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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75세 보디빌더 "비키니 출전, 이틀 고민했어요"

'몸짱 할머니' 임종소씨, 최근 피트니스 시니어부서 2위


비키니까지 입어야 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틀 밤을 고민하는 걸 보고 그의 딸이 말했다. "엄마, 그 정도 자신도 없이 대회 나간다고 했어?"


보디빌더 임종소(75)씨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 보겠느냐 싶었어요. 값도 비싸 눈 딱 감고 헬스장 회원한테서 보디빌더 비키니를 빌려 내 몸에 맞게 바느질해 입고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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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의 메카헬스짐에서 만난 임종소씨는 "스물여섯 된 손녀딸이 '할머니 멋쟁이'라고 박수를 친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임씨는 '몸짱 할머니'로 유명한 1944년생 보디빌더다. 지난 5월 경기도 과천에서 열린 제24회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서 피규어 38세 이상부 2위를 차지했다. 청년들은 그의 사진을 공유하며 '운동에 동기부여가 된다' 하고, 중장년층은 헬스장에 찾아가 '이분처럼 몸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임씨는 "건강 하나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니 뿌듯한 마음"이라고 했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아들 딸 곱게 키워 시집 장가를 보냈다. 적적한 삶 속 유일한 취미는 에어로빅이었다. "집 맞은편 건물에서 35년 동안 그걸 배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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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WBC 피트니스 오픈 월드 챔피언십에서 포즈를 취하는 임씨. /임종소씨 제공

처음 헬스장을 찾았던 건 지난해 5월 허리에 협착이 온 이후다. 오른쪽 다리를 쓸 수 없어 난간을 붙잡고 간신히 계단을 올라야 할 정도였다고 했다. "난 이제 다 살았구나, 아픈 게 이렇게 무섭구나 싶었어요" 한 달간 병원에서 주사를 맞으며 물리치료를 했지만 2~3일 뒤엔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그는 "병원에서 완치될 수 없다며 근육이라도 키워보라고 해 헬스장 개인 레슨을 등록했다"고 했다.


아파서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도 꾸준히 헬스장에 갔다. "처음엔 오른쪽 다리가 당겨 스트레칭도 힘들었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3일. 근육을 풀기 위해 테니스공을 바닥에 두고 그 위로 다리를 꾹꾹 눌러가며 운동했다. "아파서 '악' 소리 지르며 버텼는데, 신기하게 석 달을 해 보니 통증이 사라졌어요."


헬스장 관장으로부터 '보디빌더를 해 보라'는 권유를 받은 건 이 무렵이었다. '헉!' 했다. "괜히 해 보는 소리 같아서 '내가 나이가 몇인데!' 핀잔을 줬죠. 근데 에어로빅 덕인지 속 근육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육 운동이라도 해보자 싶어 3개월을 더했다. "자세도 좋아지고 어깨도 펴지고…. 거울 보며 깜짝 놀랐다"고 했다. "내친김에 대회도 나가보라, 입상 생각하지 말고 출전이라도 해 보라는 말에 반년 동안 대회 준비를 했죠."


최근엔 모델 학원에 다니며 걷는 법도 연습 중이다. 그는 "대회에서 무대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손녀가 찍어줬는데, 에어로빅하듯 입장하는 모습이 방정맞아 보였다"며 웃었다. 내년 세계무대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 헬스장에 출석 도장을 찍는 그는 레슨 비용을 마련하려 작년부터 매일 3시간씩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우리 나이 되면 비싸다고 운동을 안 가요. 근데 아프면 병원비가 더 많이 든다니까요."


그는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장년층에 '전문가에게서 제대로 배울 것'을 조언했다. "아령 하나도 각도 맞춰 끈덕지게 들었다 놔야 한다"며 "섣부르게 하면 오히려 다칠 수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 딸이 '건강해서 고맙다'고 한 말에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단다. "우리 엄마들, 찜질방이나 가고, 뭘 하고 싶어도 포기하고 살잖아요. 자신에게 투자하세요. 건강하게, 즐겁게 살기 딱 좋은 나이 아니겠어요?"


[조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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