이 200여 종 이상이라니, 손발 깨끗이 씻어도 까딱하면 당하기 십상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감기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왔을 때 오래 버틸 수 없는 환경, 즉 건강한 몸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가 버티지 못하는 환경은 뭘까? 바로 높은 체온이다. 체온이 높을수록 바이러스는 감염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체내에서 사라진다. 우리 몸은 정상 체온인 36~37.5도일 때 제대로 기능한다. 여기서 체온이 1도라도 낮아지면 몸속 혈액순환 기능은 물론 체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따뜻한 옷을 입거나 난방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몸 자체의 온도를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다. 머그컵을 따뜻하게 데우기 위해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구듯, 우리 몸 안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물 한 컵이면 금세 손발까지 따뜻해질 수 있다.
원활한 신진대사로 면역력 상승
신진대사라는 말, 많이 들어봤고 무슨 뜻인지도 알지만 정확한 의미를 가늠하려면 또 헷갈린다. 신진대사, 정확히는 ‘물질대사’라고 하는 일은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물질의 분해나 합성 같은 모든 변화다. 간단히 말해 먹고 소화하고 에너지와 찌꺼기를 만드는 모든 일들이 바로 신진대사다. 신진대사 활동이 없는 인간은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말해 신진대사는 우리를 살리고,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그러니 건강한 몸의 필수 조건 중 하나는 ‘원활한 신진대사’다. 잘 먹고 잘 싸야 안색이 좋지 않던가. 신진대사가 좋으면 감기도 금방 털어버릴 수 있다.
원활한 신진대사를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숙면을 취하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고, 코코넛 오일 같은 특별한 건강식품을 먹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가장 빠르고 쉽고 저렴하게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방법은? 바로 물 마시기다. 독일 프란츠 볼하드 임상연구센터에서는 식사 전 물 500㎖를 마시면 약 1시간 동안 대사가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증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22~37%의 따뜻한 물은 40%까지 증가시킨다고 한다.
호흡기 건조함 방지
누구나 한 번쯤 감기에 걸리는 만큼, 누구나 감기로 고생한 기억이 있다. 목이 텁텁하고 칼칼하다든가, 코 안쪽이 아프다든가, 코가 막혀 머리가 아프고 숨을 쉬기 괴롭지 않은가. 감기는 호흡기계 감염 질환으로, 콧물, 코 막힘, 재채기, 인후통, 기침 등 호흡기 관련 신체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감기에 걸리기 때문에 호흡기 건강이 나빠지는 것일까.
하지만 감기에 걸리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그 반대다. 목이 따끔거리거나, 목이 건조해서 기침을 하던 것을 두고 보니 감기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즉 호흡기가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 되면 감기가 걸리기 쉬운 것이다. 호흡기 건강이 곧 감기의 환경과 상태를 결정한다.
호흡기 점막은 항상 촉촉한 점액이 있고 작은 섬모가 움직인다. 하지만 건조한 공기를 오래 쐬면 호흡기 점막이 마르고, 여러 가지 바이러스와 세균이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겨울철 가습기를 틀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호흡기 건강을 위해서다. 물론 직접적으로 수분을 공급해 촉촉하게 적셔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물 마시기다. 다만 차가운 물은 아픈 호흡기에 자극적일 수 있으니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이 좋겠다.
해로운 독소 방출
“물이 보약이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칼로리도 영양분도 없는 물의 중요성을 왜 그렇게나 강조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나? 그 이유는 바로 물이 하는 일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대부분이 피 속에 있다. 피는 심장을 통해 우리 몸 전체를 순환하면서 산소와 찌꺼기를 날라 대사 작용을 돕는다. 이 과정에서 물은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 땀이나 소변 등으로 손실된다. 우리가 계속해서 목이 마르고, 물을 마셔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더 빨리 노폐물이 제거되어야 한다. 좋은 컨디션을 만들어주어야 바이러스도 극복할 것 아닌가. 특히 몸 안에 쌓인 노폐물, 즉 독소를 제거해야만 몸이 제대로 면역력을 구축할 수 있다. 우리가 물을 마시면 마실수록 체내의 독소는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루에 2L의 물을 마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너무 목표를 높게 잡으면 지치게 되니 서너 잔이라도 꼬박꼬박 마시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더욱더 신경 써서 마셔주자.
열로 손실된 수분 재공급
감기에 걸릴 때 우리 몸은 대체로 체온이 낮다. 하지만 일단 감기에 걸리면 열이 올라 식은땀이나 두통이 나기도 한다. 이러다 대체 언제 낫는 건가, 고민하며 힘들어할 필요 없다. 열이 난다는 것은 우리 몸속의 면역체계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세균과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체온이 올라감에 따라 우리는 일상생활을 해내기가 어려워진다. 그 증상 중 하나가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이다.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이면 수증기가 되어 양이 줄어드는 것처럼, 몸의 온도가 올라가면 체내 수분이 손실된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몸에는 일정 양의 수분이 필요하며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독소 방출, 호흡기 건조함 방지 등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 그런데 열 때문에 수분이 줄어들었다면? 다시 채워주는 수밖에. 그래서 감기에 걸렸을 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기적으로 자주 마셔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알람을 맞춰두고 미지근한 물 한 잔씩 마신다면 누구보다 빨리 감기와 이별할 수 있지 않을까.
서국선 press@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