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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바게트 찾으려… “킁킁” 사냥개처럼 빵 냄새 맡았다

한국 최고 바게트 명장

선발대회 심사위원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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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관람객들이 '르빵 바게트&크루아상 챔피언십' 결선에 오른 셰프 4명이 구운 바게트를 맛보고 있다. /김성윤 기자

바게트 빵을 집어 코에 갖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사냥개나 마약 탐지견이 된 기분이었다. 일반 관람자들의 시선이 살짝 부끄러웠지만, 올해 ‘프랑스 파리 바게트 대회’ 우승자인 자비에르 네트리(Netry)와 최형일·김덕규·이흥용 등 한국과 프랑스 제빵업계를 대표하는 명장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바게트를 집어 들고 냄새를 맡는데 따라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에서 국내 최고 바게트와 크루아상 장인을 뽑는 ‘르빵 바게트&크루아상 챔피언십’이 열렸다. 기자는 바게트 결선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바게트 부문에는 전국 빵집 120여 팀이 참가해 뜨거운 경쟁을 벌였고, 예선·본선을 거쳐 4팀이 결선 진출했다. 재료는 전통 바게트 제조 방식에 따라 밀가루·물·효모·소금 단 4가지로 제한했다. 팀마다 현장에서 밀가루를 반죽해 바게트 4개를 구워 심사용으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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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기자가 '르빵 바게트&크루아상 챔피언십' 바게트 부문 결선에 오른 바게트를 심사하고 있다. /블루리본

바게트 심사·평가에는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등 오감(五感)이 총동원됐다. 심사위원들은 우선 바게트의 외관을 관찰했다. 네트리 셰프는 “표면이 짙은 황갈색이면서 폭이 일정해야 한다. 미국 야구방망이처럼 이쪽은 굵고 저쪽은 얇으면 안 된다”며 웃었다.


심사위원으로 함께 한 이명원 ‘파티시에’ 대표는 “쿠프(coupe·바게트 표면에 그은 칼집)가 잘 벌어져 있어야 하고 간격이 균일해야 한다”고 했다. “쿠프는 반죽을 성형한 뒤 오븐에 굽기 전 그어요. 쿠프가 잘 벌어졌다는 건 바게트가 제대로 구워졌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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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구운 바게트는 짙은 황갈색이면서 폭이 일정하며 쿠프(칼집)가 잘 벌어져 있다. /르빵

심사위원들은 외관 관찰에 이어 향을 맡고는 손끝으로 바게트 양옆을 잡았다. “단단한 느낌이 나면서 힘을 주면 ‘바삭’ 부서져야 합니다.” 심사용 바게트 4개 중 하나는 속살(크럼)이 드러나도록 길게 반으로 잘려 있었다. 네트리 셰프는 “속살이 종잇장처럼 하얗지 않고 크림빛이라야 한다”고 했다.


크럼에는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기공이 많아야 식빵처럼 무겁지 않고 바게트 고유의 가볍고 쫄깃한 맛이 난다. 기공의 크기가 들쭉날쭉하지 않고 비슷해야 반죽과 숙성, 굽기가 잘됐다는 증거다.


국내에서 바게트는 “먹고 나면 입천장이 까진다”고 잘 못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결선에 오른 바게트는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았다. 껍질이 얇고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고 쫀득했다. 쉽게 말해 최고의 바게트는 ‘겉바속쫀(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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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바게트 대회’ 우승자인 자비에르 네트리(왼쪽)를 비롯한 프랑스와 한국의 제빵 명인들이 심사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성윤 기자

바게트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자국 문화의 상징이자 삶의 일부다. 프랑스 정부는 하루 1600만 개, 연간 60억 개가 생산된다는 이 빵의 규격과 재료, 가격까지 법으로 정해 놓았다. ‘법정 바게트’가 있는 셈이다. 바게트는 대체로 길이 약 65cm, 무게 250g 내외, 표준 가격은 0.95유로(약 1360원)이다.


프랑스 제과제빵협회 도미니크 앙락 회장은 “식당에서는 빈부 격차가 있지만, 빵집에서 바게트를 살 때는 누구나 평등하다”며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의 이상을 고스란히 품은 빵”이라 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레스토랑 가이드 ‘블루리본’ 김은조 편집장은 “프랑스인에게 바게트는 한국인에게 쌀밥과 동등한 의미”라고 했다. 2018년 프랑스 정부는 바게트 제조법과 문화를 국가 무형문화재로 등록했고, 2022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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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게트 부문 우승자인 '플라워베이커리’ 김다혜 셰프(왼쪽)와 크루아상 부문 우승자 ‘해월당’ 최정호 셰프. /김성윤 기자

바게트 부문 우승은 서울 가로수길 ‘플라워베이커리’ 김다혜 셰프가 차지했다. 플라워베이커리는 지난해 조원준 셰프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반포동 ‘마얘(Maillet)’ 전겸서 셰프가 2등, 원효로 ‘베이커리 무이’ 김정은 셰프와 공덕동 ‘파네트’ 이연경 셰프가 공동 3등에 올랐다.


네트리 셰프는 “결선에 오른 바게트 모두 품질이 뛰어나다”며 “한국 소비자들은 바게트 먹으러 굳이 프랑스에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결선에 오른 바게트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상향 평준화된 맛이었다. 크루아상 부문에서는 울산 ‘해월당’ 최정호 셰프가 우승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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